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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84 (짧은 후기)

by 다스다스 2020. 7. 1.

 

 

 

음... 고민한 흔적도 보이고 상대 팀을 분석한 것도 보이는데 시메오네는 한 수를 더 앞서볼 줄 아는 감독이었다만 알 수 있었던 경기랄까. 제가 보기엔 세티엔은 이 선수들을 가지고 이 이상으로 뭔가를 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오늘 늦으면서 이해 불가의 교체까지 보면 더더욱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음.

 

 

 

오늘 경기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세티엔은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단점 중 메시가 없거나 동떨어진 곳에서 볼이 오랜 시간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라는 걸 제일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일이 있어도 필드 위에서 벌어지면 안 된다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마 상대가 원하는 양상으로 한 번이라도 넘어가기 시작하면 개작살날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해서일 것 같은데... 후반전은 당연히 전반전에 시메오네의 손바닥에서 놀아났으니까 조금 조정을 해서 덜했지만 전반전은 그냥 메시의 개인 능력과 알레띠 본인들의 포지셔닝 미스로 위기를 맞이한 거지. 그거 뺴면 그냥 시메오네가 원하는 양상 그대로 흘러갔다고 봅니다.

 

 

- 메시가 볼을 받아도 최대한 박스에서 먼 곳에서 받게 하거나 터치 라인에 바짝 붙어서 받게 하거나.

- 그러면서 1차 수비수가 스탠딩으로 들어가면 2,3차 수비가 미리 자리를 잡는 식.

 

 

(좌 - 메시 전반전 패스맵. 우 - 메시 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 - 메시 후반전 패스맵. 우 - 메시 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전후반의 경기력 차이 그리고 답답함의 차이는 메시의 동선 하나로 모든 걸 다 설명할 수 있다.)

 

 

알레띠가 좌우 측면에서의 볼 탈환과 빠른 공수 전환, 속도를 굉장히 강조하는 팀이긴 한데 근래 상대 팀이었던 세비야랑은 조금 다른 게 좌우 측면을 그렇게 활발하게 활용하거나 오로지 그것만으로 승부를 보는 팀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번 시즌을 보면 좌우 밸런스가 굉장히 안 좋아서 이런저런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하죠. 요렌테도 그 중 하나고. 기복도 생각보다 있는 편이구요. 그래서 세티엔은 잠시 봉인해두었던 측면의 메시를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 일부러 측면으로 볼을 유도시켜서 죽은 볼을 만드는 게 알레띠의 기본 대응 방식이었고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를 털어먹을 때도 메시의 반대편을 노골적으로 공략하는 게 승부수였으니까. 근데 시메오네가 한 수 앞을 더 내다봤죠. 어디서든 볼을 뺏어서 우리가 볼이 많이 굴러다니는 그 쪽 측면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을 타고 달릴 수 있으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걸 간파하고 그에 맞게 준비해온 겁니다. 알레띠가 오늘 전방에서 적극적인 볼 탈환을 생각보다 많이 보여준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전 세티엔이 이런 공간 활용이 너무 메시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는 게 되게 크다고 봅니다. 볼이 없을 때와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어느 특정 지점 (측면이나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 등등) 에 위치하고 있을 때 의외성이란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장단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무엇을 할 지 명확하게 주문을 하고 지시하는 것도 중요한데 세티엔은 결국엔 다 메시로 연결됩니다. 필드 위에서 나머지 선수들을 바보로 만드는 순간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팀은 정적으로 변하고 본능적으로 볼을 따라서 뜬금포로 해결해주는 선수들을 웬만해선 잘 안 빼게 되는 겁니다. 그게 지금 바르셀로나엔 수아레즈랑 비달이겠죠. 발베르데와의 차이가 바로 이거에요. 똑같이 정적이어도 발베르데는 나머지 선수들의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의 효율을 위해 철저하게 맞춰져있었다면 세티엔은 메시가 다 해야 비로소 뭔가가 나오는 거죠.

 

 

 

속도도 메시가 내야하고.

과정도 메시가 만들어줘야하고.

마무리도 메시가 해줘야하고.

 

 

 

몇 경기 째 반복되고 있는데 다음 경기에도 들고 나오는 건 어떻게 해야 메시를 더 갈아마실 수 있을까입니다. 이젠 달라지겠지 이런 생각하면서 보지도 않아요. 더 얘기할 것도 없구요. 까면 깔수록 알던 것보다 더 별로인 감독이었구나를 알게 되서 좀 그렇네요. 진짜로 트린캉 관찰기나 할 걸... 괜히 봐가지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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