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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80 (세비야 전)

by 다스다스 2020. 6. 20.

 

 

 

세비야 같이 중앙을 거치는 것보다 좌우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을 상대로 기존의 방식 (우측면 메시를 갈아넣는 방식) 대로 나오면 큰일날 수도 있겠다라는 판단은 어느 정도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전 공수 양면에서 선수들의 대형이나 움직임만 봐도 지시가 살짝 바뀐 것 같단 생각은 충분히 들만했다고 보고. (특히 메시의 중앙지향적인 포지셔닝) 동시에 어떻게 양 측면을 활용해야할까란 부분도 고민을 한 것 같다고 보여지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경기 초반에 부스케츠가 좌측면으로 빠지면서 (전반전 한정해도 짱개 폐렴 이후 펼쳐진 이전 경기들보다 훨씬 더 좌측면이나 그 근처로 빠지는 빈도 수가 높았습니다.) 빠르게 볼을 내보내면서 측면을 지원해주는 모습이 몇 번 보였어요. 그리고 부스케츠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후방에서 볼을 띄우거나 롱패스를 활용하는 모양새도 몇 번 보였죠.

 

 

(좌 - 부스케츠 전반전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우 - 부스케츠 전반전 히트맵)

 

 

 

근데 문제는 랑글렛이나 알바가 볼을 잡으면 원투터치 안에 볼이 떠나면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볼이 굴러가는 모양새나 한 방에 넘어가는 게 거의 안 나오니까 (오히려 이들이 원투터치 안에 볼 처리하면 대부분의 경우 볼이 뒤로 역주행합니다. 그리고 랑글렛이랑 피케랑 후방에서 볼을 잡고 처리할 때 유심히 잘 보시면 피케는 원투터치 안에 재빠르게 처리 되는 경우가 많고 45도 대각선 (오른쪽 측면이나 정중앙) 으로 나가는 빈도 수가 많은 반면에 랑글렛은 터치가 불필요하게 많거나 횡으로 돌거나 뒤로 도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랑글렛과 움티티의 가장 큰 차이에요. 물론 그럼에도 랑글렛을 쓰는 건 한준희 해설 말씀처럼 움티티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거겠죠. 부임 직후와 지금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단 뜻이기도 할테구요.) 부스케츠가 거기로 가야된다는 건데 이럼 또 선수들 동선이 꼬인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

 

 

 

특히 비달이 이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달이 커버 범위가 평소보다 더 넓어지고 후방에 관여하는 비중이 늘어나니까 속도가 나야할 땐 속도가 안 나고 전방에서 관여해야할 땐 비달이 한참 동떨어져있으니까 수적 우위에 밀리는 등의 모습도 보였죠. (이게 비달이 뮌헨에서 피보테로 뛰거나 후방 위주로 움직일 때 보여준 단점 중 하나입니다. 뮌헨 경기 많이 보신 분들은 펩이 답답해하는 거 몇 번 보셨을 겁니다.) 아르투르의 교체 이유도 비달의 장단을 고려한 거였다고 봅니다. 라키티치가 아르투르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간 것만 봐도 파악이 됐던 부분.

 

 

(전반전 비달 히트맵)

 

 

 

결국 이게 점유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볼을 소유했을 때 어떻게 활용하냐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 감독들의 차이와 수준은 여기서 갈리는 거에요. 바르셀로나를 바라볼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보구요. 천 번 패스를 해도 그게 후방에서 의미없이 돌아가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5~600번 패스를 했는데 그게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굴러가면 의미가 상당해집니다. 세티엔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지가 명확하게 안 보여요. 그냥 자신의 이론에 갇혀서 선수들을 거기에 지나칠 정도로 끼워맞추는 것 같달까. 기용 방식을 보면 더 그래보입니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의 장단이 파악됐다는 느낌도 안 들거든요.

 

 

 

지공이라는 것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단순히 볼을 오래 가지고 있는 상태로 느릿느릿 공격하는 게 아닙니다. 볼을 가지고 있다는 우위를 점한 상태로 이득을 취하면서 공격을 하는 거에요. 그러면 공수 양면을 다 해낼 수 있죠. 볼을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바라보면 세티엔의 바르셀로나가 하는 건 지공도 뭣도 아닙니다. 전환의 과정이 그렇게 많고 선수들이 수동적으로 뛴다는 느낌까지 준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에요. 그렇다고 발베르데처럼 어떤 명확한 의도가 단 하나라도 보이냐? 앞서말했듯이 그런 것도 없습니다.

 

 

 

전 세티엔이 최소 두 가지라도 확실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안 보여주면 계속 이럴 거라고 보고 앞으로 더 힘든 경기를 할 거라고 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과정이라고 보구요.

 

 

하나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내보내는 그 아주 기초적인 틀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당연히 선수들의 장단을 제대로 파악해서 그에 맞는 기용 방식도 고민해야될테고 측면으로 볼이 나갈 때 선수들의 동선과 대형 그리고 세부적인 지시도 중요하겠죠?)

또 하나는 메시와 그리즈만의 동선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오늘 메시가 지난 두 경기에 비해서 측면에서 움직이는 비중이 훨씬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박스에서 너무 동떨어진 곳에서 볼을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드리블의 거리는 길어지고 상대가 협력 수비를 들어오는데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하다보니까 위험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꽤 많았죠. 솔직히 세비야가 아니라 최하위권 팀들 중 한 팀이었으면 조마조마하면서 봤을 겁니다. 이건 로페테기가 잘 준비해왔다고 칭찬할 게 아니라 어떤 팀이어도, 어떤 감독이어도 메시가 중앙에서 수비수들을 끌어모으고 닥돌하려고 하면 똑같이 지시했을 겁니다.

 

 

 

먼저 수비 하는 선수가 거칠게 들어가면 뒤에 있는 선수가 호흡 맞춰서 스탠딩으로 끊어주고 반대로 먼저 수비하는 선수가 스탠딩으로 끊으러 들어갔는데 제껴지면 메시의 슈팅각이 열리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고 막는 거죠. 두 명으로 안 되면 세 명을 쓰면 되고 세 명도 안 되면 네 명을 쓰면 됩니다. 왜냐? 어차피 지금 바르셀로나는 좌우 측면 활용이 안 됩니다. 되도 어설퍼요. 지금 있는 선수들이 동선이 제한적이고 뻔하니까. 거기다 오늘은 파티도 없었고 후반전 중반까진 그리즈만도 없었습니다. 세비야가 오늘 대놓고 좌측면에서 볼이 굴러가면 우측면은 버렸습니다. 우측면에서 볼이 굴러가면 좌측면을 아예 버렸구요. 그 근처에 가있던 수비도 한 명이었고 협력 수비는 생각도 안 한다는 듯한 대형과 포지셔닝을 보여줬죠. 진짜 뒤에 신경도 안 썼어요. 원래 두리번 거리거나 의식을 해야되는데 그냥 메시만 쳐다보고 간격 좁히고 틀어막는데만 집중했습니다.

 

 

(좌 - 메시 전후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우 - 메시 전후반 히트맵)

 

 

 

그러다보니까 메시가 어떻게든 수비수들 시선을 끌어모으고 의식하게 만드려고 횡으로 무진장 돌아다녔습니다. 상대 박스 먼 거리에서 볼을 잡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닥돌하려고 페인팅 걸고 드리블 하고 혼자 별에별 짓을 다 하기도 했죠.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세티엔의 행보는 타타보다 더 심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봐온 바르셀로나 감독 중 최악입니다. 의도가 희미하게라도 보여야하고 그게 바르셀로나의 방향성과 어긋나더라도 뭔가 이해는 되야하는데 단 하나도 안 됩니다.

 

 

 

선수 평은 넘어갑니다. 솔직히 선수들 평가하는 거 지금 시점에선 크게 의미 없다고 봐요. 못하는 선수들도 있고 잘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게 그 선수의 쓰임새가 제대로 맞아떨어져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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