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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83 (첼시 v 시티 짧은 감상평)

by 다스다스 2020. 6. 26.

 

 

 

원래 트린캉 관찰기 쓰려고 브라가 경기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경기를 보게 됐네요. 트린캉 관찰기는 다음에 아다리 맞으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꼭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수스가 안 나오길래 뭔 생각으로 경기를 하려고 저런 라인업을 들고 나왔을까 고민하면서 봤는데 아무리 봐도 베실바의 에너지 레벨과 영리함을 믿고 (+ 데 브라이너) 수적 우위와 그를 바탕으로 한 상대 박스 근처까지의 빠른 전진을 노렸던 것 같아요. 이것만 되면 확실하게 작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야할까요. 베실바의 동선 자체가 횡이나 종이나 무지하게 길었습니다.

 

 

(베르나르도 실바 첼시 전 히트맵)

 

 

 

그 이후는 전적으로 데 브라이너의 영향력과 측면 선수들의 퀄리티를 믿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조금 의존하는 형태로 갔다고 보는데 전 여기서부터 꼬였다고 봅니다. 시티는 예전에도 몇 번 얘기했는데 팀적으로 수적 우위를 자연스레 가져가면서 양 측면을 잡아먹고 들어가야 그 파괴력이 나오는데 다비드 실바가 없거나 측면 포워드들이 제 몫을 못해주거나 수적 우위에서 상대가 안 밀리면 데 브라이너만 과부하에 걸립니다. 뭘 하려고 해도 해야할 게 너무 많아지니까 답답한 양상만 나오는 거죠. 실바와 진첸코를 투입한 것도 데 브라이너의 동선을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짜주면서 좌우 측면을 확실하게 잡고 활용하려고 (실책도 줄이면서 마레즈, 스털링, 제수스도 다 살릴 수 있는 그런) 그런 거라고 봅니다. 대응 자체는 빨랐고 동점골도 빨리 나와서 경기를 잡을 줄 알았는데 페르난지뉴의 손질에 경기가 확 넘어가버렸네요.

 

 

(좌 - 데 브라이너 전반전 히트맵, 패스맵. 우 - 데 브라이너 후반전 히트맵,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펩치고 심플하게 나온 느낌도 들어서 첼시를 얕봤다고 볼 수도 있는데 본인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한 번 믿어본 거라고 봅니다. 첼시가 생각 이상으로 잘한 것도 있구요.

 

 

 

 

첼시로 넘어가보면 솔직히 별로 얘기할 건 없는데 그래도 얘기를 좀 해보면 전형적인 효율성을 중시한 축구를 보여줬다고 봅니다. 시티가 측면에서의 파괴력이 잘 안 나오는 걸 간파한 이후로 더 간격을 좁히고 중앙을 틀어막고 하프 라인을 넘어갈 때 또는 공격을 시도할 때는 측면을 타고 재빠르게 넘어갔죠. 전환 과정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과 호흡 그리고 역할 분배 모두 다 완벽까진 아니어도 적절한 수준은 됐다고 보구요. 후반전에 시티가 측면을 잡아먹기 시작할 때부터 간격이 확 벌어지거나 측면을 의식하는 장면이 많아진 것 역시 우연이 아닙니다. 램파드는 확실히 보여주는 축구들 자체가 무링요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스스로 어느 정도 재해석한 것도 있을 테고.

 

 

 

시티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오거나 시티 박스 근처에서 볼이 돌아갈 때는 단거리 역습을 노리거나 패스 방향을 한 쪽으로 유도하거나 패스 미스를 순간적으로 캐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체력이 좋은 팀이 할 수 있는 축구 중 하나기도 하고 그만큼 램파드가 선수들의 장단을 꽤나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전력분석관이면 세티엔한테 이 경기 램파드 좀 보라고 문자 하나 넣어줄 것 같음.

 

 

 

선수들의 장단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대의 대응 방식에 맞춰서 선수들의 역할을 그에 맞게 다시 잡아주거나 지시하는 거 보면 램파드는 좋은 감독이 될 자질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상대적 약팀들을 상대할 때도 가진 자원들의 한계와 장단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시도들이 나온 거라고 보는 게 옳구요. (이전에 첼시 얘기한 적이 있으니 이 얘기들은 검색으로 찾아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졸려서 중간중간 좀 놓치면서 봤는데 그래도 재밌게 봤네요. 페르난지뉴의 손질만 아니었으면 90분 다 보고 만족스럽게 껐을 것 같아요. 참고로 셀타 전 리뷰는 없습니다. 기다리지 마세요. 진짜 안 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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