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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72 + 잡담

by 다스다스 2020. 5. 13.

 

 

 

이번 글은 제가 축구 보면서 진짜 좋아했던 또는 되게 흥미롭게 봤던 선수들 얘기를 살짝 해볼까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스포츠와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축구, 야구는 진짜 오래봤는데 제가 취향이 좀 독특합니다. 어떤 일관된 기준이 있는 건 아닌데 기량 자체가 완벽에 가까운 선수들이나 1인자보다는 뭔가가 아쉬운 선수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1인자여도 뭔가 아쉬운 1인자를 좋아했고. 엄청 뚜렷한 장점이 있는 선수들을 좋아하거나 한 가지만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들을 좋아하거나 그런 경우도 있었고. 제 글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준 높은 포리바렌테도 되게 좋아했구요. 그 중 진짜로 너무 좋아했거나 흥미롭게 봤던 선수들 한 여섯 명 정도만 글로 써볼까합니다. 길게는 아니고 짧게. 전부 다 하면 글 하나로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1. 필립 코쿠

 

 

말년의 모습이 코쿠를 깊게 접할 수 있는 시기여서 후방에서의 존재감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사실 전후방, 종횡을 가리지 않고 정말 잘 뛰어다니는 선수였습니다. 포워드나 미드필드를 오가면서 골도 많이 박던 시기도 있었고 단순 후방에서의 보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팀을 보조하는데도 능했고. 누구와 뛰어도 공존을 잘 해내는 선수 중 하나였고 자리를 가리지 않고 포지셔닝이 정말 좋은 선수였어요. 그러면서 포리바렌테로서의 효용성도 기가 막히게 증명한 케이스 중 하나였고. 라이브로 본 건 네덜란드 국대 경기들과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시즌~그 이후지만 그 이전 경기들을 보면 더 잘 했어요. 반 할 1기 시절에 가장 깔끔하게 돌아갔다고 평가받던 루이스 엔리케-펩-코쿠 역삼각형 3 미드필드 조합의 일원이기도 했고. (여기에 히바우두-클루이베르트-피구 쓰리톱.)

 

 

미드필드면 미드필드. 필요하면 포워드에 센터백에 풀백에 그냥 어디 빵꾸나면 다 들어갔는데 대부분의 경기에서 밥값은 했습니다. 멘탈리티도 아주 좋아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평도 많이 들었던 선수였고. 바르셀로나에서 무지하게 사랑받은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했죠.

 

 

 

2. 히바우두

 

 

라이브로 본 건 진짜 얼마 안 되는데 히밥은 진짜 되게 불편하게 축구하는데 이상하게 잘해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옛날 경기들 보는 거 원체 다시보기도 안 좋아하고 그냥 말 그대로 아는만큼 더 보인다란 마인드로 보고 그랬는데 딱 반 할 1기 시절 바르셀로나는 히밥이랑 피구 덕에 재밌게 봤었던 기억도 있고.

 

 

지금은 크루이프의 예전 발언으로 많이 유명한데 진짜 포지셔닝이 안 좋았습니다. 지독한 왼발 위주에 보통 볼을 받기 전이나 받고 나서의 동작이 왼발로 다음 플레이를 가져가는데 익숙하거나 용이한 동작이다보니까 협력 수비가 들어가거나 작정하고 공략하면 진짜 늘 힘들게 뛰었어요. 뭐라 해야될까 약간 스스로 핸디캡을 떠안고 하는 것 같달까요. 근데 킥력이 진짜 어마무시했습니다.

 

 

슈팅 범위의 다양성도 정말 다양했고 보통 어느 지점에서 차면 방향이 예측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히바우두는 그게 정말 안 됐음. 그러다보니까 한 번 제대로 차면 저건 뭔가 싶을 정도로 나가니까 멋있는 골이나 뜬금포로 유효 슈팅이 나오곤 했죠.

 

 

그다지 고평가는 안 하는데 보는 맛은 진짜 죽여줬음. 시원시원하게 차는 것도 그렇고 자기가 차고 싶은 곳에서 뜬금없이 차는데 들어가거나 위협적으로 날라가고 막 그러니까. 히바우두는 본인이 중앙화를 간절하게 원한 케이스기도 했는데 그만큼 볼을 많이 만지고 동료들의 보조를 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욕심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했고. 실제로 00-01 시즌 보면 중앙으로 넘어가서 보조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에이스로서의 역할은 꽤나 해낸 편이라고 봐도 되구요. 반 할하고 이런 기용 방식으로 인해 트러블이 되게 많았음. 반 할이 때론 맞춰주기도 하고 안 그러기도 하고 그랬죠.

 

 

개인적으로 현대 축구로 오면 그 때보다 많이 못해질 가능성이 높은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보는데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원투 패스에 기여를 할 수 있는 보조자들이 많은 팀에 가면 반대로 어마어마하게 잘할 수도 있고. 지금 바르셀로나 팬들이 메시 하나 보고 꾸역꾸역 보는 것처럼 가스파르트 암흑기 시대의 유일한 희망이었음. 그 시절 입문하신 분들은 보통 히바우두를 엄청 좋아하고 높게 봅니다. 발렌시아 전 오버헤드킥은 뭐 평생 갈 전설적인 골이기도 하구요.

 

 

3. 호나우딩요

 

 

딩요는 그 전까진 뭐 ‘이상하게 생긴 놈 1’ 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02 월드컵 직관 갔을 때 하는 거 보고 그냥 신기했습니다. 생긴 것도 실제로 보니 더 신기했고... 화려한 기술은 그 화려함 때문에 많이 고평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던 05-06 시즌 후반기부터 보여준 시즈모드에 가까운 정적인 모습 때문에 신체 능력은 많이 저평가된 케이스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이 시기가 해외 축구 유입이 슬슬 일어나던 시기다보니 더 그런 것도 있겠네요.)

 

 

웬만한 센터백들이 몸통 박치기해도 꿈쩍도 안 할 정도의 신체 능력과 밸런스를 갖고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나오는 킥력이나 센스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대신 동료들이 딩요의 순간적인 업템포를 못 따라가거나 너무 의외성으로 나오는 노룩 패스나 시즈모드 상태에서 나오는 패스들 때문에 실책으로 이어지는 플레이도 꽤 있었고.

 

 

진짜 무지하게 좋아했는데 망가져가는 모습이랑 도저히 갱생이 안 될 것 같은 이후 행보 때문에 무지 싫어진 케이스였습니다. 그래도 바닥을 기던 바르셀로나를 살려낸 장본인이라 옛날 생각하면 좋은 말부터 나오긴 하죠. 딩요 얘기도 예전에 몇 번 한 기억이 있어서 요 정도만.

 

 

 4. 하그리브스

 

 

진짜 뜬금 없으실 것 같은데 되게 좋아했습니다. 모범적인 포리바렌테 중 하나인데 잦은 부상이 또 다른 부상들을 연이어 몰고 오면서 커리어가 개작살나버려서 사람들 기억에도 많이 잊혀졌고 언급도 잘 안 되는 선수입니다. 신체 리듬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케이스 중 하나기도 하고...

 

 

사실 뮌헨 시절은 그렇게 많이 접하진 못했는데 몇몇 글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제 지인 중에 진짜 담금주 같은 악성 맨유 팬이 한 분 계십니다. 그 분 덕에 맨유 경기도 옛날부터 많이 봐왔는데 (모예스 땐 거의 안 봤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어느 자리에서든 팀을 위해 기여할 줄 아는 선수이자 보조자였습니다. 비록 한 시즌이긴 했지만요.

 

 

부상만 아니었으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높은 위상과 대우를 받으면서 커리어를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싶은 선수 중 한 명이죠. 놀라운 사실은 뮌헨에서도 챔스 우승을 경험했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뛰었고 뮌헨도 애지중지하던 선수였어요. 리베리가 마드리드 가고 싶다할 때 죽어도 안 보내기 전에 그 과정을 겪었던 선수가 하그리브스였습니다.

 

 

 

5.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최소 80%는 갖추고 있던 선수입니다. 이니에스타랑 비스무리하면서도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제 인생에서 이 선수보다 좋아하게 될 선수는 없을 거에요.

 

 

포리바렌테, 자연스러운 기술적 우위, 본인이 가진 기술이 유의미하게 발휘되는 지점이나 공간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 포지셔닝, 결함을 찾기 힘들 정도의 인성과 언행 등등등등...

 

 

사실 초기의 모습은 기술이 좋지만 밋밋한 포리바렌테 (세르지 느낌은 아닙니다.) 또는 피보테로서의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는 유망주. 그 정도였습니다. 펩이나 챠비, 코쿠, 클루이베르트, 리켈메, 루쵸, 반 할, 아라고네스 등등의 기대감 가득한 인터뷰 때문에 기대치가 잔뜩 올라가있던 것도 있었고. 05-06 시즌 챠비가 장기 부상 당하기 전까지 진짜 여기저기 다 뛰면서 기회를 제한적으로 받았습니다. 출장 경기 수가 많이 찍혀있다보니 오해를 사기 마련인데 포지션도 여기저기 엄청 오가고 교체로 나오는 빈도 수도 많았어요.

 

 

이니에스타 얘기는 많이 했으니 그 동안 안 해본 얘기를 조금 해보면 사실 전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를 미친듯이 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니에스타의 기술 자체가 의도적으로 좁은 공간으로 갔을 때 극대화 된다는 게 제일 컸고 그리고 어차피 좌우를 이니에스타-메시가 나눠먹는 구도라면 이니에스타가 아예 좌측면으로 감으로 인해서 조금 다른 방향의 전술 변형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세스크 왔을 때 진짜 기대했는데 세스크가 그런 쪽으로 기여를 전혀 못했습니다. 티토가 그걸 구현하나 했더니 또 세스크 끼워맞추기였고. 세스크는 못했고...

 

 

물론 세스크가 아닌 딱 맞는 선수가 있었어도 이니에스타가 가진 떨어지는 슈팅 범위의 다양성이나 의외성 같은 건 메시나 다른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메시 부재 시에 이니에스타가 전술적 중심이 된 경기들은 분명 이니에스타가 두둘기긴 계속 두둘기는데 유효타는 잘 안 나온 경기들도 있었구요. 펩 초기에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한 4-3-1-2 전술 변형에도 앙리나 페드로 같은 슈팅 범위의 다양성이 좋은 선수들의 존재감이나 활약이 상당했었고.

 

 

축구에 미쳐있을 때 이니에스타 느낌나는 선수 찾으려고 신나게 잠도 안 자고 보던 기억도 있고. 발롱도르 한 번 받길 바랐는데 그게 너무 아쉽네요.

 

 

 

6. 네이마르 + 잡담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를 간절히 바라던 제 기대감을 다른 방면으로 약간이나마 채워준 선수입니다. 이니에스타에서 몇 가지 빼고 다른 몇 가지를 더한 느낌이라 해야하나. 처음 접했을 때가 꾸코에서 몇몇 분들이 엄청 칭찬하던 시기였는데 얼마나 잘하길래 저러지 싶어서 보지도 않던 브라질 리그까지 찾아봤는데 처음엔 실망스러웠습니다. 오히려 플레이하는 거 보면 시야도 좁고 부상이 앞길을 막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리스크 있는 플레이가 많았어요. 제가 그 당시 네이마르를 지도하는 감독이었으면 조마조마하면서 봤을 겁니다. 아니면 그렇게 뛰지 말라고 소리 지르다가 짤렸을 지도... 진짜 남미의 온갖 스폰서의 후원과 관심을 받는 진퉁 산토스의 미래였으니까요.

 

 

근데 보는 맛은 있었습니다. 장거리 드리블이 워낙 많고 무게 중심이 높다보니까 흔들흔들거리는데 아슬아슬하게 제치긴 하니까 스릴있다 해야하나 그런 게 있었죠. 브라질 리그 시절부터 받던 철강왕이란 평가는 팀의 사정과 맞물린 것도 있었고 그 시기엔 확실히 헐리웃이 심했습니다. 과한 자기 보호에 가까웠어요. 쓸데없이 경기 흐름을 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1년? 12년? 그 때쯤 쓴 글 중에 네이마르 안 왔으면 한다는 글도 있을 건데 그 정도로 싫어했습니다.

 

 

근데 조금씩 시선이 바뀌기 시작한 게 산토스가 감독이 계속 바뀌면서 네이마르의 포지션 변동이나 전술적인 역할도 변했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포워드로서 웬만한 역할과 포지션은 다 뛰어봤습니다.) 네이마르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감독 중 하나인 라말료가 오면서 좌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포워드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온 더 볼 비중은 늘되 조금 더 효율적인 선수로 변해갔습니다. 그 이후는 정말 많이 얘기했으니 검색으로 대체하고...

 

 

노는 거나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거에 비해서 프로 의식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선수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아마 어머니의 영향이 상당히 큰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자식까지 있으니 더하겠죠. 놀러다닐 때도 의사한테 물어보고 놀 정도로 철저한 편이기도 하고. 네이마르 개인으로 봐도 이제 남은 몇 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될 지를 결정짓는 시기일텐데 바르셀로나로 안 오더라도 건강하게 잘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떠난 거 생각하면 진짜 죽빵 한 대 꼽고 싶은데 뭐 어쩌겠습니까.

 

 

브라질 리그에서 뛸 때 바르셀로나 루머나면 몇몇 브라질 언론들이 브라질 최고의 재능이 어떻게 메시의 밑에서 뛰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그랬었는데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 딱 오자마자 난 메시와 함께 뛰러왔고 그와 동료들을 돕기 위해 왔다 이러는 거 보고 딩요, 데코에 이어서 다시 로셀의 승리구나 했는데 그것도 몇 년 못 가서 깨져버렸고.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전 여전히 현 바르셀로나에 네이마르만한 선수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리즈만은 이미 와버렸고 그리즈만 왔음 좋겠다할 때도 개인적인 선호도와 제 기준으로 전술이나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그리즈만을 더 선호한 거지. 전체적인 면들을 다 냉정하게 봤을 때는 네이마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구요. 이만한 선수는 지금 세계 어딜 뒤져도 없습니다. 원래 바르셀로나는 딱 지금 네이마르 시기에 걸쳐있는 포워드들을 영입해서 3~4년 쓰고 내보내고 하던 팀이기도 했고... 장단기적인 판단을 얼마나 잘하냐가 팀의 사이클을 결정짓는 거지. 늘 장기적인 관점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할 사실 중 하나구요. 보드진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라우드럽, 호마리우, 레돈도, 바르셀로나 시절 피구, 오베르마스, 루니, 산체스, 헐크, 다비드 루이스, 그리즈만, 데 브라이너, 음바페 등등등등 생각나는 선수들은 많은데

 

 

이미 얘기를 많이 한 선수들도 있을 테고. (검색...을 이용해주세요...)
표본이 적어서 얘기하기 힘든 선수들도 있고. (전 제가 잘 모르는 거 함부러 얘기하는 걸 되게 싫어해서요.)
귀차니즘이 심해서도 있고. (이건 요즘 야구 보고 롤하느라... 죄송합니다.)
옛날 얘기도 가끔 하면 좋긴 한데 전 현상을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다시 보기를 안 하니까 기억에 의존하는 게 좀 심합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제 머리를 제가 예전만큼 신뢰를 못 해요.)



 

짱개 폐렴이 얼릉 없어져야하는데 아직도 난리입니다. 안정기에 접어든다 느껴질 때가 제일 조심해야하는 시기인데 그걸 못 넘겼네요. 어디서나 늘 조심하셔야합니다. 답답하시더라도 마스크 잘 착용하시고 건강 꼭 챙기십쇼. 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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