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일수록 실책성 플레이가 많고 전환이 잦으면 잦을 수록 팀의 공격 자체가 중앙지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상대적 약팀들은 보통 역습을 나갈 때 긴 거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뛰어야하는데 그걸 해내기 좋은 공간은 측면이니까요. 그래서 측면을 압살하는 강팀들은 기용 방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 약팀들한테는 웬만해선 경기력에선 안 밀립니다. 시티, 뮌헨, 리버풀 등등 좋은 예시의 팀들이 있죠.
중앙에서 볼을 뺏기면 상대는 한 단계 작업을 더 거쳐야하고 그 사이에 시간을 벌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때로 종으로 길게 나가는 패스를 전방에 있는 동료들에게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미드필드가 있는 상대적 약팀들은 롱볼을 전략적으로 쓰는 편이기도 하죠. 패스 한 방에 라인이 붕괴된다던가. 롱볼을 쫒아 우루루 뛰어간다던가. 그런 장면들을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문제점은 수아레즈를 쓰면 쓸수록 팀이 중앙지향적으로 변하면서 몇몇 선수들이 당연하게 측면으로 지원을 가야한다는 겁니다. 바르셀로나 경기 보면 공수 전환 과정에서 상대가 볼을 잡았을 때 수적 우위를 앞세워 측면으로 순간적으로 몰아붙여서 조여버리는 장면 (발베르데 때도 이거 한 경기에 3번 보기도 힘들었는데 세티엔은 더 심합니다.) 보다 이미 상대가 측면에서 전진하고 있을 때 맨투맨으로 막으러 가는 장면이 많죠? 그게 다 수아레즈 때문이에요.
실책성 플레이가 많아지면 전환의 과정은 많아지기 마련이고 팀의 라인은 계속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발베르데는 이걸 타협해서 써먹었던 것뿐입니다.) 그러다가 대형과 간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8명이서 수비를 해도 3~4명을 못 막아서 실점하는 경우가 나오죠. 그래서 세티엔은 측면에서 메시가 볼을 받게 하는 겁니다. 측면 공간에서 수비수들을 끌어모을 수도 있고 뒤로 밀리게 할 수도 있는데 안정적으로 전진까지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근데 노골적으로 측면만 파는 팀들을 만나면 메시가 아예 하프 라인 아래까지 내려오는 빈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더 중앙지향적으로 팀을 굴리는 겁니다. 메시의 포지셔닝이 횡으로 길어지거나 중앙지향적으로 변하는 경기들을 보면 상대 팀은 측면만 미친듯이 팝니다. (짱개 폐렴 이후 세비야 전이 대표적) 어쨌든 90분 동안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은 보통 바르셀로나가 더 많으니까 한 번만 얻어걸리면 메시, 수아레즈 등등이 한 번은 해줄 거라 믿으니까요. 이게 제가 짱개 폐렴 이후 이 어설픈 틀 안에서 수아레즈를 써먹으려고 하면 더 볼 것도 없다고 했던 이유입니다.
지금 세티엔의 축구에 필요한 건 과거의 수아레즈 (11~15 정도로 한정짓겠습니다.) 와 네이마르 또는 신체 능력이 살아있는 이니에스타나 메시 정도일텐데 그 정도 선수들 쥐어주면 세티엔보다 훨씬 잘할 감독들은 깔리고 깔렸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공수가 다 측면에서 잘 되어야 합니다. 그 기초적인 틀 자체가 안 되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거에요. 발베르데 때도 그래서 몇 번을 이기든 결국엔 한계에 부딪힐 거라고 했던 거고 세티엔은 발베르데보다 타협도 못하고 선수들 파악도 더 못하니 한계도 더 이르게 찾아오겠죠.
수아레즈가 어떻게든 골은 넣는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바르셀로나의 포워드는 경기력과 팀의 대형, 간격에 기여할 수 없으면 그냥 쓸모없는 거에요. 이기는 경기를 더 크게 이기게 하거나 어쩌다 넣는 골이 팀의 승리를 안겨준다고 해서 그를 안고가야하는 건 이름값에 취한 안일한 선택일 뿐입니다.
수아레즈는 메시와 호흡이 잘 맞는다? 지금 필드 위에서 메시를 제일 힘들게 하고 있는 게 수아레즈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수아레즈는 바르셀로나에 더 이상 필요없어요. 조커로도 필요없습니다. 베테랑으로서 내외적으로 기여하기엔 그의 위상과 주급은 너무나도 큽니다. 다음 시즌에도 수아레즈가 있고 그의 기용 방식이 어떻게든 이뤄진다면 바르셀로나는 더 힘든 시즌을 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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