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탐구

by 다스다스 2025. 3. 23.






개인적으로 망상에 빠진 이론가들을 극혐하는 편이긴 한데 그것보다 더 극혐하는 건 이론적인 탐구를 멈춘 감독들임.





이미 모든 것들에 답이 정해져 있다 생각하고 그걸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류의 감독들. 쿠만을 현대적인 반 할이라 하고 반 할은 옛날 명장으로 취급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거든요.





전 반 할을 웬만한 사람들보다 높게 보고 그가 남긴 업적들이 단순히 트로피에 있다 보지 않지만 그는 90년대부터 22 월드컵까지 그냥 늘 똑같은 축구를 하고 똑같은 접근을 한 감독임.





그게 워낙 당시를 앞서갔고 근래에는 네덜란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아약스, 넓게는 토탈 풋볼을 연구한 따라쟁이들 (감독, 코치, 교수들, 트레이너들 가리지 않고) 이 나오니 오래 간 거죠.





세티엔 오기 전부터 절대 안 된다고 쓰레기 감독이라고 욕했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선수를 기계적으로 만들고 무언가 본인의 이론적인 면모들이 가득 들어간 것들은 변방 리그나 중하위권, 하부 리그 등에서 더 볼 수 있는 것들임.





별로 갖춘 게 없는 선수들한테 이거 저거 심으면서 이해시키면서 그걸 필드에서 보여주는 거니까.





비엘사가 머리 큰 애들 제일 싫어하는 이유가 이거임. 습관이 될 때까지 가르쳐야 하는데 머리가 조금만 크면 이걸 왜 해야 되냐고 따지니까. 사키는 반대로 밀란에선 항상 자신을 의심했기에 그런 것들을 설득해야 했다고 했죠.





바르셀로나가 당시 타타를 선임한 이유?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음.





단체로 유스 병에 걸리고 (살다 살다 몬토야로 알베스 대체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랑 티토 시즌 수비 구멍을 피케로 지적하며 바르트라 쓰자던 사람들은 그 당시 유스 병 걸린 사람들밖에 없을 듯) 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보는 내부자가 한 명도 없는 팀에 외부 인사가 와서 팀을 뜯어고친다는 건 분명히 합리적이었으니까.





근데 자기 평판이 떨어지는 걸 생각 이상으로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 과감함이 떨어졌죠. 아르헨티나 국대 가서도 똑같았음. 알고 보니 비엘사의 제자 중 가장 리더쉽 있고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한 번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본 적이 없던 사람이고 그릇이 엄청 작았던 사람인 거죠.





이렇게 자기 욕하는 거 싫어하는 감독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임. 그 뛰어나고 넘쳐흐른다던 트레이닝론 아이디어도 뉴웰스에서 뚝 끊겼음. 바르셀로나 입성 전후로 엄청 고평가 받던 타타 사단 코치들 다 통째로 박살 나면서 사단 해체까지 당했음.





결국 이거 실행에 옮긴 건 루쵸였음. 바르셀로나에 대한 서운함을 종종 밝히는 것도 이런 것들을 알아주지 않으니 그런 거겠죠.





살짝 산으로 갔는데 예전에도 얘기했듯이 전술전략은 비중의 차이지.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음. 아무리 전술전략적으로 좋아도 사람을 다룰 줄 모르고 이론과 실전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것을 응용할 줄 모르면 감독직 못함. 이걸 모르고 떠드는 사람들이 바로 망상에 빠진 이론가들임.





트렌드에 뒤쳐진 감독이더라도 살짝 변형을 주고 선수들이 가진 재능 자체는 날카롭게 볼 줄 알면 정점에 모자라거나 혹여나 정점에 도달해도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거지. 그거 자체가 감독직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거임.





중요한 건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거죠.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변하고 나날이 트레이닝론은 발전해 나가는데 감독은 구닥다리 짓만 하고 있음 안 된다는 거임.





국대 안 보는 건 어느 순간부터 그런 감독들만 선임하려 해서임. 왜 요즘 대다수의 클럽들이 조기에 애들을 채가려고 할까요. 다 이유가 있는 거임. 이상한 거 배워오면 선수 뜯어고치는데 한 세월임. 그런 경우의 수들을 최대한 지우고 시작하기 위해서죠.
 
 
 
 
 
우리나라의 최대 문제는 히딩크라는 토탈 풋볼의 이단아를 겪고도 그것을 제대로 익힌 감독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임. 제대로 배운 사람들은 굳이 코칭에 뛰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환경도 문제고. 근래 이거 그대로 따라가는 나라가 하나 있는데 칠레임.





홍명보란 감독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거?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단 하나도 없다 생각함. 선임 기준이 논란이 되던데 그게 아니라 왜 10년도 아닌 20년을 후퇴하고 있는 지를 논해야 한다는 거죠.





4년짜리 방향성은 방향성이 아님. 전 벤투도 진작에 후퇴하고 있던 나라에 왔으니 고평가 받는 거지. 솔직히 우리나라에 도움 하나도 안 된 감독이라 생각함.





벤투 뽑은 사람들부터 눈이 다 썩어빠진 사람들인데 무슨.. 그러니 시대에 뒤처진 축구 하는 감독이 우리나라에 맞다는 헛소리나 하던 거임.





전 비엘사가 공격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는 감독이어서 그가 우리나라 감독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 부르던 게 아님. 지도자들의 마인드를 뜯어고치고 선수들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깔아줄 또 다른 인물로 봤기 때문이죠.





앞으로 성장해 나가고 자리 잡아야 하는 건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 지도자들도 있으니까.





누구를 거르고 홍명보를 뽑은 게 문제다. 가 아니라 어느 누구도 한국의 5년, 10년 뒤를 고민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거임. 꼭 누가 오면 성적을 내야 한다. 어디까진 가야 한다. 누구는 이겨야 한다. 이런 것들에 쏠려버리니까.





외국인 감독을 써야 하는 건 더 이상 발전이란 게 없고 고여버린 쓰레기 감독들 쓸 바엔 외부 인사들이 낫다는 거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감독들에겐 기회를 주지 않으니 그들이 보고 배울만한 사람이 와야 한다는 거죠. 그럼 그런 사람한테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때론 커리어가 되니까.





뭐 근데 다 탁상공론이고 현실성 떨어지는 얘기긴 함. 뭐가 됐든 월드컵은 이제 당연하게 가고 늘 아시안 컵 우승 후보 (도박사들이 그렇게 보니까) 로 언급은 되니까.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황  (13) 2025.04.03
루쵸-마드리드  (22) 2025.03.27
스토리가 있음  (17) 2025.03.21
관찰 10  (36) 2025.03.19
개인적인  (21)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