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랑 이제 완전히 끝났다 생각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좋을 게 별로 없습니다.
옛날 얘기 잠깐하면 피구 잃고나서 히바우두라는 버팀목이 있었고 그가 기를 쓰고 바닥으로 가던 바르셀로나를 붙잡아주긴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일단 대체자로 왔던 오베르마스는 너무 못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성공작이라 할만한 선수들이 없었죠. 큰 돈 주고 사오는 애들이 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망했음. 무엇보다 히바우두라는 전술적 중심은 한계가 뚜렷했음. 아주 좋은 보조자였던 클루이베르트도 점점 맛탱이가 가고 있었고.
그리고 다음으로 컸던 건 당시 기준으로 매 시즌 쿠티뉴나 뎀벨레, 프야니치 급 영입이 하나둘씩 실패했다는 거죠.
00-01 은 오베르마스부터 해서 쁘띠, 알폰소, 로페즈 (바르셀로나 출신인데 프리로 발렌시아 보내놓고 당시 돈 21m 유로 주고 사옴) 가 있었고
01-02 는 사비올라, 호쳄박, 지오바니, 크리스탕발, 안데르손 이런 애들이 왔었음. 호쳄박이랑 지오바니는 전반기에 못 보던 애들이었는데 갑자기 보이길래 뭔가 했더니 남미에 있던 애들인데 겨울에 데려왔던 애들이었죠. 뒤지게 못했음. 이 시즌 경기들 보면 진짜 속터져 죽습니다. 크리스탕발은 아시다시피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프렌치 혐오증을 생기게 만든 선수 중 한 명.
02-03 은 결국 저런 영입들이 싸그리 다 망하니까 리켈메 하나 간신히 데려오고 임대로 다 후려쳐버립니다. 후반기에 안티치 오면서 소린이 밥값 이상 해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음 더 멀리 갔을 겁니다. 소린 마저도 임대였습니다. 이 시즌이랑 01-02 는 다시보기 하다가 이걸 내가 왜 보고 있지? 란 생각 진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판 걸 보면 00-01 은 피구를 잃었고 내보낸 애들도 별로 없었어요. 아무래도 의장 선거 시기가 애매한 시기였다보니 이적 시장을 제대로 보낼 그게 없었기도 하구요.
01-02 는 파벌의 현장을 까버린 쁘띠를 바로 팔아버리고 (떠나고 나서도 한 7~8년 동안 이 얘기 계속함) 반 할 마지막 시즌에 왔던 유망주 시망도 '돈이 되니까' 바로 팔아버렸죠. 젠덴도 첼시가 돈 좀 주니까 그냥 바로 팔아버렸음. (그냥 무난무난한 포리바렌테였음. 귀신 같이 첼시가서 망함. 이질적인 그 방식에 대한 적응 문제로...)
전 시즌에 왔던 알폰소는 뒤지게 못해서 임대로 바로 보내버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펩이 새로운 도전을 원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고 떠난다고 말하고 프리로 나가버립니다.
02-03 은 적자가 계속 쌓인 게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팀 살리겠다고 다시 온 반 할이 히바우두 보내달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원래 서로 충돌이 많았음. 유명함. 전술적, 원래 성격 차이 등등 이유도 다양함) 히바우두랑 아주 지저분하게 헤어지죠. 근데 레전드였던 게 바르셀로나는 반 할한테 다 떠넘겨서 이 둘의 분쟁으로 인해 떠나는 것처럼 상황을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돈 될만한 애들이나 규모가 큰 애들은 다 보내버립니다. 아르테타, 뒤트리엘 (발음을 뭐라하는지 까먹었네요.), 아벨라르도, 세르지 등등등...
다시 더 과거로 돌아가면 바르셀로나는 꽤나 흥미로운 행선지였음. 드림팀 때야 당연한 거고 그 이후에 사이클이 한 번 꺾이고 다시 올라오는 시기에 아약스에서 성공한 인물들이 다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어딘가 거쳐오는 애들도 있었고. 남미나 유럽에서 한가닥 하는 애들도 있었고) 뭔가 좋은 팀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죠. 98-99 가 과정에서 정점을 찍은 시즌이었습니다. 결과가 살짝 아쉬웠긴 했지만요.
이게 파벌로 터지고 그것도 모자라 피구가 떠나면서 저 암흑기가 시작된 거죠. 저 암흑기 2년 동안 돈도 날렸지만 외부에서 바르셀로나는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란 게 여실히 드러났음.
자 이제 지금으로 돌아와서 봅시다. 큰 틀에서 지난 몇 년을 보면 가스파르트 암흑기 시절이랑 비슷한 흐름입니다.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가 외부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행선지가 됐던 건 외부에서 본인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안전한 선택지 겸 최고와 함께 무언가를 도전하기 좋은 선택지였다는 거죠.
그게 쿠티뉴나 데 용,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를 선택한 이유구요. 더 예전으로 가도 똑같습니다. 오면 하는 소리가 다 그거였죠.
'챠비, 이니에스타, 메시와 뛰기 위해 왔다.'
'이니에스타, MSN 과 뛰기 위해 왔다.'
'이니에스타, 메시와 뛰기 위해 왔다.'
'메시와 뛰기 위해 왔다.'
이런 소리들...
문제는 빠르게 방출을 못하면서 팀이 고여버렸습니다. 안 나가는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근데 제일 큰 건 그거죠. 바르셀로나를 나갔을 때 마주할 이질적인 방식으로 인해 본인의 커리어가 큰 하락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 특히나 지금 같이 실패한 선수들이 대다수면 나갔을 때 얹어서 연봉 문제까지 있겠죠. 지금처럼. 그러니까 기를 쓰고 안 나갈려고 하는 겁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를 쓰고 방출부터 했어야 했습니다. 경쟁력을 다시 갖추려면 다른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선수들을 빠르게 갖다버려야 했다는 거죠. 손해는 이미 보고 있는데 얘네들로 그 손해를 메우려는 생각 자체가 안일했다고 보구요.
바르토메우가 싼 똥이 푸짐하고 냄새도 나는데 라포르타는 그걸 청소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데 안 했다는 거죠. 왜 안 했냐? 이 사람 자체는 축구 내적인 관점이 없으니까요. 그게 우선 순위가 아니니까요.
저번 암흑기는 감독 (반 할) 이 선호하는 선수들 (더치맨들) 을 지나치게 깔아놓은 후유증과 갑작스럽게 전술적 중심을 잃은 여파였다면 이번은 축구 내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선수들을 계속 데리고 가다가 괜찮은 영입들까지 싹 다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팀이 고장났고 그 후유증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 아주 어이없는 이유로 전술적 중심을 잃었습니다. 이 여파는 아주 쎄게 올 겁니다.
이렇게 갑자기 메시가 없어지면 문제가 뭐냐면 과도기에서 암흑기로 이어지는 전술적 중심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그리즈만은 과거 히바우두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뚜렷할 거임. 늘 말씀드렸습니다.) 팀은 계속 무언가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누굴 사든지 그냥 계속 누굴 담금질하든지.
그러면서 뻘짓을 하기 시작하겠죠.
돈이 필요하다고 돈이 되는 어린 선수들을 팔아버린다던가.
매력적인 행선지가 아니기 때문에 돈으로 유혹해서 또 퍼준다던가.
축구 내적으로 알맞다는 판단이 아니라 단순 네임 밸류나 가능성에 취해서 질러버린다던가 등등등...
안 한다면 다행이지만 바르셀로나는 늘 그게 있죠. 자신들의 작품... 아주 정치적인 요소.
메시와 함께 끝까지 달리면서 그리즈만, 데 용, 페드리 등이 발전해나감과 동시에 쿠만 이후나 아니면 한 번 더 지나서라도 감독을 정말 잘 뽑으면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잃은 후유증이 정말 적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젠 너무 큰 후유증이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조금은 내려놓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잘하면 진짜 기분 좋긴 한데 괜한 기대감은 더 실망스러울 거라서요. 요번 시즌은 역대급으로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바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