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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79

by 다스다스 2020. 6. 16.





몇 가지 오류를 짚고 넘어가면 지금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좀 바뀌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구요. 조금 글이 길 수도 있습니다.

 

 

 

1. 일단 전 크루이프가 감독으로 왔던 그 시기가 바르셀로나에 아주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 보는 사람이라 그 시기부터 거쳐온 감독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던 바가 무엇이냐를 바라보면 된다고 봅니다.

 

 

 

그럼 그게 뭐냐. 글로만 보면 간단합니다.

 

 

 

- 얼마나 상대 박스 근처까지 빠르게 전진할 수 있으며

- 개인 능력보다 팀으로서 그걸 얼마나 일정하게 해낼 수 있는가 (얼마나 일정한 수준으로 그 틀을 완성시키냐)

- 에이스나 전술적 중심에 가까운 선수들의 장점을 얼마나 유의미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

 

 

 

시기를 막론하고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안 되거나 아님 둘이 안 되거나 또는 아예 다 안 되면 팀은 당연히 부진하거나 기복의 폭이 컸습니다. 아님 해당 시즌 전술적 비중이 큰 선수들이 과부하에 걸렸죠. 그리고 모든 감독들이 상대 박스 근처까지 최대한 빠르게 전진할 수 있는 지점으로 꼽았던 건 측면이었습니다. 이유야 간단하죠. 공수를 다 해내는 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니까. 늘상 설명했으니 이건 넘어가고.




2. 발베르데의 경질 이후 그리즈만은 동선 조정을 거쳤습니다. 횡적으로 더 넓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보다 상대 박스 근처에 가까워졌고 중앙에 가까워졌습니다. 세티엔이 의도하던 것 그대로라면 그리즈만은 발베르데 시절보다 고립되는 빈도 수도 더 적었어야했을 거고 활약상 역시 더 올라갔어야 정상입니다. 맞습니다. 확실히 못하고 있어요.



근데 단편적으로 이것만 바라보기 전에 발베르데와 세티엔의 의도가 무엇이냐를 짐작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1. 발베르데는 그리즈만을 왼쪽에 배치해서 단점도 메우면서 장점도 다 잡아보자는 그답지 않은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만큼 본인이 원했던 그리즈만이 다른 그 누구보다도 해줄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본 거죠. 그리고 제 예상과 다른 행보였지만 의도를 파악하고나선 시도해봄직하다 생각했습니다.



발베르데가 그리즈만에게 바랐던 건 대략적으로 이 정도로 보면 되는데



왼쪽에서 좌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때로는 우측면까지) 공수 전환의 과정을 최소화하면서 팀의 후퇴를 막아주고
메시와 반대되는 위치에서 또 다른 영향력 (온 더 볼이 아니어도) 을 발휘하면서
때로는 메시의 보조자가 되어 지원해줄 수 있는 그런 선수.



그래서 발베르데는 아르투르-데 용을 활용해 모두가 볼을 만지는 빈도 수를 늘리면서 필요하면 메시의 동선을 최대한 그의 장점이 유의미하게 발휘되는 구간으로 제한하곤 했습니다. 문제는 그리즈만이 저것들을 다 해내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 구성상 따라오는 기복의 폭과 한계, 전술적 변형의 부재 (뻔한 교체. 이게 비달과의 트러블의 원인이었다고 확신합니다.) 등 기타 문제들도 많았죠.



근데 소시에다드를 비롯한 몇몇 팀들이 기가 막힌 대응 방식을 들고 나와버립니다. 메시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이 굴러가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버리자는 거였죠. 당연히 전진은 안 되고 볼은 계속 뺏기니까 불확실한 볼이 많아지고 사전에 포지셔닝을 취하기도 전에 경합이 일어나는 빈도가 많아졌습니다. 경기력만 최악이었으면 모르겠는데 비기거나 지는 빈도 수까지 올라갔습니다. 늘 뻔하게 하던 팀이 후반에 그런 방향으로 전술적 변형을 가져가서 나오니까 역전패까지 당했습니다. 결국 그 경기 후에 짤렸죠.



2-2. 그렇다면 이 쯤에서 그리즈만이 무엇이 부족했기에 발베르데의 의도가 절반도 안 됐을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리즈만 한 명의 문제로 인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전 단언컨데 오른발 사용 빈도를 1순위로 꼽고 싶습니다.



그가 잘했던 경기들과 못했던 경기들을 유심히 보면 왼발로 편하게 볼을 받고 자신이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었냐 없었냐에 따라 많이 갈렸어요.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템포에서 동료들과의 호흡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겠죠. (프리시즌을 온전히 날려먹었다는 걸 누누히 지적했던 이유)



원투를 주고 뛰어들어갔는데 패스는 안 오거나
뛰어들어갈 줄 알고 패스를 줬는데 그리즈만은 안 뛰거나
오른발로 처리하면 되는데 왼발로 처리하려고 동작을 한 번 더 가져가거나 등등...



그럼에도 그리즈만은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오른발로 골을 넣기도 했고 패싱을 시도하는 빈도 수도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3. 세티엔은 발베르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지금 바르셀로나의 구성상 메시와 동떨어진 지점에서 볼이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절대 이길 수 없다.’



전 세티엔이 이걸 지나칠 정도로 의식하고 있고 이게 필드 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수준으로요. 그렇기 때문에 측면의 메시는 본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쓰는 거라고 봅니다. 상식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좋아하고 메시의 장점을 모를 리가 없는 감독이 측면의 메시를 고집한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3-1. 그래서 세티엔은 세 가지 선택을 보여줍니다.



- 그리즈만은 중앙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최대한 팀의 후퇴를 막아준다. (볼이 굴러갈 때 먼저 그 지점을 예측하고 뛰어갈 수 있으니까)
-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체적으로 기존보다 더 긴 동선 (횡이든 종이든) 을 커버한다.
- 대신 메시가 볼을 잡고 해결하는 빈도 수를 기존보다 더 높게 잡는다. (당연하게 메시의 동선도 길어진다.)



3-2. 부임 경기였던 그라나다 전부터 공통된 부분들을 살펴보면 메시가 있는 쪽으로 볼이 투입되거나 그게 안 되면 메시가 하프 라인 아래까지 내려와서 볼을 잡는 빈도 수가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안 풀리는 경기일수록 그게 더 많아진다는 것도요.



대다수의 상대 팀들이 측면의 메시를 마주할 때 거칠게 들어오거나 고립시켜서 위험한 수비를 할 가능성이 높으니 메시의 고립을 막기 위해 선수들에게 더 많이 뛰고 더 보조할 것을 지시하는 것 역시 당연하구요.



전환의 과정과 모든 수비의 기초는 최전방 포워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역시 맞고 그리즈만은 지금 이 부분에 한해서는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누가 와도 그리즈만보다 이걸 잘할 선수는 거의 없다고 보구요. 단지 다른 게 안 되고 있는 거죠. 물론 그게 가벼운 문제는 아닙니다만...



3-3. 그럼 이제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의 문제를 조금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메시라는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박스 근처에서 좌중우 분배가 너무 좋고 주변 동료들과 본인의 능력을 기가막히게 활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기본기 그리고 발로 어느 방향에서든 볼을 받아서 내보낼 수 있다는 거라고 봅니다.



아르헨티나도 자주 보여주는 문제인데 측면의 메시는 안 풀릴 때 감독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팬들 입장에선 더더욱 당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드리블로 선수들을 제쳐나가면서 마무리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메시라면 그걸 90분 안에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문제는 메시가 발로 볼을 편하게 받으려면 더 밑으로 내려와야하고 그만큼 더 전진해야합니다. 당연히 내려오는 거리만큼 마주하는 수비들도 늘겠죠. 그래서 메시가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받을 수 있도록 롱패스의 비중도 어느 정도 늘어나는 모양새인데 전 측면의 메시는 늘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상의 위험이 잠재되어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는 백날 이겨도 앞으로를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전 이런 기용 방식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메시의 몸 상태도 더 안 좋아질 거라고 봐요.



그럼 그리즈만이나 비달, 브레이스웨이트 등이 어떻게 볼이 굴러오든 안정적으로 한 번 잡아주고 내주는 게 되어야하는데 이게 안 됩니다. 지금 그리즈만이 못하는 건 발로 볼이 굴러오는 게 아닌 이상 본인이 다 받아내면서 좌우 측면 동료들이나 미드필드들을 지원을 못해준다는 게 제일 커요. 그렇게 굴러와도 오른발 사용이 스스로 제한되는 것도 있을 거구요.



세티엔은 결국 이 상황 속에서 메시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조금 덜 발휘되더라도 메시가 볼을 많이 만지면 어떻게든 해결은 될 거라고 보는 거죠. 실제로 메시는 그 기대에 완벽까진 아니어도 부응하고 있고. 물론 이게 다른 선수들의 적응과 상승을 기대하고 일시적으로 선택한 카드일 수도 있겠죠. 근데 제가 보기엔 아니어서 우려하는 거고.



수아레즈의 기용 빈도가 이제 조금씩 늘어날텐데 지금의 틀 안에서 전방의 수아레즈를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를 왜 우려하냐면 안 풀릴 때 선수들의 순간적인 기지나 센스에 의존하는 축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뭐하는 건가 싶은 그런 축구 있잖아요? 발베르데 때도 그런 축구의 빈도가 꽤 됐죠.



전 지금 구성상 문제가 있다는 걸 부정할 생각도 없고 그리즈만이 못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허나 세티엔의 바르셀로나가 가고 있는 길은 발베르데가 선택한 길보다 훨씬 더 한계가 있고 위험하다고 봅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전 웬만한 강팀들한텐 다 추하게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야니치도 지금 상황에선 단점 메우는 쪽에 더 가까운 접근이라고 보고 오히려 그런 영입 여부를 떠나서 세티엔이 선수들에게 조금 더 자율을 주는 쪽으로 가서 해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장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게 지금의 방식이라 생각해서 선택한 거라고 보는데 때론 그런 쪽으로 절충할 줄도 아는 게 감독이 할 일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외부에서 보는 시선하고 선수들의 훈련을 다 바라볼 수 있는 내부의 시선은 다를 수 있습니다. 순전히 바르셀로나가 그 동안 보여온 모습을 바탕으로 한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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