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181 (되게 짧음)

 

 

 

메시의 장점을 살리는 축구가 아니라 메시가 가진 능력을 싹 다 갈아넣어서 어떻게든 이기는 축구를 메시의 커리어 막바지에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보다가 갑자기 짜증이 확 몰려와서 리뷰가 조금 늦었습니다. 지금 세티엔이 하는 축구는 크루이프이즘도 아니고 팬들이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도 아니고 허접한 감독의 이론에 선수들이 갇혀버린 축구입니다. 전 리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세티엔이 역대 바르셀로나 감독 중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음. 그가 이 선수들을 가지고 하려는 게 대체 뭔지 단 하나도 보이지 않거든요.



이렇게 메시가 볼을 많이 만지는데 효율이 안 나오는 것도 타타 후반기 이후로 처음 봅니다. 아르헨티나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타타는 볼이 공중으로 붕붕 떠다니는데 경합은 다 지니까 메시가 볼을 많이 못 잡은 거였지. 의도가 뭔지는 파악할 수라도 있었습니다. 정작 실행이 안 되서 문제였을 뿐...

 

 

 

측면의 메시가 아슬아슬하고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눈깔이 있으면 봤겠죠.) 메시의 동선을 조금 조정해준 것 같은데 그 이후의 경기들 (세비야 전, 빌바오 전) 을 보면 횡적인 동선이 너어어어어무 깁니다. 왼쪽에 있을 게 아닌데 왼쪽에 있는 경우도 너무 많고 뭐든지 다 메시를 거쳐야하는 그림이 너무 많이 나와요. 물론 세티엔의 지시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메시 본인이 답답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근데 메시는 매 경기 이렇게 뛸 수 없습니다. 장담할 수 있음. 이제 여기서 변화가 없으면 상대 팀들은 본인들이 가진 카드들에 맞게 대응책을 조금 더 높은 완성도로 들고 나올 거에요. 제가 상대 팀 감독이어도 지금 바르셀로나만큼 맞춤 대응책 짜오기 편한 강팀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오늘 빌바오도 잘 보시면 메시가 있는 지점에 순간적으로 최소 네 명이 달려들 수 있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그 이상으로 배치하는 경우도 있었죠. 수비 시에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의 간격을 좁혀놓고 메시가 볼 받으면 다 달려들어서 뺏을 준비만 하고 있었죠. 근데 그렇게 막아도 먹힙니다. 오로지 메시의 능력을 기반으로 한 축구니까.

 

 

 

(좌 - 메시 전후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우 - 메시 전후반 히트맵.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거냐 영감탱이)

 

 

 

 

그리고 오늘 빌바오는 노골적으로 측면만 타고 그것도 왼쪽 측면만 집요하게 노렸어요. 본인들의 공격 방식이 그런 쪽으로 이뤄지는 것도 있겠지만 바르셀로나의 약점 또한 무엇인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단 소리죠. 전 여전히 리가에서도 위험하다고 보고 오늘 경기도 이기긴 했지만 좋아할 게 아니라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8월부터 있을 챔스에서도 변화 없이 이 상태 그대로 가면 누굴 만나도 위험할 거라고 보고. 솔직히 나폴리 뚫고 올라가는 것도 제대로 대답을 못 하겠어요. 물론 나폴리를 잘 모르는 것도 어느 정도 있겠습니다만...



크루이프이즘을 추구한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양반이 이렇게 측면의 중요성과 속도를 무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설명할 수 있는 건 능력 부족밖에 없죠. 전형적인 능력 안 되는 펩 따라쟁이 + 자신의 어설픈 이론에 미쳐있는 감독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펩이 성공 가도를 달릴 때 쏟아져나오던 짭퉁 펩 중 하나랄까. 유독 스페인, 포르투갈 쪽에 이런 감독들이 많긴 하지만 그런 놈들 중 하나를 바르셀로나에서 보게 될 줄이야...



물론 지금 바르셀로나가 명장이나 이런 바르셀로나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고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한 감독이 오더라도 꽤나 부침은 있겠지만 세티엔은 아무리 봐도 아닙니다.



전 오늘 경기 보고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 체력 강조한다고 훈련 강도 조절하다가 선수들 부상 빈도의 증가라던가 몸에 과부하가 올 수도 있겠다.
- 어떤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기 전까지 매 경기 조마조마하면서 볼 것 같다. (메시 다칠까봐)



이 두 가지였네요.



다른 얘기는



미드필드들 동선 조정 한 번만 좀 해봤으면 좋겠다. 정도? 공간 배분도 안 되고 삼각형은 커녕 수적 우위도 제대로 못 가져가는 거 보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하프 라인 전후 지점부터 중앙지향적인 축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