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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간단4

by 다스다스 2024. 12. 9.






라인에 대한 시선은 사실 굉장히 고정 관념이 생기기 좋음. 라인을 올리면 무지성으로 공격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라인을 내리면 반대로 수비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어떨 땐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감독들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단순하게 접근하지 않음.





중요한 건 라인을 얼마나 유동적으로 가져가며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냐와 일관성과 일시적인 오버 페이스 중 무엇을 선택해 우위를 확실하게 가져갈 것이냐임.





여기서 중요한 게 상호 작용이죠. 내가 들어가 있으면 누군가는 나오고. 내가 올라가 있으면 누군가는 내려가주고 내가 맨투맨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지역 방어를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를 생각하고 등등...





라인을 과도하게 올리는 건 센터백들을 비롯한 최후방 자원들에게 많은 부담이 쏠리는 건 사실이나 반대로 체계적인 훈련과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동반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반대로 위협적인 무기 중 하나가 되기에 감독들이 종종 쓰는 거임. 뒷공간을 열어두는 만큼 상대를 끌어들이기 좋고 숏 카운터로 상대를 부수기 좋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의 공격 방식, 방향을 얼마나 제한적으로 만들어 후방의 선수들이 움직이는 곳을 좁게 만들어 주냐임. 그럼 아무리 상대가 빨리 볼을 내보내려 하거나 뒷공간을 빠르게 공략하려 해도 위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볼이 향하는 방향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만들어 두면 제일 먼저 그 상황을 인지한 선수가 지연시키러 가는 동안 (대표적으로 펩의 수비 방식) 나머지는 내려갈 시간이나 포지셔닝을 할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이게 되지 않으면 종으로 어마무시하게 달리니까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은 배로 늘어나며 뒷공간을 계속 내주게 되는 거니 자연스레 다수의 팬들의 시선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비판은 센터백들과 골키퍼에게 쏠림.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가 과거로 가면 피케임.





피케는 바르셀로나 팬들이 분명히 개인으로 보면 잘하고 있는 데도 이런 류의 실점이 나오면 압박의 실종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피케가 왜 못 따라갔냐고 깠죠. 푸욜 없으니 정신줄 놓는다고..





티토 시절에 연속 실점 기록 써 내려갈 때도 크로스를 다 허용해주다 못해 공중볼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이미 이 시즌부터 페이크 한 방에 넘어지던 알바와 양 측면 압박의 부재는 얘기하지도 않고 피케랑 발데스만 깠음.





이건 누가 맞냐 따지는 문제를 넘어선 그냥 매우 잘못된 시선임.





가끔 가다가 이렇게 뒷공간을 내주거나 실책성 플레이가 많아지면 요즘 자주 얘기하는 피보테의 존재감을 어필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간격을 얼마나 잘 유지하냐와 필드 위에 있는 모두가 미드필드로서의 면모와 수비수로서의 면모를 얼마나 보여주면서 메워주냐의 영역에 더 가까움.





실제로 요즘 피보테들은 풀백으로서의 호환이나 센터백으로서의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런 선수들을 빅 클럽들이 필요로 하고 찾으니까 그런 거임. 근래 고평가 받는 로드리처럼 아닌 거 같은데 하다가 여러 실험을 통해 대박 터지는 경우보단 이미 어렸을 때부터 갖춰져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대부분의 경우에선 훨씬 좋은 선수니까.





반대로 라인을 내리는 것도 요즘은 크게 보면 2가지의 형태를 띄고 있음. 아예 중앙 진입을 틀어막고 최대한 간격을 종횡으로 촘촘하게 해서 박스 안에서의 패스 루트를 덜 주려는 팀들이 있으면 그냥 들어올 만큼 들어오게 해 주되 중거리 각은 절대 안 주려고 횡으로만 길게 수비를 하는 경우가 있죠.





로또성 공격만 안 당하면 반대로 역습 나가기 매우 좋다고 판단하는 거죠. 상대가 중거리 각이다 싶어서 차는 순간 수비 벽 맞고 튀면 그게 루즈볼이 되니까. 그 루즈볼 경합에서 이기는 걸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거임. 마찬가지로 이러면 경합의 방식이 어느 정도 고정이 되는 거죠.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간다는 건 상황에 따라 이런 걸 얼마나 잘 섞을 수 있냐는 거임. 90분 내내 똑같은 걸 하고, 매 경기 똑같은 걸 하면 완성도의 문제는 물론이고 체력적으로 얼마나 올라와있냐가 항상 따라오기 때문에...





평균적인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공격적인 축구가 아니라는 거고. 라인이 매우 높다고 해서 또 공격적인 축구라고만 볼 수도 없다는 거임. 반대로 점유율이 낮다고 수비적인 축구라고만 볼 수 없는 거고. 라인이 낮다고 해서 또 그런 게 아니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고 선수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고 있냐가 중요하단 거죠. 일부 이론가들에겐 확률적으로 쓰레기 같은 공격 방식 중 하나로 분류되던 세트 피스가 근래 들어선 연구가 많아지고 다양한 형태로 전술전략이 나오는 것도 해석의 방식이나 접근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어떤 현상을 놓고도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임.





그리고 전 고집스럽고 하나밖에 모르고 공격 일변도의 축구를 좋아하지만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음. 그냥 성적을 떠나 그런 걸 보고 싶을 뿐임. 그런 거밖에 모르고 그런 걸 최고의 가치라 여기던 팀을 20년 넘게 좋아하고 있으니.





쫄보짓 하면서 챔스 4강 가는 것보다 무링요한테 쫄아서 더블 피보테 쓴다고 욕먹는 것보다 할 거 하다 지는 게 더 멋있다고 느낀다는 거임. 우승은 그러다 보면 언젠간 따라오겠죠. 실력은 언젠가는 성과로 찾아옴. 대다수의 팬들은 그런 인내심을 갖출 필요도 없고 이런 걸로 재미를 느끼지 않으니 성적을 요구하는 거구요. 전 다른 재미를 추구하고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거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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