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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49 (발렌시아 전)

by 다스다스 2020. 1. 26.





라인업 보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는데 우려한 것들만 그대로 나타난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긴 하고 이제 세 경기째인데 이 정도면 세티엔을 우려한 제 의견이 뭔지는 대강 아실 거라고 믿구요. 물론 조금 더 봐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이번 시즌 초중반에도 발베르데가 타협을 택하기 전까지는 계속 봐야된다고 얘기했던 저이기도 하고. 그 기준을 세티엔이라고 다르게 적용할 필요는 없겠죠. 물론 현재까지의 평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에서 변함없습니다. 쉬는 동안 축구 경기들만 보고 본인의 생각은 전혀 안 고친 느낌이네요. 실전에서 느끼고도 안 변하면 그대로 집에 가는 거죠 뭐.





예상한 것처럼 아르투르와 데 용이 최대한 횡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양 측면을 나눠먹으면서 그리즈만은 이 둘과 메시를 보조해주고 메시는 본인의 장점이 최대로 발휘되는 공간을 보장받으면서 필드를 넓게 쓰는 걸 선택했는데 원하는 데로 단 하나도 안 됐습니다. 일단 상대 팀이었던 발렌시아가 올 시즌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측면이 약해서 상대적 약팀을 공략하는데 문제가 있는 첼시를 상대해본 경험도 있었고 노골적으로 측면에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때려박아서 측면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아약스를 만나본 적도 있었기에 공부는 꽤 되어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거기다 발렌시아의 감독인 셀라데스는 바르셀로나의 관념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서 분석하면서 아마 본질적인 문제를 완벽에 가깝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해왔을 거에요. 제가 셀라데스였어도 그라나다 전 보고 어????!!!! 하고 소시에다드 전, 엘 클라시코 보고 대략적인 그림을 짰을 것 같음. 그게 결과로 나타난 거라고 보구요. 마지막으로는 세티엔의 실책이 컸습니다. 장점을 살릴 거면 확실하게 살렸어야했는데 또 어중간하게 들고 나왔어요. 앞에 셀라데스 얘기도 이거고 그라나다 전 후기에서도 얘기했던 건데 장점도 취하면서 단점도 가려보자는 의도가 필드 위에서 자꾸 보입니다. 오늘 보시면서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으신 분들은 아마 이것 때문일 거에요.




사실 선수들의 배치나 의도 자체는 맞는 방향 중의 하나긴 해요. 발베르데도 시즌 초반에 이런 걸 보여줬기 때문에 방향 자체는 맞다고 얘기했던 거고. 지금 바르셀로나는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바로 상대를 저자세로 만들면서 뒤로 밀리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메시는 제외입니다. 늘상 말하지만 메시는 측면 자원이 아니에요.) 아르투르랑 데 용이 최대한 넓게 움직이면서 기여를 해야하거든요. 발베르데는 이 둘 말고 이게 가능한 미드필드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팀의 기복을 우려해서 다 엎어버린 거고 세티엔은 아직 이 라인업을 딱 한 경기만 봤기 때문에 확신은 못 하겠는데 아르투르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오해는 안 하셨음 하구요.





그럼 본격적으로 경기 얘기로 들어가보면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게 데 용과 아르투르의 자리였는데 데 용이 전반전부터 오른쪽에서 계속 횡패스 아니면 백패스만 하고 있었습니다. 볼을 갖고 있든 갖고 있지 않든 움직이기엔 파티, 메시랑 동선이 겹칠 확률이 너무 높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멈춰있었죠. 그것도 측면에 쏠려서. 왜 거기 있어야했는 지는 수 없이 설명했고 이전 글에도 있으니 그걸 보시면 될 것 같고. 그래서 중간중간 그리즈만과 파티의 스위칭이 있었는데 그것도 사실 그렇게 유의미하다고 보긴 그랬고. 사실 오늘 데 용이 했던 건 아르투르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이에요. 오히려 아르투르가 거기서 그러고 있었으면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 실제로 아르투르는 왼쪽에 위치할 때 상대가 이미 수비 대형을 잡고 있거나 볼이 느리게 굴러갈 때 너무 뻔해요. 저번 시즌에 비해서 몰라보게 성장한 건 맞는데 이건 여전히 가지고 있는 문제고 포지셔닝과 판단력은 나아져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잘할 때도 계속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근데 다행히도 성장 가능성이 없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오른발을 위주로 쓰고 측면까지 돌아다니면서 움직여야하는 걸 생각해보면 아르투르가 맞겠죠. 데 용은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고 보고 있기도 할테고. 이래서 이론으로 똘똘 뭉쳐있는 감독을 싫어하는 거고 세티엔을 높게 안 보는 겁니다. 진작에 할 수 있는 대응이었고 교체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거였는데 비달의 투입 후에서야 데 용이 넓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죠. 데 용이 전반전에 하던 거 후반전엔 세르지가 그대로 하고 있었어요. 아르투르 있을 땐 둘이 그러고 있었습니다. 이것 역시 세티엔이 베티스에서 보여온 약점에서 변한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좌 - 아르투르가 나가기 전까지 데 용의 패스맵. 우 - 아르투르가 나가기 전까지의 데 용의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 - 아르투르가 나간 후 데 용의 패스맵. 우 - 아르투르가 나간 후 데 용의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아르투르가 나간 후 세르지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똑같죠? 그림 끼워맞추기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데 용이 전반전에 하던 거 세르지가 거기서 똑같이 하고 있었어요. 이게 뭘 뜻하냐면 아주 유의미한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 한 명을 버리고 시작한 겁니다. 이걸 56분이 되서야 고쳤다는 건 명백한 세티엔의 실책일테구요.)



(아르투르가 나가기 전 세르지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덧붙여놓는데 똑같습니다. 이래서 계속 보면서 데 용이랑 아르투르 자리를 바꾸든 뭔가 바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거고.)





두 번째로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알바나 파티가 계속 온 더 볼 상황이 되면 경합에서 밀렸는데 근처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측면에서 경합에서 밀리거나 볼을 잃을 수 있어요. 메시도 그러는데 다른 선수들이 안 그런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근데 그렇게 볼을 잃었을 때 측면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가져가서 스로인을 만들어주거나 상대가 볼을 뒤로 돌리게 만들어야하는데 오늘 그런 장면을 90분 동안 한 번인가 두 번 봤습니다. 그라나다 전은 데 용이랑 아르투르가 없었다는 쉴드라도 가능했지. 오늘은 쉴드칠 게 단 하나도 없어요. 파티 욕할 것도 없습니다. 데 용이 주변에 있을 땐 데 용 한 명만 붙어주고 세르지가 주변에 있을 땐 세르지 한 명만 붙어주는데 자신한테는 박스에 조금만 가까워져도 수비수 두 명이 붙는데 거기서 뭘 하겠습니까. 네이마르나 이니에스타 정도는 와야 그런 대응에 대처가 가능했을 거에요.





메시도 오늘은 잘할 수가 없었던 게 팀의 모든 활로가 다 틀어막히면서 자신의 장점을 유의미하게 발휘할 수 있는 공간보다는 그 공간을 벗어난 지역에서 더 많이 움직였습니다. 거기다 메시, 아르투르, 데 용, 부스케츠 등이 가장 볼을 많이 만지고 이들이 볼을 잡았을 때 유의미한 모습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특히 메시 같은 경우는 볼을 잡으면 발렌시아 선수 한 명이 바로 붙어주면서 최소 두 명이 언제든지 바로 다음 동작을 가져갈 수 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메시랑 볼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경기 다시 보실 분들은 특히 전반전에 보시면 메시가 볼 잡을 때 한 명이 붙으면 최소 두 명은 그러고 있는 거 보이실 겁니다. 대부분의 팀들이 보여준 모습이라기엔 발렌시아는 오늘만큼은 메시의 온 더 볼에 시선을 그렇게 많이 안 뺏겼다고 보구요. 그만큼 바르셀로나를 잘 파악하고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좌 - 이번 경기 메시 패스맵. 우 - 이번 경기 메시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그리즈만도 오늘 터치 미스도 많았고 잘한 건 없는데 제가 세티엔 옆에서 입 가리고 조잘조잘 거리는 그 놈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이었으면 일단 그리즈만을 횡으로 넓게 뛰라고 지시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동선을 조정하면서 조금 더 과감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라고 지시하는 건 어떨까요? 라고 했을 것 같네요. 문제점을 모르진 않을 것 같은데 어설프게 이것저것 할 게 아니라 박살이 나는 한이 있어도 잘하는 것만 해보자가 되면 달라지긴 할 겁니다. 세티엔 아래에서 그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나머지는 이 글로 대체합니다. (클릭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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