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간 분위기 조금만 안 좋아지면 07-08 시즌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서 그냥 그 때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는 지 그리고 팬덤 사이에서도 얼마나 안 좋았는 지 살짝 얘기 좀 해볼까 합니다.
까놓고 먼저 얘기하면 솔직히 지금하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그 시절 안 봤다고 광고하는 거에요. 그 시절 다 봤다는 올드 부심이 아니라 그만큼 분위기가 안 좋았습니다.
일단 판타스틱 4 로 시작한 시즌 초반부터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지도 않았고 전 시즌 안일한 시즌을 보낸 대가로 당한 거나 다름없던 역전 우승의 여파를 잘 씻어내지 못한 경기력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기긴 이기는데 이게 잘해서 이기는 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찝찝함??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메시만 믿고 가자는 시즌이라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고 전반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에드미우손이 갑자기 폭탄을 터뜨려버리죠. (11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꽤나 긴 인터뷰였는데 내용은 라커룸에는 축구보다 다른 걸 우선시두고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선수들이 있으며 가족의 형태를 띄는 하나의 스쿼드 안에서도 골칫덩어리는 있기 마련이라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해버립니다. 당연히 기사가 나간 지 몇 시간도 안 되서 전 스페인 언론에 도배가 되버리고 각 언론들과 팬들은 저러는 놈이 대체 누구일 것 같냐는 설문부터 시작해서 범인 찾기에 들어가죠. (일단 딩요는 무조건 들어갔음.)
지금으로 치면 4~5년차 된 주전급에서 이제 위상이 조금씩 내려오는 조용한 선수 (경기 후 인터뷰도 잘 안하고 평소에도 인터뷰 잘 안 하던 선수가 에드미우손이었음) 가 갑자기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더니 온갖 내부 얘기들을 다 퍼뜨리는 건데 꽤나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당시 팬들은 오히려 에드미우손을 옹호합니다. 한 번쯤 짚고 넘어갔어야하는 문제며 호나우딩요, 에투, 마르케즈, 데코 등 정신차려야할 선수들과 당시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말이라 여겼거든요.
당연히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푸욜, 챠비, 이니에스타를 비롯한 마시아 출신들이 라커룸 문제는 라커룸에서 해결해야하며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건 좋지 않은 방식이라고 얘기했었죠. 별개로 큰 기대를 받고 넘어왔던 앙리는 이혼과 그 여파로 따라오는 개인적인 문제 (제 기억으로 자식과 떨어져지내야한다는 그게 컸던 걸로 기억함.) 로 멘탈 자체가 박살이 나있었습니다. 근데 언론들한테 못한다고 욕 무진장 먹었음... 참다못해 크루이프가 쉴드치려고 인터뷰하고 그랬었죠.
그 후 다시 하나가 된 건지 전반기 엘 클라시코 전후까지 나름 순항하나 했더니 (도중에 있던 엘클은 1대0 패배긴 했지만 끔찍했고 경기력은 여전히 똥망이었음. 관중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2월인가 알레띠 원정에서 4대2 로 진 이후 갑자기 곤두박질 치기 시작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시 부상까지 겹치면서 더더욱 하락세가 심해졌죠. 비야레알한테 지고 (근데 당시 비야레알 개잘했음. 아마 이 시즌 두 번 다 진 걸로 기억합니다.) 알메리아한테 비기고... 코파 델 레이도 당시 쿠만에 의해 개작살이 나버린 여파가 엄청 컸던 발렌시아에게 4강에서 일격을 당해서 탈락해버리고... 근데 챔스는 또 어떻게 홈에서 간신히 이겨서 4강 진출하고.
그 후는 아시다시피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메시 하나만 믿고 가는 어이털리는 축구) 챔스는 스콜스의 시원한 중거리포 한 방에 떨어지고 (잠브로타...) 엘 클라시코는 베르나베우에서 창피한 경기력으로 얻어맞죠. 마지막 홈 경기에는 4만명도 안 되는 팬들이 깜노우로 와서 90분 내내 야유만 하다가 가버리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웃긴 건 이 경기를 또 집니다. 그것도 2대0 으로 앞서다가 후반에 내리 세 골주고 작살나버림...
단순히 성적이 어떻고 과정이 어떻고를 떠나서 전 이 시즌만큼 잡음이 많고 언론들이 건수 잡힐 때마다 미친 듯이 공격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선수들도 멘탈이 장난이 아니었죠.
에투는 전 시즌부터 개인적인 욕심이 너무 지나친 모습을 많이 보여왔고 (감독의 결정보다 자신의 욕심을 앞세운다던가. 팀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한다던가... 펩 때도 이런 모습을 몇 번 보여줬죠.)
딩요는 유명하죠. 자기 관리도 안 됐고 클럽 다니고 술 퍼마시고 여자들이랑 놀고 훈련장에 안 나타나고 등등...
데코도 레이카르트가 교체 지시하니까 악수도 거부하고 쌩까고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자기 관리 안 하기 시작하고.
마르케즈도 격년제로 잘한다고 팬들이 쉴드 쳐주긴 했지만 동기부여가 떨어진 듯한 모습을 엄청 보여줬고.
에드미우손은 그런 소리 해놓고 정작 몸이 안 따라줘서 나오면 경기 다 망치고 다녔고 등등등...
이 시즌에 팬들이 야유 안 한 선수가 딱 세 명이었습니다. 메시, 보얀, 야야 뚜레. 아직도 기억함. 그 정도로 팀이 개판이었어요. 전 이 시즌 떠올리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게 레이카르트가 고개 박고 한숨 쉬던 거임. 그 모습을 후반기 내내 봤어요. 그러고 기자회견장 나오면 다 자기 잘못이라고 어떻게든 선수들 보호하고 혼자서 다 막으려고 했었죠.
이 때 솔직히 어떻게 축구를 봤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 땐 또 스페인어를 잘 못 할 때라 꾸코에 올라오는 것들 다 보고 그랬었는데 기분 좋은 소식을 본 적이 없었음. 그나마 무링요 온다할 때 다음 시즌은 다를 거다 이런 분위기가 좀 있었던 거 같음. 언젠가 다시 이런 개같은 일들이 가득한 시즌을 겪을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정도까진 안 왔습니다. 물론 안 좋은 시즌이 될 확률은 높습니다만... 세티엔부터 정신차리길 바라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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