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오나 파리 갔다가 떠나고 싶다는 기사가 주기적으로 나오는 네이마르, 베라티를 보면 리그 자체가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보통 유럽 나라 중에서 월드컵을 우승한 나라들 (근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을 보면 자국 리그 자체가 그 시기에 매력적이고 (이런 주류에서 멀어져있는 나라 선수들이나 남미 선수들이 선호하는 리그가 되기도 하고) 나라의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그 나라 안에서 나름 이름값 좀 하는 클럽들에서 한 자리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프랑스는 이런 쪽과 또 거리가 엄청 멀다는 것도 리그앙의 수준과 매력을 대변하는 것 중 하나일 수도 있겠구요. 파리가 다른 매력 (돈이나 주전 보장, 에이전트 수수료 등) 을 어필하면서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하는 것도 하나의 증거겠죠?
실제 리그앙 같은 경우에는 리그 순위만 봐도 모나코 같은 변종이 튀어나오는 시즌이 아닌 이상 거의 1~2월 즈음부터 우승 경쟁이란 게 의미가 없어지는데 (이번 시즌도 2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13점 앞서고 있고 사실상 19점 리드인 셈인데 심지어 무패. 여섯 번 자빠져도 2위인 릴이 6연승을 해야 1점차로 붙을 수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죠.) 사실 이건 토너먼트에서의 경쟁력과도 연관성이 있거든요. 전 파리가 자꾸 챔스에서 16강이나 8강에서 떨어지는 게 스쿼드의 한계도 있겠지만 이런 리그 경쟁력이 긴장감을 박살내면서 따라오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장기간 레이스를 달리는 과정에서 이미 3~4달 전에 우승이 확정되어버리면 당연히 스쿼드 전원이 느슨해지기 마련이고 그걸 아무리 감독이나 베테랑들이 잘 잡는다해도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측면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바르셀로나도 12-13 시즌에 이미 한 번 겪어본 문제기도 하죠.
로테를 돌리기 제일 좋은 동네고 그래도 승리가 따라올 확률이 제일 높은 동네인데 이런 면에서 제일 효율이 떨어지는 거 보면 리그에서 마주하는 상대들의 모습도 당연히 있겠구요. 아리고 사키가 바르셀로나가 인테르한테 떨어질 때 화산재의 문제를 떠나서 라 리가의 특성 (순위를 가리지 않고 수비적인 방향성을 추구하지 않던 당시 라 리가의 특성을 얘기한 것) 은 인테르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즐라탄의 그런 비효율과 그 시즌 바르셀로나가 수비적인 방향성의 팀을 마주했을 때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던 것처럼. 파리 경기 보면 그냥 상대들이 일단 무조건 수비부터 합니다. 경기 보면 양상이 늘 똑같아요. 깨부수냐 마냐. 누가 감독이어도 어느 순간 놓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란 확신이 들 정도로 양상이 뻔하달까요.
이런 면을 바르셀로나에 대입해보면 (예를 들면 리버풀이나 맨유처럼) 절대 큰 폭으로 무너지지 않는 마드리드의 존재와 알레띠의 상승, 몇 년 길게는 몇 십년 고정적인 틀을 강조하는 몇몇 팀들은 분명히 바르셀로나에게 타격이 된 부분도 있겠지만 넓게 봤을 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파리는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계속해서 마주할텐데 언제까지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빅클럽들과의 경쟁에서 돈으로 승부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파리 관계자여도 조금 조급해지긴 할 것 같아요. 게다가 라비오가 정말 이런 식으로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 정도되는 클럽에 자연스럽게 가버린다면 이제 선수들은 나갈 방법이 뭔지 확실하게 알겠죠. 어렸을 때 가서 돈은 돈대로 땡기고 재계약은 안 하고 나오면 난 전성기에 내가 원하는 클럽을 갈 수 있다.
라비오가 바르셀로나에 오든 안 오든 그거와 상관 없이 이 선수가 떠난 것은 단순 돈 문제나 출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게 파리가 재계약에서 제시한 금액이 바르셀로나가 제시한 금액과 정말 큰 차이가 없어요.
제가 음바페라면 지금 이런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재계약하지말고 프리로 나가도 난 22살~23살인데 오히려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이나 어디든 나에게 접근할 수 있을 텐데.' 월드컵 우승을 깔아둔 선수가 이런 욕심을 안 가질 수가 있을까요?
아리고 사키 曰 (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와 밀란의 경기에 대한 코멘트)
예전처럼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던 바르셀로나는 분명 아니다. 제대로 된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높은 레벨에 머무르고,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보자면 리가를 이른 시간에 따낸 것이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 리가 우승을 차지한 거나 다름 없는 상황에 돌입하면서부터 바르셀로나가 조금 여유를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리가와 다르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16강, 8강, 4강, 결승 어떠한 위치에서 펼쳐지는 경기든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고, 모든 것을 다 바쳐야한다.
바르셀로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까. 일단 첫째로 과르디올라가 떠난 것이다. 둘째는 티토의 재발. 그리고 셋째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리그가 될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이유가 바르셀로나의 하락을 나타내고 있으며,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경쟁력 있는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와 동시에 재미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략)
산 시로에서 바르셀로나가 큰 문제를 겪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을 기다리기만 했으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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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의 위상이 가장 크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리그가 치열하지 않으면 (또는 우승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 챔스에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제 입장.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파리가 아닐까.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코파 델 레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펩이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이들의 축구가 기복을 가장 꺼려하고 고정적인 기용 방식과 틀을 주장하는 것을 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