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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내가 스카우터라면

by 다스다스 2020. 5. 27.

 

 

정확히는 내가 바르셀로나 스카우터라면인데 제목이 길면 보여질 때 짤리더라구요. 잡소리로만 제목을 해서 글을 쓰면 진짜 잡소리만 하는 블로그 같아보여서 가끔씩 정상적인 제목으로 쓰는 거니까 그러려니 해주시면 될 것 같구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론을 늘어놓으면 이 글은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터들을 깎아내리거나 그들의 방향성을 지적하는 글이 아니라 제가 지금 시점에 이 직업으로 일하게 된다면 이런 쪽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글에 가깝습니다. 심심해서 쓰는 글에 가까워요. 전 포지션에 관해서 다 써보려했는데 그건 시간도 많이 들고 피곤해서 가장 얘기가 많은 풀백이랑 포워드만 얘기해볼까 합니다.

 

 

 

1. 풀백

 

 

일단 알베스의 향수가 너무 강한 자리라서 팬들은 물론이고 스카우터들도 더글라스나 디뉴 같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고 지르는 등 실책을 저지른 비율이 꽤나 높은 자리입니다. 여전히 팬들은 풀백의 모범상을 알베스로 보고 있을텐데 이제 좀 벗어날 때가 됐다고 보구요. 솔직히 20년이 지나도 다시 볼 수 있을까말까한 유형의 선수입니다. 이런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 다른 유형의 선수가 풀백에 있어야한다란 마인드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근래의 행보는 물론이고 앞으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전 기술진이나 스카우터들이 여전히 환경을 배제하고 선수의 활약만 놓고 이런 실책을 저지를 수 있다고 봐서 조금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세메두가 좋은 예이자 안 좋은 예일 수 있는데 제가 스카우터나 기술진이면 지금 선수 구성까지 고려해서 이런 풀백을 찾을 겁니다.

 

 

- 신체 능력이 무지하게 좋고 (키나 몸무게 이런 것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 90분의 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종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생겨도 무리가 없는 체력을 소유하고 있고.
- 종종 뇌가 없는 플레이를 하는데 ‘잘 가르치면’ 뇌를 장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며 (+ 수비 시에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스킬이 있는 지 없는 지나 볼이 어느 방향으로든 굴러갈 때나 또는 우리 진영으로 넘어올 때 포지셔닝을 보통 어떻게 잡는 지도 체크하면 좋겠죠?)
-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온 더 볼보단 킥력.
- 슈팅 스킬이 좋거나 슈팅 범위의 다양성이 어느 정도 이상이라면 그것 또한 좋다.

 

 

세메두나 피르포랑 프로필이 비슷하죠? 둘을 놓고 봤을 때 전부는 아니어도 저 사항들 중 겹치는 게 꽤 있을 겁니다. 어차피 풀백이 전술적 중심이나 중심에 가까운 역할을 하려면 웬만한 그릇이 아닌 이상 과부하 걸려서 결국엔 박살납니다. 시즌 중에 퍼질 수도 있고 아님 볼을 많이 만지고 상대와 경합 과정이 많아질테니 그만큼 실책성 플레이가 많아져서 기복의 폭이 클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차라리 색깔 있는 보조자로 만드는 게 낫습니다. 어쩌면 특이한 무언가를 제공할 수도 있는 거고.

 

 

외부에 이 예시를 100% 이상으로 만족했던 선수가 한 명 있었는데 마이콘입니다. 더 멀리가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호베르투 카를로스도 있고. 마이콘 같은 경우는 기술이 엄청 특출나지도 않고 볼을 잡았을 때 다지선다를 잘 거는 것도 아닌데 파괴력 자체는 되게 좋았던 게 킥력이 좋고 종적으로 라인을 길게 타는 걸 정말 잘했어요. 마이콘 보신 분들은 저 놈 축구 깔끔하게 하긴 하지란 생각이 드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거기다 순간순간 판단이 너무 좋아서 조금 뒤쳐져도 다음을 예측하고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고. (베일 상대론 이미 마주할 때 이지선다에 제껴지고 다음이고 자시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더 벌어져있거나 역동작이 걸려버려서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공격 시에도 그런 간결함이 팀에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 되지도 않았구요.

 

 

이젠 잘 기억도 안 날텐데 더글라스도 비스무리한 프로필을 갖고 있던 선수였습니다. 순간 속도가 무지 좋고 체력도 좋으며 당시 소속팀 감독이 너무 자주 바뀌어 여기저기 뛰면서 이해도를 늘려나간 케이스 중 하나였죠. 그러면서 브라질 리그에서 꽤나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었고. (사실 이건 풀백보단 윙어로서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물론 와서 대실패했죠. 그만큼 선수 하나 데려와서 성공시키는 게 어렵습니다. 얘 아니어도 이 포지션 아니어도 내외부에서 수 많은 선수들이 수두룩하게 실패했습니다.

 

 

세메두의 입지가 애매한 것도 이런 가능성이 보였다 안 보였다하는 게 크겠죠. 기술진 중 일부는 이미 실패한 선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3년이 지났는데 냉정하게 봤을 때 세르지의 기회를 다 뺏어서 몰아줄만하냐가 갈린다는 거 자체가 애매한 겁니다.

 

 

제가 동료들을 잘 활용하는 그리즈만이 온다했을 때 세메두를 1년 더 보고 싶다고 얘기했던 것도 기존보다 볼을 더 많이 만지는 경기를 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었는데 그런 일이 한두경기 빼곤 전혀 없었던 건 발베르데나 세티엔이 지금 보조자에 훨씬 가까운 유형의 선수의 성장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테고... (당장도 중요하고 다음도 중요한 파리 목숨이니까)

 

 

어차피 세메두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이라면 풀백을 찾을 때 기술적인 면보단 저런 면들을 조금 더 살펴보고 데려와서 경험치를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기술이란 것도 환경에 따라서 먹히냐 안 먹히냐가 많이 갈리는 편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2. 포워드

 

 

볼이 굴러갈 때 상대보다 먼저 그 방향을 예측하고 볼을 따내면서 팀의 라인을 끌어올리거나 유지할 수 있게 기여할 수 있는 선수 (그리즈만) 와 볼을 다루는 기술 자체가 넘사벽으로 좋고 본연의 힘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모으고 뒤로 밀리게 할 수 있는 선수 (메시) 가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보강의 방향성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에 굉장히 잘 맞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대표적으로 꼽아보라하면 이걸 꼽을 것 같은데 볼이 어떤 식으로든 온다고 했을 때 (굴러오든 띄워오든 뭐든) 재빠르게 볼을 되찾아오거나 상대의 전진을 영리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수아레즈, 메시 데리고도 위치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차고 넘치게 보여줬다고 보구요. 팀의 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리즈만은 극대화가 될 수도 있고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런 거 상관 없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걸 확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르셀로나가 지난 3~4년 동안 제일 안 되는 게 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점유는 둘째치고 앞선에서의 탈환이나 상대방을 후퇴시키는 게 잘 안 됩니다. 이게 뭔 소리냐면 상대를 의도적으로 측면으로 몰아서 선택지를 뺏어버려서 고립되게 만들거나 횡패스나 백패스 일변도로 만들어서 특정 방향으로 볼을 유도해내는 게 아니라 역으로 측면을 먹혀서 수적 우위도 밀리고 상대가 볼 거 다 본 상태로 (측면에서 시야 확보하기가 좋으니까) 볼을 갖고 나오는 상황을 쉽게 내준다는 거죠. 동시에 전환의 과정이 많아지면서 실책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쪽으로 기여할 수 있는 포워드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죠? 그런 선수가 한 명 더 있다면 그리즈만과 같이 이런 쪽으로 분명 도움이 되고 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개인 기량을 우선시하기보다 조금 더 조직력을 강조하고 팀적으로 동선을 잡는 방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 대신 메시 의존증은 어쩌면 굉장히 높을 수도 있겠죠.

 

 

다른 방향으로는 볼을 가지고 전진하는 기술이 좋은 선수를 찾는 거겠죠. 메시는 이제 동선을 횡으로든 종으로든 길게 못 잡습니다. 일시적으론 가능할 수 있어도 시즌 내내 절대 그렇게 못합니다. 그렇게 뛰면 이젠 안 된다는 걸 세티엔 아래에서 너무 많이 보여줬어요. 어차피 넘어오면 동선 조정을 받는다고 했을 때 자리를 가리지 않고 본연의 기술이 좋은 선수가 온다면 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해는 하는데 (이 두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도 있을 텐데 그럼 글이 끝도 없이 길어집니다...) 지금 바르셀로나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전자가 가능하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데려오면서 동시에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아니면 네이마르 데려오면 다 해결할 수 있고 그 이상도 가능해서 메시의 마지막도 시원하게 한 번 달려볼 여지가 있는데 사정이 여의치않으니까요.

 

 

포워드는 정답이 없습니다. 네이마르를 빼면 이 놈이다 싶은 놈도 없고 와서 뚜껑을 까봐야 하거나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어떤 선수를 데려온다하더라도 더 유심히 봐야되는 부분들을 추려보면

 

 

- ‘공간이 있을 때’ 한두명을 제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지
- 볼이 굴러가는 본질을 알고 원투터치 안에 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지 (또는 그럴 가능성이 보이는)
- 평소에 뛸 때 마인드가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뛰는 쪽에 가까운 지 (볼을 잡았을 때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막히면 옆에 있는 동료한테 쓰레기 패스 하는 그런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
- 오프 더 볼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경합 과정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수비수들 사이사이 지나다니는 그런 것들도 다 경합 과정의 일부입니다.)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일반적으로 어떤 지
- 양 발 사용 빈도도 중요하겠지만 슈팅 범위의 다양성이 어디까지인지
-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단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잘쓰는 지

 

 

등등등 이런 부분들을 살펴볼 것 같습니다. 체력이야 이제는 필수 조건이라서 얘기하기도 손 아프구요.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아카데미들 자체가 체력에 대해선 관념 자체가 많이 변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넘어오기 전 몇 골을 넣었냐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데 몇 경기를 뛰었냐는 중요하다고 보고... 굉장히 어린 포워드를 관찰한다고 하면 저런 것들은 제쳐두고 일단 감독이 바뀌고 전술도 바뀌어서 역할도 변할 때 그의 활약상이 어떻게 변하냐를 제일 중점적으로 볼 것 같습니다. 감독이 잘 안 바뀌는 팀에 속해있다면 시즌 단위나 전후반기로 나눠서 변화를 살펴볼 것 같고.

 

 

가끔씩 리그 수준을 논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볼을 다루는 기술 자체가 상당한 수준인 선수들이 있는데 지금 시점에 그런 선수는 없다고 봐서... 만약에 있었으면 이미 루머가 났겠죠?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들이 그런 선수를 가만히 둘 리는 없을 테니까요.

 

 

 

임시 저장 해놓고 내용 채워넣고 있었는데 글이 한 번 날라가서 급하게 마무리 짓습니다. 티스토리 어플 너무 개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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