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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갸아앙 3

by 다스다스 2024. 12. 30.







제가 제일 좋아했던 선수인 이니에스타도 그렇고. 저번 시즌부터 마드리드나 잉글랜드 관련 주제들을 다룰 때마다 벨링엄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지단에 관한 질문들을 종종 받을 때가 있는 데요.





유사성을 찾는 방식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니 정답은 당연히 없고 늘 말씀드리는 거처럼 설득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설득당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론 벨링엄에게서 지단을 찾는 건 사실 매우 거리감 있는 시선이라고 보구요.





물론 그가 지단의 등번호를 달고 있고 팬들이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을 때 그것을 만족시켜 주는 빈도 수가 적지 않으니 지단의 모습을 들이대는 건 이해하지만...





기본적으로 벨링엄은 본인이 볼을 소유하는 과정을 최대한 많이 가져감으로써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향의 선수가 아니고 뚜렷한 기준이 없이 적극성을 바탕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출발 선상이 아예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동선도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긴 편이죠. 요즘이야 좀 신경 쓰고 있습니다만.





이런 점에서 이니에스타가 지단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데에는 명확한 시선이 있습니다.





사실 이니에스타도 본인이 볼 소유를 최대한 많이 가져가려 한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과거 지단과 유사점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지단은 본인이 최대한 후방으로 덜 빠지는 와중에 볼을 잡고 소유권을 지켜내면서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거나 필요하면 볼을 잡고 전진을 시도하는 기본 틀에서 상대의 대응 방식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을 활용하는데 능했죠.





이런 지단을 어느 정도 제어하기 위해서 수비가 한 명이 아닌 그 이상이 붙을 때 지단은 동료들에게 생기는 공간을 잘 포착했고 잘 썼고 그 다수의 선수들을 상대함으로써 동료들이 웬만한 상황에서 항상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해 줬죠.





이렇게 지단의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말려버리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저자세를 취하게 되거나 지단에게 볼을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압박을 더 강하게 시도하게 되는데 이때 지단의 볼 소유를 바탕으로 한 전진이 상대적으로 더 빛이 나는 거죠.





이니에스타가 이런 점들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부스케츠가 등장하기 이전 챠비는 노골적으로 이니에스타와 동일 선상에서 간격을 유지하다가 최후방으로 빠져서 유도를 자주 시도했던 편인데 이니에스타는 이때 챠비와 벌어진 간격을 메우기 위해 같이 내려가는 게 아니라 챠비를 계속 보면서 볼을 기다리고 있다가 볼이 자신한테 오면 과감하게 전진을 시도하곤 했죠.





그렇게 자신의 전진을 제어하기 위해 1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선수들이 자신에게 붙으면 자연스레 바르셀로나는 공격에서의 우위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그렇게 내주고 다시 올라오는 챠비와 반대편에 있는 메시가 일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가 됐다는 거죠.





크루이프가 지단을 극찬하고 그를 영입하려 했을 때 미드필드보단 포워드로서의 가능성을 봤었다는 예상도 이런 것들에 기인합니다. 단순히 골을 넣고 어시스트를 하고 이런 것보다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고 빼내는 방식을 이행하는 것만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선수였으니까요.





메시 제로톱도 사실 엄청 복잡해 보이지만 전술전략이 돌아가는 구조는 엄청 간단했죠.





1. 메시가 중앙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있는다.

2. 상대 선수들이 이걸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메시가 충분히 공간을 쓸 수 있다 판단한 챠비나 알베스가 패스를 넣어준다.

3. 메시한테 당한다.

4. 당하니 이제 메시가 어느 위치에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막으러 간다.

5. 다른 선수들 공간이 열려버리니 메시가 그것들을 활용한다.

6. 이제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 쓰니 메시 제어가 완전히 실패한다.





이걸 제어하려고 나온 게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이고. 이런 원리를 보면 왜 크루이프가 지단에게서 포워드로서의 가능성을 봤는 지도 알 수 있죠. 게다가 지단은 이니에스타와 달리 볼이 자신한테 오는 방식을 덜 타는 선수였음.





전성기 피구는 오히려 장발 시절 메시와 비슷하게 항상 다수의 수비수들을 벗겨내고 동료들을 더더욱 자유롭게 만들어 줘야 하는 역할을 많이 했던 선수. 그래서 스탯은 떨어질지언정 경기는 항상 피구가 여기저기 다 가서 볼을 잡고 풀어줬던 편.





피구를 클래식 윙어라고 하는 사람들은 피구 경기 1경기도 안 본 사람들임. 봤는 데도 그런다면 진짜 이상한 거고.





간혹 오른발-오른쪽이라 그런 미친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안으로 들어오는 반대발 측면 포워드의 역할을 해낸 정석적인 선수로 여겨지는 선수. 괜히 히바우두-클루이베르트-피구를 이상적인 쓰리톱 중 하나로 꼽던 게 아님.






여기서부턴 개인적인 생각.





- 이니에스타의 광팬이지만 사실 그런 점에 취해 선수의 기량을 과하게 평가하진 않아서 지단 > 이니에스타는 항상 인정해 왔던 편. 유사성이 존재하기에 비교나 평가를 해온 거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이 비교도 안 해왔을 거임.





- 포워드를 판단할 때 스탯으로만 보지 말라는 건 무엇을 가지고 활용하고 응용하냐가 생각 이상으로 크기 때문.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를 간절히 바라던 건 그가 더 많은 스탯을 쌓을 거란 기대감보단 다른 것들이 훨씬 컸음.





- 피구는 거짓말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이전 가장 프리롤 포워드였던 선수. 선수들을 무언가에 가두고 제한하던 인상이 강했던 (히바우두랑 부딪힌 가장 큰 이유) 당시 반 할의 축구 안에서도 유일하게 혼자 자유로웠던 선수.





- 90년대 크루이프의 인터뷰 중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지단과 히바우두의 플레이 비교. 당시엔 저도 어릴 때고 배움이 짧았던 터라 이걸 보기 전까진 히바우두가 멋있다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정말 억지스러운 플레이를 자주 하던 선수.





- 벨링엄을 자주 칭찬했던 건 부지런함을 무기 중 하나로 삼는 선수 중 오프 더 볼 과정에서 잦은 경합과 상대 선수들을 벗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드물기 때문.





보통은 빈 공간을 찾으러 돌아다니지. 본인과 동료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그렇게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고 낚시질을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음. 그리고 이런 것들은 통계에 거의 안 잡히니 많이 짚어보려고 노력했던 편.






+ 제 기준 이상하다 느껴지는 질문들은 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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