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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어어어그그로??

by 다스다스 2024. 12. 27.







1. 보면서 느끼는 헛소리 중 하나가 약팀 검증임. 좋은 감독들은 알아서 빅 클럽들이 모셔 가는데 굳이 스스로 자기 가치를 깎아 먹으면서 아래 단계로 내려가야 할 이유 자체가 없음.





좋은 감독들이 서서히 주류에서 밀려나는 건 트렌드에 뒤처지는 건데 그건 꼭 전술전략에만 있지 않음. 대표적으로 무링요는 등장 당시 안첼로티와 거의 유사하게 분류되던 마름모 미드필드 구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성 추구를 바탕으로 더 트렌디한 축구를 하던 감독이지만 현재 더 빨리 주류에서 밀려난 건 오히려 본인임.





안첼로티가 더 트렌드를 잘 따라가서 그런 걸까요? 전혀요. 안첼로티는 부분 전술들은 어느 정도 가져오긴 해도 처음 마드리드 왔던 13-14 때랑도 기초적인 부분들은 전혀 변한 게 없음. 마드리드 팬들은 더 크게 느끼실 걸요.





무링요는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전형적인 올드 스쿨이니 이제 시대가 변하고 담금질의 시기도 2-4년씩 더 당겨진 현재의 흐름에 안 맞는 감독이니 빅 클럽들이 찾지 않는 거뿐임.





베니테즈는 00년대 초반부터 요즘 대다수의 팬들이 계속 외쳐대는 로테이션 신봉자였고 무승부를 좀 캐더라도 패는 쌓지 않으면 된다는 마인드에 가깝게 운용을 해오던 감독. 틈만 나면 로테이션 돌려댔죠. 흐름을 탈만 해도 자기 이론상 로테이션이 필요하면 잘 나가던 선수들도 빼고 그랬음.





트레이닝론의 발전, 관리법과 주기 등이 널리 퍼져 자리 잡으면서 순식간에 빅 클럽들이 눈길도 안 준 감독임. 3일 간격의 경기들에서 로테이션이 그렇게 크게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는 건 베니테즈의 이론이 오히려 역으로 힘을 실어줌.





2. 퍼거슨이랑 하인케스가 고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보통 나이를 먹으면 꼰대가 되고 본인이 해오던 걸 못 놓는데 반대로 다른 부분들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잘 훔쳐와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는 데 있죠.





00년대 중반 맨유를 보고 크루이프가 앞으로 5년 안에 챔스를 2번은 거뜬히 먹을 팀이라고 극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크루이프는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더 칭찬을 안 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이 정도 극찬을 했다는 건 얼마나 높이 봤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당시 EPL 빅 4 를 평가할 때도 이 중 유일하게 맨유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팀이라 했고. 델 보스케도 비슷한 논지로 얘기했었구요.





무링요의 4-3-3, 레이카르트의 4-3-3 등을 비롯한 4-3-3 변형의 시기, 오프 더 볼과 온 더 볼의 접근 방식 변화, 스팔레티의 제로톱, 트레이닝론의 대격변 등 알게 모르게 변화가 몰아치던 시기에 퍼거슨은 루니-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전술전략으로 트렌드를 앞서갔던 거죠.





독일은 00년대 가라앉은 이후로 8-90년대부터 특이한 훈련 방식들을 도입해 애들을 키우던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네덜란드, 아약스 등을 엄청나게 연구한 흔적들이 많은 나라. 트레이닝론이나 코칭 배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의외로 바르셀로나의 흔적을 많이 찾으실 수 있을 거임.





크루이프는 본인의 경험에 의거해 선수의 성장에 너무 많은 관여를 하면 안 된다는 이론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고 어떤 꼬맹이가 무언가에 막히고 있을 때 방법을 못 찾으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냅두라고 하던 사람.





크루이프의 경험이나 그가 들어줬던 예시 중 하나를 얘기해 보자면 드리블을 할 때 계속 막히면 패스를 하라고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그냥 냅두는 거죠. 스스로 뭔가를 이해할 때까지.





반 할은 이것을 꼬맹이들에게 더 높은 난이도와 더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면서 쓰던 사람. 반 할을 감독으로서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는 선수들은 까보면 다 그에게 중용받은 꼬맹이들. 그는 꼬맹이들이 자신의 지시를 벗어나는 건 절대 뭐라 하지 않았던 감독이자 성인 선수들 중 자신의 지시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선수들에겐 무한 쉴드를 쳐준 감독.





뮌헨이 반 할을 1단계로 삼은 가장 큰 이유죠.





하인케스가 12-13 때 바르셀로나를 만났을 때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던 건 마드리드나 빌바오 감독 경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축구가 돌아가는 이론적인 방식을 모두 다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 오히려 하인케스는 그때랑 지금은 축구가 좀 다르다 했죠.





3. 이렇듯 감독을 볼 때 너무 전술전략적인 요소들만 봐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감정적인 요소들만 봐도 안 된다는 거죠. 이게 이론가들이 배척당하는 가장 큰 이유임. 그들은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이론을 응용하는 게 아니라 이론을 앞세워 상황을 만들고 합리화하려고 하니까.





전 심플함이 꼭 나쁘다고 보는 사람이 아님. 오히려 멍청한 선수들이 많은데 괜히 이거 저거 가르쳐보겠다고 하면 복잡함이 팀을 망치기 마련. 그럴 땐 그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갈아 마시는 게 답이죠. 내키지 않아도 그래야 하는 거임.





좋은 감독은 크게 봤을 때 다양성을 갖추고 상황을 읽어낼 줄 아는 거죠. 이게 꼭 성적으로 이어지냐는 별개의 문제임. 성적이 안 좋아도 이런 자질이 있다면 다른 빅 클럽들은 그 감독을 찾거나 클럽의 보드진은 그를 기다리겠죠.





4. 현재의 시티를 놓고 전 펩이 일회성, 로또성 전술전략이나 과감한 변화를 안 줄 거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고 실제 펩도 그러고 있는 건 체력이 안 되니 뭘 해봤자 다 유통 기한이 45분 전후일 게 뻔하니 의미가 없다는 거임.





이건 막말로 챠비를 시티에서 보고 싶다는 건데 한 번 맛보시면 정신 못 차리실 거임.





아마 이미 뻗어버린 선수들 외에 나머지들도 망가지는 속도가 가속화가 붙었을 거. 만약에 전 펩이 이러고 있다가 현재의 성적을 거뒀다면 경질해야 한다 했을 거.





결과를 보고 있으니 펩의 문제들을 이러니 저러니 얘기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임. 몇 년 치 누적치가 터져서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하필 갈아 끼울 부품들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엔진이 고장 났으니까요.





갈아 끼울 엔진을 샀어야지. 도 결과론적인 얘기임. 그런 선수가 없는데 어디서 데려오나요. 유지를 택한 게 고집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였다는 거죠.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이겨야 하고 경쟁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게 시티와 펩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기대치라고 생각함. 그 부분에서 펩을 쉴드 칠 생각은 아예 없음. 허나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 끼워 맞춰 감독이나 선수들을 평가한다면 그건 애초에 의미 없는 소리라고 봅니다.





펩은 자신의 성공에 취한 적도 없고 이미 3-4번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앞서가고 따라가며 살아남은 감독임.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조금은 더 볼 가치가 있다 봅니다. 그러고 나서 얘기해도 늦지 않음. 그리고 혹여나 더 안 좋아진다 하더라도 펩의 평가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





이미 펩은 시티에서의 트레블로 본인에게 쌓여있던 모든 의문을 다 해소했음. 더 이상의 의문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하고 억까하고 싶은 거죠. 이건 답이 나와 있는 부분이라 봅니다.





+ 이거 굳이 안 붙여도 퍼가거나 떼가지 마세요. 이제 그냥 모든 글, 댓글들 그냥 다 여기서 끝냈으면 합니다. 다른 데서 쓸데 없는 논쟁에 그만 휘말리고 싶음. 유입 경로도 이제 안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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