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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75

by 다스다스 2020. 5. 29.

 

 

 

 

 

1. 드리블 좀 친다는 선수들을 볼 때 많은 축구 팬분들이 간과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요소를 두 가지 정도 짚어보면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 볼이 없을 때와 볼을 가지고 있을 때의 속도 차이.
- 잔동작이 얼마나 많냐 적냐 그리고 보폭이 얼마나 짧냐 기냐.

 

 

아주 간단한 명제지만 사람들이 자주 잊어버리는 명제들이 있죠.

 

‘볼은 사람보다 빠르다.’
‘볼이 빠른 게 중요하다.’

 

 

가끔 가다가 볼이 없을 때 오프 더 볼을 행하는 걸 보면 저 놈 뭐지??? 왜 이렇게 빨라 싶은 놈이 있는데 막상 볼을 가지고 있을 땐 드럽게 느린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팬들은 아주 당연하게 쟤는 빠른 놈이야라고 생각해버립니다. 이미 한 번 빠르다는 걸 눈으로 봤으니까 드리블도 빠를 거야라고 판단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드리블을 빠르게 하는 경우가 있었을 테구요.

 

 

헌데 유심하게 잘 보면 제가 앞서 말한 선수들의 드리블은 오로지 치고 달릴 때만 빠릅니다. 공간이 막혀있거나 수비 밀도가 높은 곳으로 들어가면 터치가 많아지거나 잔동작이 많아져서 볼과 본인의 속도가 확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잡음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방문자도 얼마 안 되는 블로그에 (당시 꾸코에 올렸으면 로메로 2탄으로 파이어가 되버려서 회원분들하고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하다가 경고 하나쯤은 받았겠죠?) 뎀벨레를 오기 전부터 그 정도 재능인 지 모르겠다고 했던 게 여기에 기인합니다. 이제 유명해져서 그 글을 링크타고 오시는 분들이 많긴 합니다만 뭐...

 

 

뎀벨레가 되게 빠른 선수인 건 맞는데 그 효율이 박스에 가까워지면 이상하게 죽어버리고 또 동료들이 공간을 만들어주면 미쳐날뛰는 가장 큰 이유가 저 두 가지에 + 터치의 세밀함,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술진은 그 부분을 생각한 거겠죠. 볼을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용이하게 받는 경우가 많은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면 터치의 기복은 줄어들고 양 발에서 뿜어져나오는 어마무시함은 조금 더 강조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 이상으로 좋은 킥력과 그를 활용할 수 있는 양 발을 가진 포워드의 성장 방향을 바르셀로나의 시스템 안에서 교정하면 우리가 원하는 포워드상을 찾을 수도 있겠다. 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문제는 뎀벨레가 보폭을 짧게 하면서 볼을 발에 붙이고 움직이는 게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늘 넓은 보폭만 가져가는데 이게 사실 되게 위험해요. 운동 삼아 달리기 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계속 보폭을 넓게 해서 뛰면 균형 감각이 잘 안 잡히는 순간이 옵니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훨씬 크구요. 볼을 발에 달고 움직이는 스포츠인 축구는 더하겠죠. 전 지금 뎀벨레의 부상 빈도 수는 초기에 저지른 의료진의 실책과 그 실책을 일으키게 만든 뎀벨레의 프로 의식이 제일 크다고 보지만 이런 플레이 스타일도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볼이 발에 잘 안 붙고 동작 사이사이에 일어나는 터치 속에서도 불안정한 터치가 나오니까 그냥 본인이 먼저 멈춰버리고 정지된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동작이 큰 페이크나 슈팅 페이크를 걸어서 수비수들을 낚는 플레이를 시도때도 없이 했죠. 아스피아주는 그래서 첫 시즌에 뎀벨레의 측면 미드필드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거고. 도르트문트에서도 마지막 시즌에 미드필드에 가깝게 뛰거나 그런 기용 방식이 이뤄진 적이 있었습니다.

 

 

베일이 유리몸 소리를 듣는 것도 뎀벨레랑 조금 유사합니다. 긴 보폭을 가져가다가 짧은 보폭을 가져가면서 잔동작을 넣고 터치를 가져가야하는 그 전환 과정이 잘 안 되다보니까 균형 감각이 안 잡혀서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신 보폭을 길게 잡아서 달리면 수비수가 역동작 걸리는 순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만큼 벌려놓으니까 어마무시했죠.

 

 

로벤은 다 할 줄 아는데 그게 독이 된 케이스라 보는 게 맞구요. 대부분의 팬들이 보면 원패턴 같은데 보폭의 전환, 볼을 발에 붙였다 떼는 그 일련의 과정들, 잔동작을 넣어야할 때랑 넣지 말아야할 때의 빠른 판단 등 거의 기가 막힌 수준의 선수였습니다. 대신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걸 못 견딘 케이스죠.

 

 

메시는 보폭이 길어지는 행동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부상을 줄이고 자신의 장점을 아주아주 효율적으로 쓰는 선수로 점점 진화해나간 케이스에 가깝고. 솔직히 드리블 가지고 전성기 메시랑 비교할만한 선수 자체가 없습니다. 메시의 전성기를 라이브로 다 봤다는 건 헤비한 축구 팬들에겐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음.

 

 

 

2. 이렇게 보면 바르셀로나의 최근 루머들과 기술진의 의도를 완벽히는 아니어도 대강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왜 정발 윙어나 속도가 빠른 윙어 루머는 쥐뿔도 안 나는지 그리고 왜 윌리안 루머는 뜬금포로 뛰어나왔었는지도요.

 

 

어설픈 윙어는 오면 메시만 더 힘들게 하고 메시에게 공간도 못 만들어줄 거에요. 그런 제한적인 역할을 해낼 윙어는 깔리고 깔렸습니다. 빅 클럽들이 안 노리는 이유도 명확하게 나와있구요. 이런 것들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선수를 바라볼 때 포지션보단 유형으로 바라보는 게 훨씬 낫다고 보는 거고. 포지션으로 바라보더라도 얘는 윙어다 아니다 포워드다 아니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안 된다는 거죠.

 

 

솔직히 누가 올 지는 모르겠는데 보강에 대한 방향성을 마냥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이 좋은 선수를 찾는다고 한다면 차라리 볼이 발에 무지하게 잘 붙는 선수를 찾았으면 하는데 이것도 사실 어려운 미션이구요. 늘 하는 얘기지만 내보내는 걸 잘하는 게 보강의 기초입니다. 이걸 잘하냐 못하냐가 제일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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