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틀어진 원인은 크게 보면 3가지라고 생각하는 편임.
1. 크루이프
2. 감독의 권한을 넘나드는 보드진의 행보
3. 본인의 성향을 알고 언론들을 갖고 이상한 소리를 퍼뜨렸던 당시 보드진의 의아한 행동
이 3가지가 엄청 컸음. 크루이프는 라포르타 때부터 크루이프 재단에 바르셀로나의 후원을 받고 있었는데 (유니세프처럼 바르셀로나 기준으론 적은 금액) 크루이프가 갑자기 스폰서와 재정 관련해서 로셀에게 공개적으로 디스를 박아버리니 로셀이 크루이프 재단으로 가는 우리의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를 밝히라는 얘기를 하면서 크루이프와 정면으로 충돌해 버림.
당연한 요구처럼 보이고 그래야 하는 거 같지만 실상은 라포르타와 짜고 뒷돈을 먹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에 가까웠음.
로셀은 의장 취임하자마자 라포르타를 어떻게든 죽여버리려고 클럽의 모든 정보들을 샅샅이 다 뒤지고 있었으니까. 1유로라도 잘못된 게 있음 깜빵 보내려고 작정하고 있던 시기였음. 이때는 라포르타에 대한 악감정이 최대치였을 때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크루이프의 명예 의장직까지 날려버렸죠. 크루이프는 분명히 무링요와 설전을 할 때나 그 이전에도 감정 싸움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 이후로 유독 칼럼을 기고할 때마다 로셀과 신경전을 하나 싶을 정도로 보드진의 행보를 하나하나 꼬집기 시작했구요. 그래서 그런지 펩 마지막 시즌은 크루이프의 칼럼 퀄리티 자체가 좀 별로였음.
펩은 일단 이걸 싫어했음. 언론에 나와 자기가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크루이프와 골프를 치러 다니고 밥을 먹고 다녔고 언론들은 여러 차례 펩이 가운데에 껴서 불편하다는 얘기를 했죠.
실제로 관련 질문들은 펩은 단 한 번도 대답을 하지 않고 크루이프가 없었음 본인은 여기 없었다는 얘기만 했죠.
로셀의 공약 중 하나가 펩을 장기 계약으로 잡아두는 거였는데 (무링요가 나라면 10년 계약을 제시한다 했던 그거) 크루이프와 틀어진 와중에 이게 가능할 거냐는 예상도 있었음. 물론 펩은 라포르타 때부터 1년 계약을 고수할 것이다. 라고 밝혀왔으니 장기 계약은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긴 했지만요.
두 번째는 자주 얘기했던 부분이지만 로셀의 또 다른 공약은 비야와 세스크 영입이었는데 라포르타는 자신이든 또 다른 누구든 로셀을 상대로 승산이 없다는 걸 재빠르게 인정하고 (당시 보수적인 소시오들이 로셀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했기에 사실 끝난 승부였음) 본인이 떠나기 전에 몇몇 핵심 선수들 재계약을 엄청 퍼주는 식으로 빨리 통과시켜버리고 다음 시즌 예산을 끌어와 비야 이적을 3월에 마무리시키고 도망가버림.
자신의 작품이 되었어야 할 비야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활약을 하니 조급해진 로셀은 펩의 의사도 묻지 않고 치그린스키를 25m 에 사 온 전임 보드진들을 탓하며 15m 에 도로 팔아버림.
이유는 재정 안정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는 거였는데 사실은 자신이 누군가를 사 오려면 어떻게든 예산을 만들어야 했음. 라포르타의 비야 이적료는 로셀이 쓸 10-11 시즌 예산에서 나온 거였기 때문에. 치그린스키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듯이 펩은 내보낼 의사가 아예 없었음. 오히려 다음 시즌은 적응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를 해줬다고 하죠.
스폰서 논의도 사실 따지고 보면 여론이 좋지 않은 걸 2006년 베이징 사건 때 이미 겪은 라포르타가 로셀이 만지작 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나간 거임.
바르셀로나는 선수 파는 건 이땐 더 못했고 돈 마련할 방법이 다양한 클럽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로셀은 더더욱 자신의 수완을 다양한 방면으로 언론들을 통해 때려댄 거임. 마스체라노, 세스크 등이 여길 오기 위해 연봉을 깎았다. 예상 이적료보다 적게 냈다. 스폰서 금액은 현시점에서 우리가 최대로 받는다. 등등등...
치그린스키 건으로 한 번 틀어진 와중에 이적 시장의 권한을 강하게 요구하던 펩과 정면으로 부딪힌 게 바로 마스체라노 이적. 펩은 당시 여름엔 세스크 외에 어떤 미드필드도 원하지 않았음. 전반기 마스체라노의 출장 빈도 수만 봐도 눈에 보일 정도로 펩은 본인이 원하지 않은 선수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를 잘 보여줬죠. 그나마 클래스 있는 선수니 그 정도라도 나온 거였음.
세 번째는 무링요한테 욕 박았던 그 기자회견 (이것도 페라르나우 책 보면 크긴 컸음) 보단 티토가 더 결정적이었다 생각하는데 티토가 병으로 빠지고도 권한을 안 내려놓으니 로셀이 로우라를 대신하고 티토가 아예 잠시 빠질 수 있는 임시 감독을 잠깐 고민했었는데 펩에게 부탁했다 하죠. 펩은 당연히 거절했음.
자신이 티토를 추천해 주고 갔는데 어떤 식으로든 그를 존중하려면 자신은 빠져 있어야 한다는 게 펩의 생각에 가까웠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축구와 떨어진 환경에서 쉬고 싶어서 미국으로 간 사람이었기에...
게다가 당시 아리고 사키부터 해서 유명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점점 펩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하고 다녔으니 펩 입장에선 본인이 임시 감독으로 가는 그림이 전혀 좋지 않았을 거임.
보드진은 이 이후 더러운 언론 플레이들을 함.
펩은 미국에 있음에도 티토를 보러 가지 않았다는 둥... 바르셀로나 선수들하고도 인사를 안 한다는 둥... 티아고의 에이전트가 펩의 형제였던 페레 과르디올라였기에 변동이 있는 바이아웃의 존재 (90m 유로인데 경기 수 못 채워서 18m 유로) 를 알고 뮌헨 행이 정해지자마자 티아고를 여름에 노릴 준비하고 있었다는 둥... 별의별 얘기들이 언론들을 통해서 쏟아지기 시작했죠.
이런 것들이 쌓이다가 터진 게 뮌헨-바르셀로나 친선 경기 때 펩의 기자 회견임. 자기 좀 제발 내버려 두라고 화냈던 그 기자회견.
로셀은 이후 스포르트와의 독점 인터뷰 (제가 번역한 게 있을 거임) 에서 펩이 왜 그런 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후에 밝혀진 걸론 둘이 전화로 얘기를 나누고 해결했다 하죠.
펩이 바르셀로나와 다른 환경을 겪어보고 싶다 얘기했던 건 당시 감독직 경험은 바르셀로나가 유일했기에 다른 클럽들은 어떤지. 협동 조합이 아닌 곳은 어떤지를 알고 싶었을 거라 생각함.
뮌헨은 그런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겠죠. 모두가 선수 출신이고 언론들과 서로 먹고살기 위해 짜고 치는 정치인들은 아예 없는 곳이었으니. 독일 언론들 자체가 카탈루냐 언론들하고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얌전한 것도 있었을 거고.
바르셀로나는 쿠만과 챠비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펩, 루쵸에게도 그랬고 크루이프에게도, 레이카르트에게도 그래왔던 팀임. 마찬가지로 누네스, 라포르타, 로셀, 바르토메우 다 전적이 있구요.
펩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얘기했던 건 아무리 바르셀로나를 사랑해도 이런 사람들 하곤 다시 일하기 싫어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랬던 거임. 감정이란 게 있는 건가 싶었던 발베르데도 2년 정도 겪으니 슬슬 조절이 안 되기 시작했던 게 바르셀로나 감독직.
제가 펩이 시티에선 행복해 보인다고 얘기하는 것도 진짜 그래 보여서임. 자신의 의도를 들키지 않으려고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하기도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사람은 아닌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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