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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51 (바르셀로나, 쓰리백)

by 다스다스 2020. 1. 26.






하도 EPL 이 유행하고 콘테가 쓰리백으로 우승을 한 번 차지해서 그런지 쓰리백에 대한 접근 방식이 고정적이고 단편적인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의 쓰리백이나 공격밖에 모르는 비엘사의 쓰리백 등 공격적인 방향성을 띄고 있는 쓰리백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지금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의 쓰리백을 볼 때 중요하게 바라볼 부분은 얼마나 삼각형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그걸 토대로 패스 길을 만들면서 상대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빠르게 속도를 내고 전진을 하냐입니다. 이게 되면 유의미한 장면은 되게 많이 나올 거에요. 상대의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이미 볼이 그 주변에 가있다는 뜻이니까. 안 되면 세티엔의 바르셀로나가 세 경기 동안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계속 보여주겠죠. 문제는 뭐냐면 이런 배치와 전술은 측면이 사실상 전부이자 목숨줄입니다. 거기에 목숨을 걸어야하는데 이 사람은 정반대로 접근을 하고 있는 거에요. 이유가 뭘까요? 어설프게 타협을 하고 있으니까.



(이거입니다. 이거. 수 많은 삼각형을 만들면서 볼이 있는 주변에서 계속 되는 수적 우위와 그를 바탕으로 한 측면에서의 빠른 전진. 그라나다 전에선 몇 번 보였지만 상대가 간파하니까 결국 그게 다였습니다. 그 이후로 아예 안 보이고 있죠.)




대표적으로 봤을 때



- 몇 명의 선수들이 경합을 압도적으로 밀리니까 그리즈만, 데 용 같은 선수들을 그들의 단점을 메우는 데 쓰고 있고



- 이렇게 속도와 전진을 위해 배치를 했으면 그만큼 압박 지점이 올라가고 선수들이 바로바로 움직여야하는데 오히려 압박 지점은 애매하게 잡혀있어서 상대는 역으로 측면을 공략해서 그 공간을 타고 하프 라인만 넘어와도 바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으며



- 필드 위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과 동선을 이해하면서 뭔가 겹치고 있다란 느낌을 주지 말아야하는데 그런 느낌을 엄청나게 주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수들이 멈춰있고 실수를 두려워하고 메시만 찾죠.





제가 그라나다 전 한 경기 보고 마지막에 세티엔은 포리바렌테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라고 한 건 이 배치를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데뷔전에 바로 썼기 때문입니다. 이건 순간적으로 변하는 자신의 역할과 동선을 이해를 못하는 선수들이 뛸 수가 없는 배치에요. 왜냐면 동료들을 믿고 멈춰있어야할 때와 본인이 계속 움직여야할 때를 훨씬 더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하니까요. 그래야 삼각형이 계속 만들어지고 누군가가 고립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세티엔은 안 될 것 같은 애들한테는 이미 먼저 선을 긋고 통보를 한 거죠. 나가라고. 보드진은 일단 뭔가 보였고 (안 보였어도 기술진이 옆에서 떠들었을 거에요.) 최소 6개월은 함께 갈 감독인데 아예 초장부터 의견을 묵살할 수는 없을 테고.




레이카르트부터 펩, 루쵸가 이걸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나 자신들이 성공을 거둔 다음 시즌에 도전했던 건 그만큼 팀이 만들어졌을 때 가능하다라는 걸 나타낸다고 보구요. 실제로 레이카르트는 저 측면의 위험성을 사전에 우려하고 센터백을 세 명 세워뒀는데 오히려 실점은 더 많이하고 털리기는 더 많이 털려서 바로 기존의 전술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죠. 




크루이프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93-94 시즌이 크루이프의 드림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로 가장 완성도가 높았으면서 동시에 가장 기복이 심했던 시즌으로 평가받는 시즌인데 뜬금포로 패배를 당하거나 대패를 당하는 경기도 종종 있었죠. 외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바라보면 측면 투자가 제대로 안 이뤄진 게 가장 컸습니다. 누가 빠졌거나 아팠다던가. 지쳤다거나 약점을 공략당했다거나 안정적인 교체를 했다가 그게 화를 불러서 졌다거나 등등... 실제로 93-94 시즌 알레띠 원정 가서 전반전에 호마리우 해트트릭으로 3대0 으로 앞서고 있다가 치키 빼고 나달 넣었다가 후반에 4골 연달아 먹히고 졌습니다. 라우드럽이 안 나와서 좌우 밸런스가 붕괴되서 오질나게 공략당해서 깜노우에서 빌바오에게 얻어맞은 경기도 있었고. 심지어 이 경기에 2분만에 골 넣은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전임 감독이기도 한 발베르데였을 거에요. 빈공에 시달리고 경기당 실점이 1골이 그냥 넘어가던 레리다한테 역으로 잡아먹혀서 진 경기도 있었고.





솔직히 입성 전부터 우려스럽게 얘기했던 그대로의 모습들을 싹 다 보여주고 있어서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있는데 몇 경기 더 봐야하는 건 맞습니다. 근데 세 경기를 보고 선수들을 후려치거나 하는 건 안 봤으면 좋겠네요. 이런 거 때문에 커뮤니티 안 하는 건데 블로그에도 보이니까 좀 짜증나기도 하고. 미드필드의 기용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쓰는 방식이 문제가 있던 거고 그리즈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쓰는 방식이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수비가 안 된다고 온전히 그 문제를 수비수들이 떠안을 것도 아니구요. 세티엔이 지금 하는 건 그냥 아무 의미없는 점유율 축구에요. 저런 건 지공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티키타카란 용어 되게 싫어하는데 아무도 저런 축구를 보고 티키타카나 지공이라고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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