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루이즈를 제외하면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빌드업 과정에서 다양하게 풀어내는 선수가 없다 보니 초장에 패스 루트를 없애고 파리 선수들이 빠르게 처리하게끔 해서 선제골을 빨리 넣으면 넣을수록 원하는 양상으로 풀릴 거라 가정하고 접근한 것 같은데 이거 자체는 잘 먹혔음.
돈나룸마, 마르퀴뇨스, 하키미, 네베스 등이 다 각을 좁히는 압박에 대처가 좋지 못하고 비티냐도 본인이 하이 리스크로 플레이 하면서 압박을 이겨내고 벗겨내고 전진하는 선수는 아니고. 그렇다고 패스 루트를 빨리 찾아내는 선수도 아니니 리버풀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죠.
결국 돈나룸마를 필두로 선수들이 롱볼로 처리하는 빈도 수도 많았고 롱볼들의 정확도도 대부분 다 박살 났죠.
문제는 이거 다음인데 1차전에서도 계속 하프 스페이스로 슬금슬금 빠지거나 반 다이크-코나테랑 같은 라인 선상에 있다가 아래로 갑자기 확 빠지는 뎀벨레를 너무 프리하게 두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 경기에서도 이거에 대한 대응책이 없었음.
어차피 앞에서 승부를 보고 골을 넣으면 그만이니 굳이 이 과정까지 연계해서 짜올 필요가 없었던 것도 타당하다 보지만 결국 실점이 여기서 나왔으니 비판을 피할 수가 없겠죠.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님. 일단 조타가 역겨울 정도로 도망 다니는 포워드고 루이스 디아즈도 주변에 동료들이 있어야 뭔가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미드필드들 (특히 소보슬라이는 반대로 과정에 많이 참여하는 포워드로 봐도 무방할 정도) 이 초장부터 너무 앞으로 가서 관여했음.
공격 과정에서도 박스 근처나 여차하면 박스 안에 들어가서 움직이니 뒤에 숫자 자체를 너무 적게 두거나 뎀벨레한테 시선을 너무 두면 반 다이크나 알리송의 순간적인 커버 범위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을 의식한 것 같은데 과감하게 할 거면 더 과감했어야 했음.








먹히고 나서 코나테가 뎀벨레한테 맨투맨을 붙었는데 반 다이크가 계속 손짓하면서 동료들에게 소리치던 거 보면 공간이 너무 비고 간격이 벌어지니 자리를 지키라고 했던 것 같음.
무엇보다 아놀드가 한 번 제껴지면 다음이 없는 수비수라 코나테가 자리를 벗어나면 그것도 그거대로 문제였을 테구요. 근데 코나테가 기존과 똑같이 하니 문제는 계속 됐음.
이미지들로도 이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남.











후반전 조정은 뎀벨레와 흐비챠를 프리하게 두는 경우의 수를 최소화 시키는 데 초점을 뒀음. 아무래도 실점 한 번 하면 넣어야 하는 골이 배로 늘어나니 압박의 시발점을 기존보다 내렸죠. 대신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갔는데 오히려 이게 더 낫지 않았나 싶음.





파리는 1차전에도 지적했지만 바르콜라-두에 교체가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음.
결국 선수들 위치를 크게 바꾸면서 경기 양상을 확 바꿔야 할 때는 이강인을 넣으면서 바꿔볼 수 있지만 흐름을 가져오거나 경기를 굳힐 때는 교체 자원들 중에서 이 부분을 충족시켜 줄 선수가 없음.
이건 루쵸가 시즌 막바지로 가면 갈수록 뭔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보구요. 두에로 찾으려고 어떻게든 계속 담가보는 거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음. 이건 스탯과는 별개의 문제임.
물론 토너먼트 원정에선 무조건 타협하고 실리적인 루쵸의 접근 방식이나 철학, 관념, 특성 등을 감안해도 너무 아슬아슬했음.
반대로 90분 일관성은 압도적으로 좋아졌다 봅니다. 리그 페이즈나 이번 16강에서 이 부분은 확실하게 증명했다 생각함. 흐비챠가 합류하면서 뎀벨레나 바르콜라도 수비 가담을 딱 출발만 잘 끊어주면 되니 멍청하게 수비하는 게 덜 드러나는 것도 크다 생각하구요.
연장전은 사실 어느 경기든 체력과 멘탈리티의 싸움인데 뚫고 올라간 것도 한편으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리버풀의 누네즈 투입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으면 혹시 몰랐을 거 같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