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흘카엔케

by 다스다스 2024. 12. 18.







펩-치키 합작하면 흘카엔케로 대변되는 게 대표적인데 이게 오해가 많음.





그리고 먼저 밝혀두지만 전 여전히 치키 좋은 단장이라 생각함. 감독 의견 많이 반영하려 하고 과하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자기 주관도 있고.





근데 자기 주관이 가끔 과할 때가 있음. 이게 좋은 단장이란 평을 다 날려먹고 욕먹는 가장 큰 이유겠죠. 또 이런 자기 주관이 강하게 들어갈 때 잘 풀린 걸 본 적이 없기도 하구요. 잘 쌓아가다가 한 방에 반대로 다 날려먹는 한탕, 올인맨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부터 펩이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하는 게 후보 선수들의 불만 때문이란 이상한 고정 관념이 돌던데 전혀 아님. 즐라탄이랑 비슷한 시기에 터졌던 뚜레나 그다음 시즌 서운해하던 보얀 스토리나 만주키치 스토리만 봐도 그냥 본인의 선택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선수들한테 못 뛴다는 얘기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죠.





부딪혀도 대놓고 주전이었던 선수들이나 이미 알 박아버렸거나 팀이 밀어주던 선수들이랑 부딪히던 사람이고 그 방식이 소통을 끊고 플랜에서 제외하는 사람이지. 후보 따까리들이랑 그러던 사람이 아님.





에투, 데코, 호나우딩요 계획에 없다 하던 거부터나 실제로 저 중 2명 날리고 에투도 결국 쓰다가 막바지에 터진 것도 그렇구요. 뚜레가 바르셀로나 떠나고 1년 뒤에 했던 인터뷰만 봐도 말을 해줬으면 이해했을 거고 좋았을 거다 했었죠.





펩은 기복의 폭이 큰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거지. 자꾸 이거 저거 갖다 붙여서 논리를 비틀려고 하면 안 되는 거임. 어떤 미친 감독이 후보 선수들 관리하기 싫어서 컴팩트한 스쿼드를 쓰나요. 걔네들이 내는 불만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택받는 선수들의 불만과 결 자체가 다름.





아무튼 돌아와서 치키가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크게 일으킨 헛짓거리가 저 흘카엔케 중 엔케인데 이게 펩의 의사를 아예 1% 도 반영을 안 하고 치키가 독단으로 영입한 애들이었음. 흘렙이랑 카세레스를 엮어버리니 팬들은 다 펩이 어느 정도 관여한 걸로 알죠.





문제는 펩은 올 때부터 초짜 감독치고 영입에 대한 권한은 꽤 빡셌던 편임. 자기 안 거치고 영입하면 안 된다 했고 수비수들이랑 포워드에 한해선 자기가 고른 선수들을 영입해 달라 했죠.





바르셀로나 특성상 의장이 누가 됐든 나대는 성향이고 작품을 많이 따지니 그 부분에서 잡음이 끼는 걸 극단적으로 배제하려 한 거죠.





엔리케는 같은 시기 영입된 카세레스, 피케는 물론이고 장기 부상에서 돌아올 밀리토, 격년제로 잘하던 마르케즈 등이 다양한 이유들로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치키의 보험 같은 거였죠. 당시 기준으로 8m 유로나 주고 데려왔는데 펩이 공식 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안 썼음.





그래도 얘는 프리시즌 써보고 임대라도 잘 다녔고 이후에 유럽에서 나름 살아남기라도 했음.





또 다른 망작인 케이리손은 치키 마지막 시즌이기도 했던 09-10 시즌 영입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엔리케와 같은 에이전시 소속 선수였고 펩이 얘기한 왼쪽 포워드는 없고 (이때가 앙리 대체자로 리베리, 벤제마 얘기하던 시기) 얘를 데려다 놨죠. 당연히 펩은 거들떠도 안 봤음.





얘는 그냥 기량 미달 구더기였고 이거 때문에 치키가 뒷돈 논란에 시달림. 순전히 선수 딜이 아니라 뭔가 있어서 브라질 애들로 돈 장난 하는 거 아니냐고. 당시 해당 에이전시 최고 슈퍼 스타가 마타였는데 마타 딜 이끌어 낼라고 이 짓 하는 건 말이 안 되긴 했죠.





브라질에서 영향력이 강한 에이전시도 아니어서 사실 그냥 영입 자체가 미친 짓이었단 얘기도 있었구요.




결국 의심은 있었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긴 했음. 로셀이 라포르타 그냥 아예 죽여버리려고 할 때도 이거 건드렸던 거 같은데 나온 것도 없었고. 이 덕에 치그린스키 사는 데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고 바르셀로나는 얘네 둘로만 거의 25m 유로 전후를 땅에다 갖다 버렸음.





엔케는 따지고 보면 원한 적도 없는 선수를 단장이 사다 놨는데 감독이 그거에 휘둘리기 싫어서 그냥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한 거임. 레이카르트가 이런 부분들에서 너무 휘둘린 케이스라 펩은 아예 원천 차단한 거죠.





흘카엔케 중 흘렙은 좌우 되는 선수로 펩이 원했던 건 맞으나 불성실한 게 펩, 티토 모두에게 찍혀서 나가리 난 케이스. 바르셀로나 기준 역대급 멘탈 쓰레기 중 하나.





얘 대안이 모드리치였던 건 유명한 사실인데 당시 바르셀로나는 라포르타가 위기에 있던 상태라 유망주에 그 돈 박는 건 그냥 불가능한 일이었음. 이전 여름 때도 모드리치 딜은 돈 때문에 빠다리난 거. 이후엔 세스크 때문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모드리치도 유명한 치키 픽 중 하나긴 했음.






카세레스는 당시 리가에서 나름 핫한 유망주 중 하나였음. 잠브로타, 튀랑, 올레게르를 싹 다 정리해 버렸기에 후방 포리바렌테로 보고 꽤 거금을 질렀는데 어마어마한 돌대가리라 경기 속도를 전혀 못 따라갔음. 얘가 선발로 뛴 경기들 중에 무실점 경기 찾는 게 더 빠를 정도.





하도 더한 재앙들이 과거로도 많고 이후로도 많아져서 잊혀진 케이스. 게다가 당시 팀이 워낙 잘 나갔고 바로 다음 시즌에 온 치그린스키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어서 덜 언급되는 거죠. 아마 당시 펩 보는 눈 썩었다는 평에 1-20% 는 얘 몫이었을 거임.





펩-치키가 아닌 펩-치키-크루이프의 합작인 즐라탄은 뭐 토탈 풋볼의 이상론인 장신 포워드에 미쳐있던 세 사람이었으니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음. 영입 루머 때부터 우려하던 사키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게 당시 반응이었으니... 결국 09-10 4강 끝나고 사키는 신이 되어버림. 그때부턴 저도 사키 말을 조금 더 곱씹어봤던 거 같음.





아무튼 이럼. 피케가 빨리 안 터졌거나 아비달이 센터백 욕심이 없었다면 펩은 시티에서처럼 수비수 영입에 돈이나 시간을 많이 썼을 거임.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갸아앙  (18) 2024.12.23
리뷰 아님  (18) 2024.12.22
저번 시즌부터  (18) 2024.12.17
단상  (26) 2024.12.15
과거를 모르니  (24)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