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센터백...
이건 풀백도 공통 사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바르셀로나의 수비진들은 보통 볼을 받는 지점이나 요구 사항이 일반적인 팀들하고 조금 다릅니다. 높은 지점에서 받는 경우도 있고 상대의 압박에 뒤로 밀리면서 아예 뒤에서 받아서 끌고 올라와야하는 경우도 있죠. 보통 그런 경우 압박에 대한 대처가 미숙하거나 발의 방향이 뻔하면 고립되서 다시 볼을 뒤로 돌리거나 실책성 플레이가 되서 작살이 나는 경우도 있고.
바르셀로나가 느리지만 후방이나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을 가지고 있을 때 전진 속도 자체는 늘 빨라야한다고 주장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 있어요. 이건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이런 축구를 하는 모든 팀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거라고 보면 되는데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면서 재빠르게 전진하면 당연히 상대의 대형이 재빠르게 갖춰진다고 해도 기회는 옵니다. 90분을 보낸다고 했을 때 결국엔 능동적인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 이래서 나온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첫째로 필요한 게 기술이다보니까 팬들은 기술적인 면을 위주로 바라보지만 사실 제일 쉬운 건 체력과 서로 간에 이해를 바탕으로 원투 패스를 빠르게 돌리는 겁니다.
그래서 헤매는 선수들이 지적 당하는 사항들을 보면 일단 포지셔닝부터 지적 당하고 공격적인 방향성을 선보이면서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팀들 (저번 시즌 아약스 같은 팀들이겠죠?) 은 체력이 좋습니다. 챠비가 예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죠? 론도를 몸 풀려고 장난식으로 하는 건줄 아는데 절대 아니라고. 볼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훈련 방식이라고.
전 그래서 단순히 스피드가 빠르고 민첩한 센터백이 바르셀로나에 맞다는 주장은 반대합니다. 마찬가지로 느리다고 바르셀로나에 안 맞는다는 주장도 반대하구요. 오히려 어떤 한 센터백이 있다고 했을 때 본인이 가진 능력들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쓰냐를 더 바라봐야한다고 보구요. 이 예시를 완벽하게 주장해낼 수 있는 선수가 있는데 바로 아비달입니다. 요즘 다른 이유로 욕 많이 먹고 있죠. 아비달은 사실 커리어 중반부터 본 포지션인 풀백보다 센터백으로 뛰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한 선수 중 하나로 유명한데 막상 나오면 더럽게 못했습니다. 유로 2008 에선 절정을 찍었죠. 대체 정신을 어따 두고 뛰길래 저딴 포지셔닝을 하냐고 욕을 먹을 정도로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 팬들은 그 모습을 안 볼 수가 없었으니 보고 센터백만은 제발... 이란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죠. 근데 당시 막 부임했던 펩은 거기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게 뚜레, 부스케츠, 아비달, 마스체라노 등의 센터백 기용으로 이어진 거였죠.
이미 센터백이나 풀백의 머리 위를 넘어가거나 발 아래를 뚫고 그 뒷공간으로 볼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상대는 1명이 뛰어드는 게 아니라 최소 3~4명은 그 공간에 떨어진 볼을 잡고 공략하려고 뛰고 있습니다. 이건 센터백이나 골키퍼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혹여라도 막아낸다면 순전히 골키퍼와 센터백들의 개인 능력으로 해내는 겁니다. 절대 팀으로서 수비가 좋은 게 아니에요. 팀적인 틀이 없어서 순간 공략을 당하거나 아니면 실책성 플레이가 너무 잦아서 센터백들에게 시간이 없어서 공략을 당하는 거라고 보는 게 더 옳은 시선이죠. 요 근래 바르셀로나 보면 되게 자주 보이죠? 제가 다른 선수들은 욕해도 피케랑 슈테겐은 웬만해선 잘 안 건드리는 이유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점성술사의 공수 분리 축구가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아비달은 분명하게 못했어요. 쉴드칠 꺼리 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비달에게 하나는 보였습니다. 왜 자꾸 튀어나가서 막는 거지? 저러다 제쳐지면 못 따라가잖아? 근데 왜 몇 번이나 저런 실책을 당연하다는 듯이 저지르는 거지? 이유가 뭘까?
앞으로 어떤 센터백이 온다고 했을 때 전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봐야한다고 봅니다.
- 얼마나 낙하 지점을 잘 판단하고 미리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지. (유로 08 당시 아비달은 이 부분에서 미스가 많았지만 분명히 바르셀로나에서 센터백으로 뛰고 싶다고 주장할만한 무언가를 스스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증명했죠.)
- 팀적인 틀이 갖춰져있지 않아도 본인이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볼을 재빨리 되찾아오고 다시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는 지. (사실 이건 능력 이상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 이미 볼이 자신을 지나쳤을 때 온 더 볼과 오프 더 볼을 행하는 상대 선수들을 마주할 때 누구를 막아야할 지를 재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 (데 리흐트가 자주 보여주는 습관성에 가까운 실책 중 하나. 과거로 가면 다비드 루이스도 있고.)
- 슬라이딩과 스탠딩 수비를 얼마나 상황에 맞게 행할 수 있는 지. (마스체라노는 습관이 들어버려서 틈만나면 슬라이딩을 시전하는데 그게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고 들어가는 슬라이딩이 많아서 포지셔닝 미스로 이어져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 낸 케이스.)
이러한 사항들을 보면 펩이 아비달, 부스케츠, 뚜레, 알라바, 페르난지뉴 등을 센터백으로 기용한 이유가 무엇에 근거했는 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볼을 잘 다루고 잘 차기 때문에 그런 기용 방식이 이뤄진 건 아니란 거기도 하죠. 과거로 가도 크루이프 감독 시절부터 바르셀로나의 센터백으로 뛰었었던 알렉산코, 난도, 쿠만, 나달, 블랑, 보가르데, 아벨라르도, 데 부어, 라이지허, 마르케즈, 푸욜, 마스체라노, 피케, 아비달 등등이 자신들이 가진 장단점을 어떻게 활용했는 지도 더 명확하게 보이고. 티토 역시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고 피케를 제외한 센터백 가용 자원 전원이 다 누웠을 때 바르트라를 쓸 것이다란 팬들의 예상을 뒤집어버리고 아드리아누나 송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기용 방식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랑글렛이 백날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도 과거 움티티 (근래 움티티 얘기하는 거 아닙니다...) 가 보여준 거에 못 미친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래서입니다. 마스체라노가 백날 그렇게 수비해도 절대로 높게 평가 안 한 이유도 이래서고. 푸욜은 단순히 그런 부분이 빛난 게 아니라 다 잘했어요. 이제 와서 평가가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그 동안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에 비해서 저평가 당해온 선수에 가깝죠.
전 센터백은 이런 모델에 완벽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 선수를 구할 때까지 계속해서 찾아봐야한다고 보구요. 그런 선수가 없다면 불만족스럽겠지만 랑글렛에게 기회가 더 돌아갈 수도 있겠죠. 랑글렛이 있기 때문에 피케의 대체자부터 찾아야한다는 시선에도 전 반대합니다. 내부 보강의 일환인 마시아의 어린 선수들을 바라볼 때도 이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바라본다면 누가 승격을 하고 기회를 받을 확률이 더 높은 지도 감이 오겠죠? 어차피 감독이 바뀌어도 바르셀로나의 시스템 안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한다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부분이니까요.
2. 제 시선
전 사실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적인 의견과는 동떨어진 의견을 많이 얘기하는 사람에 가까운 편이라 커뮤니티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운영자 전후로 커뮤니티란 것에 회의감을 많이 느껴서 안 하는 것도 있고... 근데 전 최대한 바르셀로나를 바라볼 땐 그들이 그 동안 추구해온 철학과 시스템의 안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외적인 문제도 비슷해요. 그래서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싶다가 맞는 얘기를 할 때도 있고 되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압니다. 이런 거 때문에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도 알고.
그래도 근래에는 제가 해온 얘기들이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공감해주시는 거라 생각하구요. 대장이니 무당이니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또 좋은 표현이라 생각해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제 글들이 도움이 되고 있단 소리니까요.
얼마 전에 네이버 카페로 다시 퍼가도 되냐는 메일을 받았었는데 네이버 카페로 글 퍼가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던 것도 어차피 거기에선 제 의견으로 이런저런 토론이 오고가는 것보다 어떻게든 부정하고 씹고뜯고 즐기려는 게 주를 이뤘기 때문에 막은 거고 그건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전 그런 분들하고는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취미 생활의 연장선이었는데 이젠 글을 써야겠다란 책임감도 생기고 그래버렸는데 그래도 재밌습니다. 댓글이나 공감이 더 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정도는 있습니다만 뭐 그거야 방문자 분들의 선택이니까요.
날이 많이 더워졌는데 그래도 마스크 꼭 하시고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