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구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바로바로 자버리기 때문에 축구보다는 농구를 더 많이 보는데 확실히 재밌습니다. 조금 더 눈에 잘 보이고 많이 알게 되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네요. 뭔가 용어도 엄청 많은데 실제 행동 자체는 다 비슷비슷해보여서 구분하기도 힘들고... 주로 보는 팀이 조금 바뀌었는데 근래에는 포틀랜드, 멤피스, 뉴올리언스, 새크라멘토, 휴스턴, 토론토 이 정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포틀랜드는 농알못인 제 눈에도 보일 정도로 약점이 뚜렷하고 뻔한 농구를 하긴 하는데 제가 워낙 릴라드랑 맥컬럼을 좋아해서... 요즘 제일 재밌는 건 토론토와 휴스턴인 것 같네요. 농구 보시는 분들은 토론토 경기 한 번 보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농구하는 방식 자체가 되게 재밌어요.
원래 어떤 스포츠든 다시 보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생중계 특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어서 싫어합니다.) 농구는 리그 패스까지 끊고 이것저것 엄청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근래엔 어플 키면 다 농구 컨텐츠만 뜰 정도...
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난 시즌까지 그리즈만 덕에 전혀 안 맞는 성향의 축구를 함에도 꽤 챙겨본 팀인데 바르셀로나보다 더 큰 변화가 필요한 팀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근데 실행에 쉽사리 못 옮기는 이유는 크게 봤을 때 두 가지로 보는데 첫째는 시메오네의 후임을 ‘무조건’ 잘 뽑아야합니다. 애매한 감독이 오면 아무리 좋은 선수들을 들고 있어도 그냥 바로 나락으로 갈 정도로 여파가 쎄게 올 거에요. 그만큼 이 팀은 시메오네의 철학이 내외적으로 뼛속 깊이 박혀있는 팀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그러냐면 시메오네는 비엘사의 제자다운 축구를 하진 않지만 자신의 방향성 안에 비엘사의 이론들이 아주 많이 박혀있습니다.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 (비엘사보다 맨투맨에 대한 집착이 덜하긴 합니다.), 특정 지점에서의 강렬한 볼 탈환과 기계적인 틀, 측면 투자에 대한 중요성,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체력 리듬 조절 등등.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타타 마르티노란 감독이 어떻게 망했는 지를 보신 분들이라면 코치들을 통해서 퍼스트 팀은 물론이고 그 아래 카테고리까지 기가 막히게 관리하고 있는 시메오네의 후임은 고려할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알레띠 팬들이나 언론들에서 포체티노 얘기가 나오는 거라고 보는데 비슷해보이지만 또 다르다고 봐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보르달라스는 헤타페가 하는 축구를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얘기만 들어보면 지금 변화를 주면 오히려 개박살이 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안정적인 선택지로 보는 느낌인데 이 감독을 제가 잘 몰라서 확실하게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둘째는 분위기 전환입니다. 이건 시메오네가 나가는 거 자체가 어느 정도 일어날 현상이긴 합니다만 시메오네 하나론 부족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게 이미 내부 분위기 자체는 몇 년 동안 누적된 게 있어서 어느 정도 고정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새로 들어올 선수들이 분명 있을텐데 이런 외적인 면 역시 큰 변화가 한 번은 필요해보입니다. 이런 게 의외로 동기부여를 확 끌어올릴 때도 많구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각심과 타이틀 경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런?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저번 시즌 솔샤르를 칭찬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이번 시즌은 포그바의 장기간 이탈이 치명적이다못해 모든 플랜을 박살내버렸다고 봅니다. 감독으로서 그런 변수를 사전에 잘 예방하지도 못했고 이후에도 잘 통제해낸 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봐야할 것 같단 생각은 들어요.
솔샤르의 축구를 쉽게 풀어보면 포그바가 최소 2.5~3인분은 해주면서 나머지에게 딱 잘할 수 있는 것만 지시하면서 복잡하게 구성을 안 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요즘 주류를 이루는 감독들이 하는 것처럼 절반 이상의 기계적인 틀을 만들기보단 전술적 중심이자 많은 걸 기복 없이 해낼 수 있는 선수 한두명을 제외하고 나머지에겐 심플하게 하나 던져주는 거죠. 자신의 스승인 퍼거슨이 가진 선수들 (때론 애매하다못해 답도 없는 선수들) 로 이런 융통성 있는 운용과 경기 중 대응의 천재였으니 어느 정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겠죠? 물론 퍼거슨과 비교하면 한참 멀다못해 새끼발가락에 낀 때만큼도 못합니다.
그래서 포그바가 없는 경기들을 보면 프레드나 마티치 같은 선수들이 과부화에 걸려있는 경기들이 많아요. 약팀과의 경기에선 고전하는데 (디테일한 수정이 안 들어가면 이길 수가 없게 노골적으로 맨유의 약점을 노린 대응책을 짜오니까) 자신들이 단순하면서도 심플하게 풀어가는데 더 적합한 강팀들과의 경기에선 의외로 선전하는 것도 이게 제일 크다고 보구요. 이번에 영입된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이런 쪽으로 팀에 기여하면서 특정 선수들의 과부화를 막아줄 수 있다면 포그바가 돌아오는 시점부터 맨유는 좋은 흐름을 탈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4. 뎀벨레
올 때부터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될만한 재능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와서 뛰는 걸 보면서도 만족스럽다거나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결국은 처참하게 실패한 작품이 됐다는 게 확실해졌네요. 개인적으로 늘 그렇게 생각해오긴 했지만 도장이 찍힌 것과 안 찍힌 건 다른 거니까. 여론이 박살난 상황에서 바르토메우가 뎀벨레에 관해서 긍정적인 발언을 한다면 팬들의 반응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보구요. 약 6개월의 회복 기간을 걸친 이후에도 건강하게 돌아올 거란 보장이 없고 오히려 다시 이런 신체 리듬의 문제로 누울 수도 있을 거고. 좋아진다 하더라도 6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서 뎀벨레란 선수 자체가 무한한 변수를 갖고 있는 선수가 됐다고 봅니다.
뎀벨레가 실패했다고해서 다시 방향을 틀어서 무조건 일반적인 전성기 나이대에 걸쳐있는 선수들만 데려와야한다는 건 아닌데 앞으로 어린 선수들을 데려올 때 해당 선수가 가진 툴이 최대치로 터졌을 때의 어떤 모습일까보단 당장 가진 기본기와 보여주는 모습이 냉정하게 봤을 때 어느 정도인지를 조금 더 고려하고 데려오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그게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예시를 들면 데 용 같은 케이스겠죠?
겨울 이적시장 행보를 보면 내부에서 뎀벨레의 복귀에 대해서 꽤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고 확신이 서는 선수가 그만큼 겨울 시장에는 없었다는 소린데 바르토메우는 다가오는 여름에 어떤 승부수를 던질 지 그것 역시 앞으로 후반기를 바라보는 재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보통 바르셀로나의 행보를 보면 2~3월부터 다음 여름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하기 시작하는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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