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투가 일단 제일 문제긴 하지만 데스트랑 알바 문제도 굉장히 크다고 보는데 경기 초반부터 데 용이랑 페드리가 횡으로 굉장히 넓게 움직인 게 데스트랑 알바가 당연하다는 듯이 터치 라인에 붙어있고 온 더 볼 상황에서 빌바오 선수들을 끌어올 수가 없으니까 전진이 아예 안 되는 게 제일 컸습니다.
순서대로 짚어보면 네투는 무조건 오른발을 써야하고 (얘 진짜 문제인 게 왼손도 잘 못 씀. 손으로 볼 굴려주는 거 보면 왼손으로 굴려주는 건 다 똥임) 롱볼로 처리해봤자 그게 정확도가 똥이니까 빌바오가 그 루즈볼을 되찾는 순간 상황이 반복되는 건 똑같기 때문에 짧은 패스로 처리하려는 선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데스트나 알바가 필요하면 중앙으로 들어오거나 아니면 조금 간격을 좁혀주거나 하는 그런 포지셔닝이 필요한 순간순간이 있었는데 그걸 안 해주는 건지 할 줄 모르는 건지 안 되니까 페드리랑 데 용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루트를 뚫어줘야 했죠. 에릭 가르시아가 딱 한 번 잘 보여줬는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상대의 압박 지점 자체가 굉장히 높은 지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상대가 달려들어올 때 한 방에 롱패스나 반대로 전환해버려서 볼의 속도를 살려서 한 번의 찬스를 골로 만드는 건데 이게 이어지지 못한 게 굉장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고 보구요.
데스트는 저번 시즌부터 쿠만이 원한 게 딱 두 가지였다고 보고 시험하고 있는 것도 딱 두 가지밖에 없다고 봅니다.
첫째는 후방에서 전방까지 종적으로 아주 긴 거리를 커버하는 에너제틱한 모습. 둘째는 온 더 볼로 상대 수비수들을 제쳐나가면서 (그래 봤자 한 명임. 많아봐야 상대 풀백까지 두 명) 박스 근처까지는 안 되더라도 하프 라인 전후 지점까지는 다른 선수들에게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서 전진을 안 해도 되게끔 일정 부분 해결을 해주라는 것인데 둘 다 안 되고 있습니다. (후반 6~70분 돼서야 이런 장면이 조금씩 나왔음. 71분인가 이때가 데스트에게 원하는 거 100%를 다 설명한다고 봐도 됩니다. 하프 라인에서 한 명 제치면서 박스 근처까지 쭈욱 전진. 근데 이게 아예 좌측면 몰빵을 하면서 이뤄져선 안 되니까 문제라는 거)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레 오른쪽으론 볼이 가다가 어느 순간 안 가죠. 어차피 안 될 거를 아니까. 경기가 상대가 아예 애초부터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나오는 경기면 문제가 안 되고 충분히 시험해볼 수 있는데 오늘 같은 경기는 그게 안 되니까 자연스레 볼이 좌측면으로 쏠리는 겁니다. 전반전에만 거의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좌측면에서만 볼이 돌았던 게 그 증거입니다. 후반전은 더 좌측면에 쏠려있었습니다.
2. 그럼 진작에 상대 팀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데 왜 안 했냐? 메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빌바오도 바르셀로나 팬들이야 자주 보니까 바르셀로나 상대로 이렇게 하는 팀이 아니었다는 걸 인지할 수밖에 없는데 메시가 없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겁니다. 왜냐? 메시가 없으니까 바르셀로나가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을 잡았을 때 재빠르게 박스로 내려가면서 수비 대형과 간격을 맞추고 1차, 2차 필요하면 3차 수비까지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실제로 오늘 한 명이 맨투맨으로 붙으면서 스탠딩 수비를 하고 그 뒤에 2차 수비하는 애가 진을 치는 그런 수비는 빌바오에서 아예 없었죠. 그러니까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이나 후방에서 볼이 돌면서 양 측면 공간으로 볼이 굴러갈 때 재빠르게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탈환하려고 시도하는 겁니다.
여기서 바르셀로나가 양 측면에서 볼을 지켜내거나 제쳐나가면서 속도를 냈으면 양상이 빌바오가 방어적으로 변하고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으로 갔을 건데 (이렇게 못할 거라면 피케나 부스케츠, 에릭 가르시아의 패싱으로 인한 뽀록성 공격이라도 여러 차례 나왔어야 했는데) 오히려 역으로 볼을 뺏기고 빌바오가 반대로 측면 공간에서 공간을 열면서 들어오니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양상이 돼버린 거죠. 이미 이 순간부터 경기는 다 꼬인 겁니다.
3. 포워드 영입을 울부짖은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메시의 도움이나 존재감 없이도 이를 해결해줄 유일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가 측면에 위치하는 포워드가 되어야 하기 때문. 그래야 메시 의존증이 줄어들면서 메시의 종횡 범위가 줄어들고 그리즈만을 비롯한 나머지의 보조를 받으면서 활약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결국 메시가 없는 현 상황은 이런 상황을 해결해주면서 속도를 내줄 포워드의 존재감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겠죠. 쿠만이 쿠티뉴가 남는 걸 원한다고 한 게 과연 어떤 이유에서였을까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쿠티뉴는 이 가능성이 입단 초기에 보였던 선수기도 하고 쿠만 부임 초반에도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살짝 보였던 선수라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근데 문제는 믿음이 안 갑니다. 이미 두 번 속아서 세 번은 안 됨.
결국 저런 양상이 돼버리면 측면 선수들은 부진하고 앞선에 있는 포워드들은 보이지 않으면서 점유율은 높은데 볼이 앞으로 가면서 점유율이 높은 게 아니라 뒤에서 폭탄 돌리기 하는 것 마냥 횡패스, 백패스로 빙빙 돌기 때문에 상대가 선제골을 넣어도 더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4. 그러면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경기 양상을 바꿀 교체를 해야 하는데 쿠만의 바르셀로나는 전술적 변형이 없습니다. 그나마 가능한 브레이스웨이트는 이미 선발로 나와버렸습니다. 거기다 얘는 이미 상대를 방어적으로 몰았는데 골이 안 나는 상황에서나 전술적 변형이 살짝이나마 가능한 거지. (이마저도 부족함) 이런 양상에선 도움이 안 되는 편이죠. 그래서 데스트한테 괜히 기대하지 말고 에메르송 한 번 써봤으면 했는데 하는 거 보니까 막상 바로 교체하려고 빠른 판단을 내리기도 애매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했다가 경기 터졌으면 장난 아니었을 거 같음. 아마 그 부분을 우려해서 바로 교체를 안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시즌 시작하기도 전부터 전술적 변형의 가능성이 저번 시즌보다 더 중요해질 거라고 했고 이런 경기 중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경기가 오늘 같은 경기인데 쿠만이 아니라 미헬스 할아버지가 와도 힘들 거라고 한 게 일단 뭐가 있어야 하는데 뭐 있는 게 없으니까요. 오늘도 결국 페드리 교체로 나가면서 대형을 바꾸면서 데 용을 어마 무시하게 갈아 넣는 게 대응책이었는데 이게 과연 시즌 중에 몇 번이나 가능할까요?
대형을 바꾸면서 선수들의 동선과 역할을 조정하는 게 경기 중 대응이나 전술적 변형이라면 어린 선수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시험해볼 필요가 있을 테고 (그중 필요한 선수를 찾아야 하니까) 조금 더 세세하게 짚어주면서 선수들을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런 건 반 할 아래에서 배웠으니까 알아서 잘할 거라고 보는데 실전은 다르니까 그게 문제겠죠.
5. 쿠만은 빨리 플랜 A 를 찾아야 합니다. 저번 시즌하고 비슷하게 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후반전처럼 아예 한쪽 측면에 몰빵을 해버리는 전술적 방안을 찾아오든 아니면 저번 시즌처럼 컨셉 자체는 좌우 밸런스를 유지하는 과정을 유지하든 뭔가 변화가 필요합니다.
페드리는 본인은 괜찮다고 하고 기사들도 우려스러운 기사들이 별로 안 나오고 있지만 하는 것만 봐도 문제 있어 보입니다. 보는 내내 시야가 굉장히 좁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자신감이 붙어있는 상황에서 이런 플레이들이 나오는 건 누가 봐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무리하게 좀 안 썼으면 좋겠네요.
데파이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괜찮은 것 같음. 맨유 시절 데파이랑은 그냥 아예 다른 선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버티는 힘도 엄청 좋아졌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있는 게 보기 좋네요.
데 용은 저번 시즌 전반기 때도 그렇고 이번 시즌도 초장부터 과부하 걸리는 게 눈에 보여서 걱정이 앞서네요. 오늘 너무 말도 안 되게 뛰었음. 근데 확실히 좌측면에서 뛸 때가 다르긴 다릅니다. 거기서 뛰어야 필드 전체나 주변 동료들이 더 잘 보이는 게 아닌가 싶음. 시즌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뭔가 얘가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이 많아질 것 같은데 그전에 탈 날까 봐 걱정입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체스터 시티 한 번 더 짚어보기 (16) | 2021.08.28 |
---|---|
잡소리 263 (37) | 2021.08.26 |
잡소리 261 (시티) (23) | 2021.08.22 |
잡소리 260 (16) | 2021.08.19 |
간단 2 (46) | 202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