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들의 접근을 이해해보려고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보았다...
왜 프야니치였을까? 일까? 세티엔의 바르셀로나는 10경기 조금 넘게 경기를 치뤘는데 그 안에서 발생한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굉장히 컸습니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세티엔은 발베르데와는 다른 방식으로 어설픈 타협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술적 중심인 메시부터해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독이 됐죠. 물론 현 바르셀로나의 선수 구성상 문제가 있긴 있고 감독으로서 그 부분은 골머리 아플 수밖에 없었다는 건 감안할 필요가 있겠죠. 시간도 없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세티엔은 냉정하게 못했고 앞서말했듯이 어설프게 타협을 했습니다. 먼저 두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왜 이렇게 볼을 아래서부터 받아서 힘들게 끌고 올라오는 거야??
- 왜 그렇게 힘들게 전진해서 기회를 만들어도 돌아들어가거나 뛰어가는 애가 없는 거야??
부스케츠를 못 빼는 이유가 전자입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가장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볼을 내보낼 수 있는 선수인데 동시에 메시가 받기 가장 편하게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거든요. 근데 부스케츠와 메시 사이가 여러 가지 이유들로 붕괴되어있으니까 메시는 내려와서 볼을 받습니다. 그 마저도 안 되면 부스케츠가 공격 상황에서도 앞으로 튀어나가서 볼을 내보내기도 하죠.
세티엔 부임 후 메시가 볼을 받는 지점은 대부분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이나 사이드 라인에 바짝 붙어서 받는 거라서 이미 수비수들이 진을 치고 있는 대형을 상대로 본연의 힘으로 뭔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죠.
그래서 비달이나 데 용이 오른쪽 미드필드로 나오면 웬만하면 우측면에 박혀있거나 최대한 메시 주변에서만 움직입니다. 메시가 측면에서 고립되거나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덜 마주하게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원투를 해줄 수 있는 보조자가 되어주기 위해서기도 하죠.
이게 어설픈 타협의 첫 번째 근거입니다. 왜냐면 메시처럼 볼을 오래 소유하고 발을 잘 쓰는 선수는 볼을 띄우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효율이 안 좋아집니다. 그만큼 많이 뛰어다녀야하고 침투 시도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하고 측면에서 볼을 받는 순간이 많아지다보니 위험한 상황을 기존보다 더 많이 마주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게 세티엔이 부임하자마자 4열 배치를 선보인 이유 중 하나기도 합니다. 메시에게 최대한 발로 볼이 굴러가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죠. 메시의 효율이 곧 바르셀로나의 효율이란 증거기도 합니다.
두 번째를 볼까요? 연장선이나 다름없는데 전 바르셀로나의 모든 선수들을 비판하기 전에 세티엔이 이들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단 사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메시가 볼을 잡고 사실상 모든 걸 다 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 이외의 선수들은 전방위적인 커버를 요구받고 있거든요. 그리즈만, 데 용, 부스케츠, 비달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전환의 과정에 접어들면 팀적으로 대형과 간격을 맞춰서 움직이기보단 몇몇 선수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특히 그리즈만, 데 용, 부스케츠) 측면이나 앞으로 뛰어들어가고
볼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굴러갈 땐 터치 라인으로 빠지거나 계속 종으로 왔다갔다하고 (특히 데 용, 그리즈만)
그 사이에 또 전환의 과정이 발생하면 또 반복하고...
애초에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미드필드와 포워드 중 누군가는 양 측면에 붙어있기도 하고 (이것도 데 용, 그리즈만이 대표적...)
순간적으로 측면이나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수적 우위에 밀리면 거기 뚫어주러 내려가거나 옆으로 붙고 (데 용...)
부스케츠나 데 용 같은 선수들은 본연의 힘으로 뚫고 올라가주기도 하고
이건 그만큼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이 나가는 속도도 느리고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도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경기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속도가 나는 것도 아니니까 선수들이 쓸데없이 뛰는 게 너무 많아진단 소립니다. 똑같은 10~11km 를 뛰어도 차이가 있다는 거죠. 점유율도 이러면 쓸데가 없습니다. 위협도 안 되는 지역에서 백날 소유하고 있는 거니까요. 메시가 책임져야할 범위 역시 점점 늘어나게 되는 거구요.
세티엔이 부임 후 아르투르보다 라키티치를 더 기용하고 그를 왼쪽 미드필드로 기용한 이유가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길게 나가는 패스나 종으로 나가는 패스 (볼을 띄우는) 가 있긴 있어야 된다.’
‘좌우로 빠르게 횡패스든 45도 대각선이든 볼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발베르데 때도 라키티치가 피보테나 왼쪽 미드필드로 나오면 메시를 바라보거나 반대편을 바라보는 롱패스의 비중이 꽤 됐어요. 리버풀 상대로 이게 한 번 먹히기도 했죠. 이론적으로 봤을 때 프야니치에게 바라는 건 이거겠죠.
부스케츠와 서로를 보조해주면서 볼을 띄워야할 때나 롱패스가 대각선으로 바로바로 들어가야할 때를 판단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후방과 전방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안정적으로 해줄 선수라는 것.
전술 변형의 일환으로 골이 필요할 때 팀에 없는 걸 제공할 수도 있는 선수라는 것.
고효율의 가능성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번 시즌에 알레띠를 상대로 유벤투스의 측면 선수들에게 쏠쏠하게 들어가던 대각선 패스를 봤다면 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럼 이런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나 이런 선수는 분명 프야니치 말고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얘일까? 이건 저도 그냥 추측인데 바르셀로나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선수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당장 기여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찾은 거라고 봅니다. (루쵸-로마... 리옹 때부터 나던 루머... 등등등)
솔직히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인 건 여전합니다. 그가 가진 장점만큼 그가 가진 단점도 있고. 6개월도 기여 못하고 작살날 위험성 또한 존재하고... 헌데 보강의 방향을 생각했을 때 이게 옳냐 옳지 않냐를 논하기 전에 단순히 선수의 네임 밸류에 취해서 접근하고 있다는 시선은 반대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미드필드 구성과 전술적 변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단 시선이 조금 더 옳지 않나 싶구요.
‘루머에 근거하면’ 그만큼 바르셀로나는 아르투르가 현재까진 기대치에 비해 못 컸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고 (어느 정도를 기대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라키티치의 효용성은 이제 냉정하게 로테이션 급도 안 된다는 뜻이며 메시를 비롯해 데 용과 그리즈만을 이런 식으로 써선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갔다고 봐야겠죠.
계속해서 말해왔지만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메시의 동선 조정 (계속 이렇게 뛰면 진짜 큰일날 거라고 봅니다.) 은 바르셀로나가 필수적으로 맞이해야하는 과제고 데 용과 그리즈만의 효용성도 그들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이 둘에게 기대한 건 발로 볼을 굴리면서 메시를 보조하는 거였지. 팀의 단점을 가리면서 이것저것 다 하는 만능맨이 아니었습니다. 전 이 둘에게 쏟아지는 비판도 너무 과하다고 봅니다.
2. 돌고 돌아 오랜만에 세티엔 얘기로 왔습니다. 강제로 쉬는 동안 계속 경기도 돌려보고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거라고 보는데 전 세티엔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을 요약해보면 빅 클럽 입성 후 선수들의 능력에 취했던 타타와 다른 방향으로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를 너무 저평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음. 그래서 필드를 통제하려하고 안 풀리면 철저하게 메시의 동선이 길어지고 넓어지는 거라고 봅니다.
수아레즈 복귀 후 메시와 수아레즈 둘에게 의존하는 모양새가 나오면 과정만 다를 뿐. 타타랑 비슷한 길을 가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보구요. 이론에 끼워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얼마나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게 변형하냐도 중요하다는 걸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을 거둔 감독들이 보여줬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물론 현장에서 내외적인 것들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면 다르게 느껴지긴 할 거에요. 특히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가진 바르셀로나라면 더더욱. 기대는 안 하는데 달라진 모습이 보여야 앞으로 경기를 볼 맛이라도 나겠죠?
3. 파비안 루이스 얘기도 살짝 해보고 싶은데 몇 달 전부터 몇 번 안 봐서 잘 모른다 해도 수십번 질문이 들어와서 글로 선을 긋고 가보려고 합니다.
전 얘 있을 때보다 없을 때의 베티스를 더 많이 봐서 솔직히 얘기할 게 없습니다. 몇 번을 물어보셔도 자세하게 답변을 못 해드리니까 제발 그만 좀 물어봐주셨으면 하구요. 원체 몇 번 안 본 선수를 단정짓는 것도 싫어하고 모르는 부분들 얘기하면서 쓸데없는 잡음 만드는 것도 싫어하고.
근데 포지션을 떠나서 지금까지의 루머들을 종합해보면 바르셀로나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은 어느 정도 보이죠. 대략 몇 가지를 보면
- 후방과 전방 사이에 연결 고리의 부재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책
-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볼을 옆이나 앞으로 보내냐 (본연의 힘이든 후방에서부터 적극적인 패싱을 통해서든. 이건 당연히 해당 선수의 소속팀의 틀이 어떤 지도 고려하겠죠.)
- 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 지 아니면 특이한 지
- 체력과 신체 능력
- 포리바렌테로서의 가능성
- 양 발 사용 능력
전부 다 만족하는 선수는 없을 건데 이 중 알맞게 만족하는 선수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내부에서 저런 쪽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교체 카드가 5장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험받을 가능성도 있고. 파비안 루이스도 저런 부분들을 생각해서 보면 대강은 뭘 보고 루머가 난 지 정도는 파악 가능하다고 생각하구요. 그 이상은 제가 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얘기 안 하겠습니다.
시간날 때마다 끊어서 써서 좀 읽기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