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찾는 거랑 공간을 만드는 거랑 아예 접근 방식이 다른데 보통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건 후자가 대부분이다 보니까 전자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공간을 찾는다. (오프 더 볼 위주)
- 공간을 만든다. (온 더 볼 위주)
라고 보시면 되는데 전자를 먼저 짚어보면 말 그대로 온 더 볼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밀도 높은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대항할만한 수준이 아니라 (경합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죠. 반대로 경합은 되는데 다른 게 안 될 수도 있고 뭐 이유야 늘 그렇듯 다양함. 글로 제한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오프 더 볼을 앞세운 적극성이 최우선이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선수들이 요 근래 많이 나오고 있다고 보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두 줄 수비를 필두로 한 밀도 높은 수비 대형 속에서 온 더 볼 시간을 길게 가져갈만한 재능은 흔하지 않다는 게 제일 크겠죠. 사실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10~20년에 몇 명 나올까 말까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지고 보면 3~4명이 달려오거나 쌈싸먹듯이 싸먹으려고 수비를 하는데 거기서 볼을 지키고 공간을 만드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근래를 보면 감독들은 이런 선수들을 측면으로 빼서 의도적으로 터치 라인을 출발점으로 잡아서 수비수들 앞뒤에서 들어가는 속도를 살리는 오프 더 볼을 많이 가르치고 지시합니다. 저번 시즌에도 그렇고 유로에서도 유독 측면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뛰는 포워드들이 많았던 게 그 증거구요.
이런 선수들은 적극성이 떨어지는 순간 약점 같지 않았던 것들도 약점이 되어버리고 어느 순간 굉장히 못해지죠. 신체 리듬이 무너지는 건 어느 선수에게나 위험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더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음.
산체스가 아주 좋은 예시인데 꾸코에서도 메없산왕이라고 조롱 많이 당했었는데... 지속적인 오프 더 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자신의 주발을 바로 쓰기 편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적극성이 기반이 되는 선수였다는 게 제일 컸습니다.
메시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터치 라인으로 아예 빠져야하니까 저런 적극성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하려면 횡으로 범위가 엄청 길어지는데 알베스랑 메시와 포지셔닝의 합이 좋은 편이 아니었죠. 얘가 여기 가면 난 저기 가고 이런 본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음. 그래서 이 둘이 중앙지향적으로 움직이면서 우측면을 아예 산체스의 책임 범위로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르셀로나 데뷔전 (마르셀로 살짝 털어먹은 경기) 정도 빼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모습은 없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런 산체스가 아스날을 가서 잘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아주 선호하고 알맞게 뛰는 방식으로 뛸 수 있던 팀이라는 게 제일 컸습니다. 뭔가 못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던 시기부터 보면 적극성이 굉장히 떨어져있다는 게 확 눈에 보일 거구요. 칠레에서도 마찬가지. 맨유에선 아예 적극적으로 뛴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못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제가 종종 산체스와 비교하는 그리즈만은 산체스랑 유사한 면이 많은 선수인데 신체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훨씬 더 영리한 선수라고 봅니다.
후자는 굳이 말로 안 해도 모든 걸 설명해줄 수 있는 선수가 바르셀로나에서 10년 넘게 증명했기 때문에 이전 글들로 대신합니다.
원래 조금 더 내용 보강해서 썼어야 하는 글인데 근래 다시 바빠져서 (본업이랑 부업이 있습니다...) 정신이 없어서 답글 달아드리는 거 말고는 신경을 못 썼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구요.
당분간은 뜨문뜨문 글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답글도 평소보다 느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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