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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무링요와 바르셀로나의 이야기

by 다스다스 2017. 6. 21.


제목만 보면 사소한 거 하나만 가지고도 불을 키고 시비를 걸던 그의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이 떠오르겠지만 사실 무링요는 바르셀로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크루이프를 존경하고, 반 할을 따르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며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꿈꾸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별로 관심이 갈만한 얘기도 아니고, 더 이상 무링요가 바르셀로나와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옛날 얘기도 재밌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잠이 안 오는 새벽인데 사실 뉴스는 흥미가 가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해서 뻘글이나 남겨놓게 되네요.


비선수 출신 감독이라고 강조하는 기사들이 종종 있지만 사실 무링요는 선수 출신입니다. 물론 현재진행형인 감독 커리어에 비해 참 볼 품 없는 선수 시절 커리어지만 약 8년 동안 포르투갈에서 중앙 미드필더로서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약 8년 동안의 커리어 치고는 94경기밖에 뛰지 못한 걸 보면 선수로서는 그렇게 특출나지 못한 편이었죠. 무링요는 그렇게 본인이 축구 선수로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체육 교사로 전직을 합니다. 단순히 꿈을 포기한 줄만 알았던 그는 체육 교사로 지내면서 본인만의 트레이닝론을 나름대로 확립시켜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명석한 두뇌로 인해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무링요는 1992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감독을 맡게 된 바비 롭슨 경의 통역관으로서 축구계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롭슨은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무링요를 참 신기한 인물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다름 아닌 일개 통역관에 불과했던 그가 롭슨의 옆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보면서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자신의 얘기를 통역해주면서 무언가를 지시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상당히 신기해했다고 하죠. 롭슨은 그런 그를 마음에 들어하고, 1994년. 즉 94-95 시즌이 시작될 때 포르투로 부임을 하게 되는데 무링요 역시 롭슨과 함께 포르투로 향하게 됩니다. 무링요는 이 때부터 본인의 능력을 조금씩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롭슨은 그가 가진 전술적인 지식과 정보 등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포르투 시절 그의 조언과 지식의 도움을 꽤나 받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롭슨은 2년 연속 포르투갈 리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크루이프의 드림팀이 무너지면서 휘청이던 바르셀로나로 향하게 됩니다. 포르투갈과 비슷한 문화권에 잉글랜드인이라 익숙치 못한 스페인어. 게다가 특이한 이베리아 반도의 문화성 등을 고려하면 무링요는 당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롭슨의 조언자였죠. 게다가 무링요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충분한 자리였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오면서 무링요는 단순한 통역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한 명의 코치로서의 역할을 많이 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허나 포르투갈에서와 다르게 과도한 언행이나 행동 등을 좋지 않게 보던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문화에서 무링요는 결코 좋은 시선을 얻지 못했고, 이런 부분에서 롭슨과 충돌이 몇 번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롭슨은 96-97 시즌. 단 한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되는데 이 때 무링요는 더 이상 롭슨을 따라다니지 않고 바르셀로나에 남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롭슨의 후임으로 다름 아닌 94-95 시즌 어린 아약스를 이끌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가가 극상한가치던 루이스 반 할이 오게 됩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반 할은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바르셀로나의 딱 알맞은 감독이었고, 성격이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무링요와 상당히 죽이 잘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무링요가 몇 차례 밝혔듯이 그는 반 할이 있었던 3시즌 동안 그의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의 감독 철학을 세우기 시작하죠. 그리고 반 할은 99-00 시즌을 끝으로 떠나고, 무링요 역시 카탈루냐 언론과 바르셀로나 내부 스탭들과의 갈등 등, 내부 스탭들이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긴 것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복잡하게 꼬이면서 바르셀로나를 떠납니다. 반 할 밑에서 배우던 시절 바르셀로나 감독에 대한 열망? 꿈?을 갖게 되었다고 언론들과 무링요의 일대기를 관찰하던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이 얘기를 하는데 저 역시도 꽤나 공감을 하는 편입니다.


그 이후에 포르투갈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며 아무 것도 없던 레이리아를 5위로 이끌고, 포르투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첼시에 와서 프리미어 리그를 본인의 손으로 가지고 놀면서 흥하기 시작한 무링요는 중간중간 바르셀로나와 붙으면서 적대적인 인터뷰나 바르셀로나 팬들의 분노를 사는 인터뷰를 몇 번 하기는 하지만 그는 첼시의 축구는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며, 자신의 축구 철학의 절반은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과 방식으로 이뤄져있다고 할만큼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첼시를 구단주와의 직접적인 충돌로 인해 떠나기 시작할 때 바르셀로나는 호나우딩요로 인해 흥했다가 호나우딩요로 인해 망하고 있을 때였죠. 무링요는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더 곤두박질치며 레이카르트의 경질과 팬들의 흰손수건을 통한 불만 표출 등 새 감독 루머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 먼저 바르셀로나에게 자신이 감독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당시 바르셀로나 보드진들은 얘기는 들어보겠다고 했을 뿐인데 무링요는 첼시 감독 시절 바르셀로나와 6번 (04-05 시즌 16강, 05-06 시즌 16강, 06-07 조별 예선) 붙어본 게 다인데 당시 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레이카르트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와 본인만의 플랜을 제시하면서 바르셀로나 보드진과 바르셀로나 지역 언론들을 깜짝 놀래킵니다. 재밌는 사실은 그는 챠비가 아닌 이니에스타를 위주로 한 미드필드진을 만드려고 했고, 램파드와 마이콘을 영입해야된다고 주장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호나우딩요를 팔아치우려고 했다는 점에선 펩 과르디올라와 유사한 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는 자신의 수석 코치로 당시 B팀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를 원했다는 것이죠. 


워낙 개막장이었던 당시 바르셀로나였기 때문에 크루이프의 주장이 언론들에게도 잘 먹히지 않았었죠. 크루이프는 당시 앞선에서 언급되던 세 명의 감독 (무링요, 라우드럽, 펩) 중에서 무링요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을 했었습니다. 오히려 레이카르트로 계속해서 가야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그는 무링요가 이상주의자를 벗어나 현실적인 사람으로 변했다고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죠. 허나 바르셀로나 보드진은 불만이 끝까지 차오른 팬들의 분노를 분명히 무언가로 식혀야됐고 무링요를 선임하려고 하나 그의 과한 요구로 인해 바르셀로나 행은 틀어지게 됩니다. 무링요는 바르셀로나가 자신의 연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맞춰주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의 스탭들을 자신이 원하는 스탭들로 갈아치워줄 것 그리고 이적 시장에서 자신의 권한을 100% 밀어줄 것을 요구하죠. 허나 바르셀로나는 그를 적어도 한 시즌은 능력으로서 실험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언행과 언플이 바르셀로나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신사적이어야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무링요와 바르셀로나는 틀어지게 되고 펩 과르디올라가 레이카르트의 후임 감독으로 오게 됩니다.


본인의 철학의 절반을 완성시켜준 클럽. 그 클럽에서 감독을 하면서 자신만의 에라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던 사람. 허나 인성을 운운하고 이를 거절한 클럽. 사실 펩 과르디올라가 그만한 능력이 없는 감독이었고, 금방 모가지가 날라갈만한 능력의 감독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 번 무링요를 노렸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라포르타가 나가고 로셀이 들어서면서 크루이프의 조언을 듣지 않았던 바르셀로나였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무링요는 결코 처음부터 바르셀로나에 적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반대로 바르셀로나 감독직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는 통역관 시절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상당히 일관성있는 사람이라는 것. 언제나올 지 모르는 그 특유의 내로남불 성향의 모습과 거친 언행, 제스쳐 등으로 늘 이슈를 몰고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 감독이지만 상당히 틀에 박혀있던 축구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자신만의 트레이닝론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시킨 뛰어난 감독이면서, 전술 역사에서도 언급이 될 수밖에 없는 발자취를 남긴 감독이라 어쩌다 한 번이라도 경기를 보게는 되는 감독인 거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후반기 첼시 전과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의 모습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나름 흥미롭게 만들기도 했고. 사실 다음 시즌 제일 기대되는 팀이 맨체스터 시티인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그에 상응하는 경기력으로 보답할 지, 못할 지 그것도 다음 시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러나저러나 이피엘에서 제일 흥행을 이끌어내는 건 맨체스터 형제들이니까요.


이제 와서 보면 자신의 스승 중에 하나였던 반 할과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인 인테르 트레블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마주쳤던 것과 자신이 바르셀로나에 코치로 있던 시절 가장 가까웠던 선수였던 펩 과르디올라와 감독으로서 이렇게 라이벌리가 형성됐다는 것. 그리고 그가 선택한 또 다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본인이 오기 전까지 이끌었던 감독이 반 할이었다는 것. 참 스토리가 많은 감독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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