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도 왼발 센터백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이 발의 방향을 고려한 기용 방식을 고집하는 감독들의 의도와 이유는 상대의 숏카운터를 최대한 차단하고 (변수를 최소화 시킨다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비중을 나눠가짐으로서 최대한 빠르게 (빠르게가 안 되면 안정적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기 위함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전방에서의 방향성도 있습니다.)
보통 압박의 시발점을 골키퍼를 향해 뛰어가는 그 사소한 움직임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행위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뛰면서 상대가 볼을 보내는 방향을 유도하는 겁니다. 팀마다 압박 방식이나 의도가 다르겠죠. 측면으로 빠르게 몰아서 아주 빡센 전방 압박을 하거나 기술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선수에게 볼이 향하게끔 유도한다던가 등등... (압박이 좋다라고 할만한 팀들은 이 시발점이 되는 압박부터가 잘 짜여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골키퍼를 향해 뛰면 무엇을 보고 어디로 뛸 지 이런 디테일한 게 잘 잡혀있다는 뜻이죠.)
이렇게 체계적인 전방 압박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났을 때 발의 방향이 제한적이거나 약점이 보이는 선수들은 먹잇감이 되기 좋습니다. 비디오 분석 같은 것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공략하려고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구요.
왼발을 써야하는데 자신은 왼발을 못 쓰니까 오른발을 쓰려고 하다보니 주변 동료들에게 무책임한 패스가 나가는 걸 상대가 유도해내서 찬스를 만들 수 있고
먼저 앞선이나 측면에 동료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빠르게 패스가 나가면 되는데 왼발을 못 쓰니까 횡으로 돌려버리거나 백패스를 하거나 하는 과정 속에서 루즈볼 탈환에 성공해 찬스를 만들 수도 있겠죠. (그 외에도 많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른쪽에 왼발을 쓰는 선수가 위치해도 똑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긴 합니다.)
그래서 요 근래 기용 방식을 보면 왼발잡이가 없을 경우 (있어도 하자가 있는 선수일 경우) 크게 나눴을 때 세 가지입니다.
- 쓰리백을 써서 아예 후방에서의 패스 루트를 더 많이 만들어 실책성 플레이를 최소화 (대신 전원이 더 많이 뛰어야함. 숫자와 움직임으로 다른 부분들을 메우는 거니까요.)
- 측면 위주로 돌려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 (종종 오른발 잡이가 왼쪽으로 가서 롱패스를 엄청 갈겨대는 팀이 있습니다. 볼이 있는 곳과 정반대인 반대편 측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죠. 오른발 잡이 센터백이 왼쪽에 섰을 때 오른쪽을 바라보고 오른발을 쓰기 편하게 세팅을 해주는 겁니다.)
- 주발이 아니어도 약발로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해서 왼왼오오를 최대한 맞추는 기용 방식 (바르셀로나가 좋은 예시겠죠. 근래에도 바르셀로나 보면 랑글렛-움티티 나올 때 움티티가 오른쪽으로 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피케-아라우호 나오면 피케가 왼쪽 서고 그런 느낌.)
실제로 볼을 차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추어는 이런 것들이 더 심합니다.) 습관적으로 주발을 쓰다보면 약발로 뭔가 하는 게 잘 안 됩니다. 간단한 패스 조차도요. 그러다보니까 짧게짧게 가야할 때도 주발에 갖다대고 보내려하니까 한 템포씩 계속 죽는 거죠. 선택지를 스스로 지워주는 겁니다. 상대 입장에선 대형을 갖출 시간도 벌 수 있습니다.
2.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팀적인 측면으로 보겠습니다. 그럼 팀을 구성할 때 후방과 전방에 양 발을 잘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중앙에 배치하는 게 이론적으로 알맞은 걸 알 수 있습니다.
후방에서 발의 방향이 제한적인 선수들이 많으면 숏카운터에 공략을 당하거나 측면에서 고속도로가 날 수가 있고.
전방에선 발의 방향이 제한적이면 상대가 두 줄 수비로 아주 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약발이 나가야할 때도 주발이 나가니까 안 속겠죠.)
반대로 후방에 있는 선수들 중 가장 기술적이며 가장 양 발을 잘 활용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는 본인 기량으로 이미 많은 패스 루트를 갖고 있습니다. 상대가 노골적으로 들어와도 그걸 벗어날 수 있단 뜻이죠.
전방에 있는 선수들 중 가장 기술적이며 양 발을 잘 활용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가 중앙에 위치함으로 인해서 좌우 측면엔 공간이 납니다. (어느 쪽으로 패스를 할 지 어느 발로 슈팅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길을 열어주면 안 됩니다. 메시를 상대하는 팀들의 1차, 2차 수비 방식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3. 쿠만은 저번 시즌 초반에 이런 기초적인 틀을 선수들의 장점에 맞게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데 용 (왼쪽에서 움직일 때 훨씬 더 자연스럽고) 과 부스케츠 (오른쪽을 볼 수 있어야 실책성 플레이가 현저하게 줄어듬) 가 좌우에서 후방과 전방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메시가 앞선에서 한 쪽에 쏠리더라도 혼자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부터 좌측면 하프 스페이스까지 그 공간에서 머물러있다면 양 측면에 공간이 나고 (메시는 역대로 가도 좌중우 분배가 가장 좋은 포워드) 다수의 좌측면 인원들이 그 덕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허나 잘 안 됐습니다. 결국 기용 방식을 바꿔버립니다. 전 이 이후부터 데 용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한 편으로는 그에게 더 잘할 수 있다 믿고 무언가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라고 이런 기용 방식을 가져갔다고 봅니다. (제가 쿠만이라면 데 용은 뭐든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 같음)
횡적으로도, 종적으로도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달까요. 이렇게 여기저기 써보는 건 데 용이 주발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약발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럼 앞으로 바르셀로나가 찾아야하는 선수는 뻔합니다. 양 발을 잘 쓰는 포워드 (아니면 온 몸을 잘 쓰는 장신 포워드. 가장 좋은 예. 레반도프스키) 와 양 발을 잘 쓰는 후방 자원입니다.
각각 메시와 부스케츠, 피케의 장기적인 대체자가 될 수 있겠죠. 뎀벨레가 잘했으면 분명히 중앙에서 시험했을 겁니다. 양 발에서 나오는 메리트를 측면에서 제한하기엔 아쉬울 테니까. 근데 애초에 그 정도 재능이 아니었기에 이제 기대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구요.
어느 팀을 보든 이런 발의 방향을 보고
이 선수는 왜 여기서 뛰고 있지?
저 선수는 왜 저기서 뛰고 있지?
생각해보면 한 번에 딱 이해가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발의 방향을 수비수들로만 한정짓는 경우가 있는데 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 번 짚고 싶었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