(이게 내놓은 최종 결론일지. 뭔가 또 다른 걸 내놓을 지는 결승 가야 알 수 있을 듯. 한 가지 확실한 건 점점 나아지긴 함. 체감이 덜 될 뿐...)
쿠만이 나름 승부수를 던졌다 생각함.
지난 뻥글 경기들을 보면 상대 팀들이 트리피어의 위치와 상관 없이 다수가 들어가서 왼쪽에서 안으로 들어가거나 사카가 있는 오른쪽으로 빠르게 횡단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굳이 뻥글의 왼쪽에 인원을 많이 넣어서 대응하질 않았는데요.
네덜란드는 반대로 여길 파고들면 된다고 봐서 선수들의 위치를 이쪽으로 땡기고 아케의 커버 범위를 풀백처럼 종으로 길게 넓히는 게 아니라 횡으로 넓혔죠. 물론 네덜란드가 이렇게 오른쪽 위주로 돌아간 경기가 없었던 건 아닌데 오늘 경기는 시몬스가 데파이 나가기 전까지 아예 왼쪽에 끼어들지를 않았죠.
아마 아케가 사카나 포든을 완벽하게 틀어막진 못해도 지연을 해주면서 바로 옆 파트너인 반 다이크가 협력으로 막타를 칠 수 있게는 해주거나 학포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협력을 들어올 시간은 무조건 번다고 판단한 거일 거고.
동시에 뻥글의 공수 최대 구멍은 게히랑 트리피어 쪽이라고 본 거죠. 게히나 트리피어나 본인이 먼저 뭔가 해주면서 동료들에게 다음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니 여기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뻥글 수비의 최대 약점은 위험 지점들을 안 내주려는 지나친 안정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간격이나 대형이 깨지거나 루즈볼 싸움이 일어날 때 공간을 너무 내준다는 거죠.
오늘 시몬스 골 아니더라도 덴마크 전 중거리 실점 같은 경우도 패스 미스가 시발점이긴 했으나 똑같이 간격이랑 대형이 깨져있을 때 아무도 안 튀어나와서 슈팅 찰 시간을 그대로 내줬다가 먹혔죠.
(네덜란드는 노골적으로 트리피어랑 게히를 파려고 오른쪽 측면에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 투자를 함)
(잉글랜드는 전방 압박이 대형을 갖추고 후방 선수들이 빠질 시간을 버는 간헐적 압박에 가까워서 한 번만 패스가 잘 들어가면 순식간에 고속도로를 내버릴 수 있음)
(이 시간을 벌지 못했을 때 아무도 볼을 잡은 선수를 측면으로 빠지게 만들거나 다른 선수들이 박스까지 먼저 들어오게끔 여기서 시간을 벌어주지 않으니 볼을 잡은 선수가 너무 편안하게 들어옴)
(보통 트리피어를 왼발 각만 막아서 오른발로 횡패스나 백패스질만 하게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아예 사방을 막거나 어려운 패스를 하게끔 만들어 여기서 역습을 나가려 했음)
(경합을 이기고 루즈볼을 먹어 달리는 데도 아무도 달려들지 않으니 슈팅까지 가는 과정에 단 한 번도 방해되는 게 없었음)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여기선 게히나 워커 둘 중 아무라도 붙었으면 시몬스가 슈팅까진 절대 못 갔음. 하필 게히와 워커가 저걸 마주해서 실점했다고 생각함)
(일단 볼이 왼쪽으로 가면 아케랑 학포를 빼고 최대한 많은 인원이 가담)
(원래 보통 여기서 사카를 막는 한 명이 최대한 버티거나 재빨리 협력을 붙는데 네덜란드는 여기서 아케를 최대한 활용함)
(잉글랜드는 스위스 전과 동일하게 나옴. 벨링엄이 좌측면에 있거나 상황이 정리되면 트리피어는 내려가고. 사카는 최대한 내려와서 맨투맨으로 붙거나 아니면 오른쪽에서 협력 수비의 일원이 되거나. 그리고 포든은 필요할 때가 아니면 오른쪽-중앙에서 공간을 찾음)
(이 장면 역시 똑같음.)
(그리고 이렇게 위험 지점들에서 협력으로 잡아먹는 것. 간격과 대형이 깨지지 않았을 땐 개개인의 능력도 좋으니 매우 안정적이지만 그렇지 못할 땐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점이 잘 보였음)
(트리피어를 잡아먹는 게 1순위. 그래서 선수들을 한쪽 공간으로 몰아넣고 넘나드는 건 데파이로 한정짓고 승부를 보려했음)
(그리고 이렇게 한쪽 공간에서 승부를 보려 하니 포든이 지난 경기들에 비해 좋은 공간을 찾고 이용하고 활용하기가 더 좋았음.)
(보통 이렇게 볼이 중앙에 있어서 중앙이나 우측면으로 갈 것 같으면 다른 팀들은 둠프리스 자리에 있는 선수 하나만 남기고 싹 다 우-중으로 쏠리게 만들었는데 반대로 좌우 측면을 열어두고 가능하면 트리피어한테 주게끔 유도했음)
(그래서 이렇게 좌측면으로 빠지게 되면 트리피어가 고립되지 않게 필요하면 다 들어간 거죠.)
(계속 트리피어 쪽으로 볼이 굴러가길 유도하니까 선수들이 속도가 느려지고 횡패스가 많아지고 무의미한 주고 받기가 있어도 최대한 트리피어한테 안 주려고 했음)
(필요하면 케인이 아예 빠져나와서 지원해주고 포든이 안에 들어가있기도 했죠.)
(데파이가 빠지기 전까지 왼쪽 공간에는 아예 껴들지도 않던 시몬스가 데파이가 빠지고 나니 왼쪽 공간도 찾아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반 다이크가 주기 어려워서 안 준 것 같았음)
(여기서는 또 포든이 재빨리 막아서 패스 길을 잘 막았죠.)
여기서 세 가지가 나왔음.
하나는 기존 경기들에 비해 포든이 훨씬 더 좋은 자리를 찾고 공간을 쓰기 좋았다는 거고. (공수를 한쪽에서 하려고 인원을 너무 몰아버리니)
다른 하나는 아케가 혼자서 잘 커버해주면서 사카를 비롯해 뻥글 선수들이 쓸데없는 횡단을 너무 했고. (선수들이 다 왼쪽에 넘어가있으니)
나머지 하나는 너무 노골적인 측면 유도를 하니까 그것에 대응하려고 선수들이 아예 다 바깥으로 나와버리니 중앙 공략이 전무해졌다는 거. (트리피어를 평상시처럼 혼자 버려두면 그대로 가둬서 뺏고 달리려 했으니까)
그래서 트리피어를 바로 빼버리고 루크 쇼를 넣었다고 봅니다. 아마 그대로 계속 갔음 베호르스트 교체도 적중했을 건데 빨리 흐름을 읽었다고 봐야겠죠.
문제는 이러면서 네덜란드가 더 이상 한쪽 측면에서 승부를 보지 않고 어느 쪽으로 가든 중앙을 철저하게 막으면서 대응했다는 건데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루크 쇼 들어가면서 첫 플랜이 거의 무의미해졌는데 그래도 게히는 있었고 또 협력 수비가 안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한 번 더 승부를 못 본 게 아쉬운 부분 아니었나 싶음.
네덜란드 키퍼가 후반전은 거의 작정하고 오른쪽이나 베호르스트 쪽으로만 차던데 그럴 거면 네덜란드 감독들 특유의 사이드에 무지성으로 빠른 애들 넣고 다 때려넣는 승부라도 보는 게 낫지 않았나 싶긴 하네요.
(루크 쇼가 들어오니 벨링엄이 제한적으로 묶이지 않고 필요하면 중앙에 들어가면서 라이스와 마이누의 움직임도 조금 더 풀리면서 필요하면 워커의 위치까지 바뀌니 사카의 위치까지 바뀌었음)
(게다가 이런 상황이면 트리피어를 그냥 올라가라 두고 벨링엄이 루크 쇼 자리에 있었을 건데 반대가 됐죠.)
(더 이상 한쪽 측면 승부가 안 먹히니 볼이 가는 방향에 맞춰서 중앙을 단단히 함)
(베호르스트는 철저하게 게히를 공략하러 나왔음)
(볼이 계속 돌다가 시몬스가 잡고 전진하니 바로 게히랑 경합을 하려고 붙죠.)
(다시 중앙으로 돌아가고)
(이번엔 굴러서도 될 것 같으니 자신한테 달라 하죠.)
(학포가 잡으니 다시 게히한테 붙습니다. 스톤스가 베호르스트 위치를 확인하죠.)
(굳이 헤딩 성공할 것도 없이 루즈볼만 만들어 떨궈줘도 성공입니다. 실제로 그래서 시몬스 슈팅까지 이어졌죠. 아마 이러려고 그리고 협력 수비가 깨지지 않게 하려고 학포와 시몬스를 한쪽에 몰아넣는 게 아니라 좌우로 나눈 거라고 보는데 이럴 거면 무지성 측면 스피드전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이전 글 댓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사실 어디가 우승하든 상관 안 하는데 굳이 꼽자면 발렌시아나 바르셀로나에서 코파 델 레이 든 거 말고는 거의 15년 넘게 유의미한 타이틀은 없는 양반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네덜란드 국대 이상의 팀은 갈 일이 없어 보이는 양반이라 쿠만이 뭐라도 하나 들었음 했는데 떨어졌네요.
누가 우승하든 그냥 시간 안 아까운 경기나 했으면 합니다. 요즘 새벽에 축구 보는 거 건강 때문에 줄이긴 했다만 솔직히 시간이 너무 아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