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를 안 봤기 때문에 경기 얘기는 할 게 없는데 (원래 이런 시간대 경기 거른 적이 없는데 기가 막힌 판단...) 경기 전후 인터뷰를 보면 세티엔이 분명 압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스스로 이 정도면 위험한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커리어 막바지긴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랑이 될 수도 있는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망치고 싶진 않을테니.
사실 세티엔은 인터뷰 스킬을 보면 여러모로 타타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에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처럼 인터뷰하는데 자기에 관한 인터뷰는 내 문제보단 남의 문제가 더 눈에 띄게 답변하고. 이미 경기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여기서 더 떨어지면 이제 메시가 본연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는 지점을 돌파해버리는 거기 때문에 결과도 떨어지기 시작할 거에요. 무가 많아지거나 패배의 빈도 수가 늘어나거나...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한 편으로 그냥 아예 한 번 망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기도 하고 반반입니다.
지금 이 시점은 보드진이나 기술진이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지 중요한데 제가 기술진이면 부임 후 몇 경기보고 이 감독은 아닌 것 같다고 확신했을 것 같음. 겉으로만 바르셀로나를 이해하고 있는 텅텅이라는 게 계속 보이니까. 보드진 같은 경우는 어쩌면 세티엔 선임 후 얼마 안 되서 우리 눈이 삐꾸구나.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면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님 말구요. 근데 돌아가는 정황상 뭔가 준비를 하고 있긴 할 겁니다. 그게 아니면 진짜 치매 걸린 거임.
2. 제가 요즘은 같이 축구 보는 사람들 (악성 맨유 팬 한 명이랑 절 따라서 바르셀로나에 입문한 한 명이 있습니다.) 이랑 얘기를 좀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그 중 두 가지 반응을 꼽아보면
- 어차피 망한 거 제대로 망쳐놓고 가자
- 진짜 미친 척하고 향후 1~2년에 모든 걸 몰빵해보자
이 정도인데 전 보드진이 이번에 벌린 일은 저 두 가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의장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카탈란들 중에서도 슈퍼엘리트만 가능합니다. 의장직이 아니어도 돈 많고 뭘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에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 욕심이 없을 수가 없으니 하는 게 의장직입니다. 카탈루냐란 지역에서 바르셀로나가 가지는 상징성. 그리고 성공했을 때 의장직 이후로도 보장되는 여러 가지 가능성.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 내에서 갖게 되는 이미지와 파워 등. 뒤따라오는 게 정말 많거든요.
근데 그런 보상이 따라오는 만큼 말아먹으면 그만큼의 후폭풍이 따라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가스파르트와 바싸트 그리고 로셀이죠. 로셀은 뭐 최근의 일이니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테니 넘어가고.
가스파르트는 일단 손도 못쓰고 피구를 마드리드에게 내주고 시작했으니 그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봐줘야되는 게 있긴 한데 오베르마스부터 시작해서 온갖 영입들이 싸그리 다 실패하면서 쫒겨날 때쯤 바르셀로나는 적자가 1억 유로를 넘어가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쿠티뉴, 뎀벨레급 영입이 해마다 하나씩 망한 셈. 그래서 온갖 유스들을 다 올려쓰다가 돈 좀 될 것 같으면 다 팔아넘겼죠. 살아남기 위해 렉사흐도 모자라서 반 할까지 다시 모셔왔었고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계속 사왔는데 오는 족족 다 터지고. 하다하다 돈이 없으니까 라치오에서 망한 멘디에타를 임대로 업어오기까지 했음.
근데 가스파르트가 그렇게 선수들을 사모은 이유는 아주아주 명확했습니다.
누네스가 몰아준 반 할의 네덜란드 커넥션을 다 몰아내고 새로운 바르셀로나를 만들어내자. 가스파르트도 누네스 시절 부의장을 지낸 전적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누네스파였지만 막상 의장 선거에 나올 땐 새로운 바르셀로나를 내세우며 반누네스를 들고 나왔죠. 결국 히바우두가 간신히 먹여살린 오렌지 후유증이 너무 컸던 바르셀로나로만 기억에 남아버리고 가스파르트는 라포르타, 로셀 등의 세력들이 뭉쳐서 몰아내고 완전 개박살이 나버립니다.
라포르타와 로셀이 힘을 합쳐 가스파르트를 몰아낼 때 하던 게 그거였습니다.
가스파르트의 재정을 파헤치고.
그의 잔재들을 싸그리 없애버리고 또 다른 바르셀로나를 만들자.
근데 사실 라포르타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가스파르트의 후임 의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루이스 바싸트란 크루이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카탈루냐에서 광고 쪽으로 상당한 성공을 이룩해낸 인물이었습니다. 근데 선거 기간 중에 아주 큰 실수를 두 가지 해버립니다.
첫째는 카탈란과 비카탈란 선수들의 격이 다르다는 식의 발언을 해버립니다. 히바우두, 피구, 호나우두, 네덜란드 커넥션 등 근래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비카탈란들이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렸으며 향후 행보도 그런 쪽으로 갈 거라는 발언이었죠. 당연히 의장은 카탈란들이 뽑는데 카탈란들은 그 발언을 보고 경악하고 지지율이 폭락해버립니다.
만회하려고 던진 게 더 불을 질러버리는데 크루이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인물이 마드리드의 재정과 정책을 칭찬하는 발언을 해버리고 동시에 당시 불가침영역 중 하나였던 가슴팍 스폰서를 언급해버립니다. 이 발언들로 반감을 제대로 사고 바닥으로 가버립니다.
그러면서 원래 양상과는 다르게 바싸트 진영이 라포르타 진영에 흡수되면서 유일한 친크루이프였던 라포르타는 어부지리로 당선이 되버리고 처음 공약이었던 베컴이 틀어지자 당시 수완이 미친 수준이었던 로셀을 앞세워 호나우딩요 영입에 성공. 크루이프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레이카르트 선임까지 하고 약간의 부침 후에 성공 가도를 달리고 가스파르트의 잔재까지 다 털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 후 얘기들은 좀 생략하고 로셀 당선 시기로 쭉 당겨가보면 로셀이 당선되자마자 한 게 라포르타가 가스파르트한테 한 거랑 그냥 똑같았습니다.
- 방만한 재정 운영을 파헤치고. (트레블 이후 기본급 상승폭이 어마어마했음.)
- 라포르타의 불법적인 행태를 잡아내서 족쳐버리자.
- 그리고 또 다른 바르셀로나를 만들어내자.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펩의 의사는 상관도 안 하고 재정 문제라면서 치그린스키를 단박에 팔아버리고 재정을 파헤칩니다. 라포르타가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하려고 쓴 경비까지 다 문제삼을 정도로 미친듯이 파헤쳤었죠. 만약에 공식적인 행사나 바르셀로나와 상관없는 행사면 개인적인 돈을 쓴 거니 하나하나 다 뒤져봤다고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음.
근데 라포르타가 이 와중에도 머리를 참 잘 쓴 게 즐라탄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로셀이 처리하게 둬버리고 비야를 3월에 미리 질러버립니다. 펩이 원한 영입이기도 했고 기왕 살거면 미리 사버리면 자신의 작품이 되니까.
이후 로셀은 메시 이후를 책임져줄 네이마르를 데려왔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발목이 잡히면서 작살이나고 그걸 본 바르토메우는 당연히 고려할 요소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로 고려할 요소는 당연히 재정적으로 (그리고 서류상) 어떤 문제도 없어야하는 거겠죠. 하나라도 잡히면 그들이 당선된 후 내밀었던 모토가 작살나는 겁니다. 깜빵은 보너스고. 재정 안정화가 첫 번째였고 돈을 넘사벽으로 버는 바르셀로나가 그들이 내세우는 자랑거리였는데 그거부터 박살나는 거니까. 사실상 모든 게 부정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자신들이 데려다놓은 선수들이 최대한 바르셀로나에 많아야한다는 겁니다. 사실 바르토메우는 파티나 푸츠의 성장에 별 관심이 없을 거에요. 어차피 유스는 언제 터지든 재능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무조건 바르셀로나와 평생 가는 존재고 건들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데 용, 그리즈만 같은 선수들이 그들에게 더 중요할 겁니다. 누가 와도 건들 수 없는 재능과 팬들의 지지를 받을 확률이 높은 선수들. (가장 완벽한 예시는 라포르타의 알베스겠죠?) 지금 어이없는 거래로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아르투르는 그 중 가장 기대치가 적은 선수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겠죠? (이미 내다버린 자식인 쿠티뉴와 뎀벨레는 제외) 그러면서 기술진의 추천이나 감독의 요구 (이건 아닐 것 같습니다만) 들을 반영해서 고른 대상이 프야니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구요.
3. 이러나저러나 일은 벌어졌습니다. 잠깐 기사보니까 피미엔타 얘기도 있고 내부에서도 많이 시끄러운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바르토메우가 들고 있는 필살기가 과연 무엇일 지 이제 그게 화두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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