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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세티엔을 보니

by 다스다스 2020. 7. 2.





떠오르는 그 사람. 바로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국내에 계신 오래된 바르셀로나 팬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보아스도 한 때 꾸레코리아에서 대다수가 엄청 원하던 감독이었음.



당시 바르셀로나를 따라한듯한 공격적인 방향성의 축구.
펩을 따라한듯한 감독으로서 가진 마인드와 이론.



물론 전 극구 반대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보아스의 포르투 엄청 많이 봤는데도 반대하고 다녔음. (국내 한정하면 저보다 더 보신 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봤음) 이론과 실전은 다르고 자신의 이론을 정답인 마냥 대하는 변방 리그 감독들이나 중위권 감독들은 한 단계 올라설 때 호되게 당하는 걸 아주 많이 봐왔거든요. 바르셀로나도 가스파르트 초기로 가면 페레르라고 당시 리가에서 꽤 괜찮은 평가가 자리잡던 중위권 감독이 왔다가 작살난 전적이 있습니다.



거기다 당시 포르투의 성적의 밑바탕은 보아스의 전술적 능력보다 포르투 선수단이 무지 좋았다는 게 훨씬 컸습니다.



그러고 첼시에서 밑천이 제대로 드러났죠. 당시 첼시 선수들의 멘탈리티가 분명 문제가 있었다는 건 동의하는데 보아스도 빅 클럽의 환경을 아예 배제하고 자신의 축구 내외적인 이론을 지나칠 정도로 들이밀었던 게 되게 컸음. (펩을 모방한 빡센 10계명이라던가. 선수들의 상태를 고려 안 한 훈련 세션이라던가. 갑작스런 사생활 통제라던가... 등등) 심지어 무링요의 전력분석관으로 이미 서로 아는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그랬다는 건 선수들의 태업만으로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근데 세티엔을 보면 되게 비스무리해요.



- 선수들의 장단 및 유형에 대한 파악도 없이 자신의 이론을 구겨넣으면서 발생하는 괴리감 (시즌 초반엔 선수들이 뭘 해야할 지 모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젠 안 풀릴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 90분 중 대다수를 잡아먹기 시작함)
-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축구 내외적인 실책들과 허접한 인터뷰 스킬 그리고 빅 클럽의 환경을 아예 무시한 모습들
- 스타 선수들과의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충돌들



겉으로 점유를 외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바르셀로나와 비슷한 축구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전 저런 중위권이나 변방 리그 감독이 있다고 했을 때 단순히 전술적인 능력으로 접근하는 건 반대입니다. 왜냐면 그걸 바르셀로나에서 똑같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요. 마주하는 상대의 대응 방식도 다릅니다. 오히려 저런 쪽으로 감독 선임 방향을 잡는다고 했을 때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선수들 사이에서 트레이닝론에 대한 칭찬이 나오는 감독들을 조명하는 게 맞다고 보구요. (예를 들면 그의 접근 방식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와의 훈련은 매일매일 즐겁습니다. 이런 것들??)



어차피 바르셀로나에 온다고 했을 때 어떤 감독이든 바르셀로나가 그 동안 추구해온 바에 맞게 절충해야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맞이해야하는 과제일 수밖에 없고 (팬들이 이렇게 안 하면 만족을 못 하고 이런 쪽으로 자부심이 굉장하니까) 지금 같이 메시라는 장점이 너무나도 뚜렷한데 단점은 팀적인 보조와 선수들끼리의 세밀한 동선 조정, 역할 지시로 메워야하는 선수가 있다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크게 보면 세 가지 정도인데



- 얼마나 각 선수들의 장단을 조화롭게 이끌어낼 수 있느냐
- 얼마나 유연하고 합리적인 기용 방식을 가져갈 수 있느냐
- 선수들의 신체적인 상태에 맞는 트레이닝론을 시즌 내내 이행할 수 있느냐



발베르데는 첫 번째는 오로지 메시만 고려했고 그래서 두 번째가 안 됐습니다. 세 번째 사안은 첫 시즌엔 실패했는데 다음 시즌엔 성공했죠. 임의로 트레이닝을 건너뛰고 휴식을 부여한다던가. 훈련 세션을 조정한다던가. 선수들의 몸 상태에 맞게 조정됐다고 볼만한 것들이 많았죠.



세티엔은 저 세 가지 중 단 한 가지도 안 됩니다. 타타보다 최악인 감독이라고 얘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어떠한 시도도 없이 메시 갈아마시기로 밀고 나갔고 아직도 그것만 하고 있어요. 감독으로서 필드 위에서 뭘 해야겠다란 의도 자체가 안 보인달까. 부임 후 중간중간 트레이닝 강도 기사도 나오고 짱개 폐렴 전에 메시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몸 상태가 메롱이었다는 것 역시 세티엔의 잘못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었구요.



그렇다고 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이 드는 감독은 없는데 (루쵸 이후로 코쿠 있었는데 터키에서 망한 거 보고 포기함... 요즘 더비에서 잘하고 있나요?) 세티엔보다 바르셀로나를 잘 이끌어줄 감독들은 찾아보면 충분히 많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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