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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맨체스터 시티 한 번 더 짚어보기

by 다스다스 2021. 8. 28.




이상하게 시티 얘기를 요 근래 많이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펩과 바르셀로나의 연관성 때문에 (제가 바르셀로나만 거의 20년 가까이 파고든 사람이니 아무래도 그 부분을 생각하고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많이 받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미 시즌 전에도 그렇고 저번 경기를 통해 한 번씩 약간의 디테일한 면들을 비롯해서 큰 틀에서 짚고 넘어갔는데 현재 스쿼드 구성에 대한 의문이나 향후 문제점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면 펩이 어떤 면에서 나아졌을 때 과감한 전술전략을 구사할 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 개인적으로 봤던 그릴리쉬 영입 이유

 


=> 데 브라이너가 빠졌을 때 온통 보조자들로만 이뤄진 스쿼드가 되어버리는데 (데 브라이너처럼 온 더 볼에서의 영향력을 갖고 있거나 특이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음. 둘 다가 아니라 하나라도 가진 선수가 없다는 뜻. 데 브라이너는 전자가 어느 정도 되면서 후자가 아주 희귀한 유형. 이걸 양 측면에서 반대발로 위치하는 스털링과 마레즈에게 기대했지만 분명히 기대 이하였다고 봅니다. 얘넨 보조자로 그치면 안 되는 기대치를 갖고 있는 선수들인데 그 이상을 분명히 못 해줬음.) 그럼 박스 근처나 안에서 밀도 높은 수비를 잘 구사하는 팀이나 살짝 부족하거나 비슷한 조직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팀을 만났을 때 경기가 꼬이는 양상이 꽤 나왔습니다. 이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는데 이게 펩이 변수를 고려하고 뜬금포 전술전략을 들고 나왔던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저번 시즌에도 짚었던 것처럼 스쿼드에 대한 믿음이 옅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그릴리쉬를 놓고 국내나 해외 해설자들이 가리지 않고 말하는 게 좌측면으로 빠져서 찬스 메이킹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는 건데 (제가 몇 번 본 게 다인데도 경기를 보면 볼수록 굉장히 측면지향적인 선수라고 느낍니다.) 시티는 현재 측면에서의 승부수가 먹혔을 때 빠르게 경기의 승패를 가져올 수 있는 팀 중 한 팀이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 선수를 잘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영입 의도 자체는 타당하다고 생각하구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을 좀 짚고 넘어가보면

 

 


펩의 축구는 바르셀로나, 뮌헨, 시티를 가리지 않고 공통점은 양 측면을 완전하게 잡아먹으면서 상대를 저절로 수동적으로 만들어서 볼을 굴리는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가 일단 수비를 하게 만들고 (공격 전개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일단 선수비 마인드를 강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상황 안에서 볼을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죠.

 

 


바르셀로나도 그렇고 뮌헨에서도 그렇고 저런 기초적인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됐음에도 부진한 시기가 있거나 안 풀리는 경기들에서 보였던 공통점은 한 명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져있었을 때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메시 의존증이 불거지던 바르셀로나 시절 (08-09, 09-10, 10-11, 11-12 다 한 번씩 불거졌음) 이나 로베리 이탈로 인해 레반도프스키 의존도 (레반도프스키가 없던 첫 시즌에 무수한 전술전략 시도가 알게 모르게 스쿼드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했다는 것. 두 번째 시즌부터 미드필드나 측면 자원 영입에 목숨을 걸기 시작함) 가 굉장히 커져있는 그 시기를 떠올리면 되겠죠.

 

 


근데 이 시절들이랑 지금 시티의 차이는 저런 포워드의 유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양 측면을 확실하게 잡고 가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겁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대부분의 경기를 건강하게 지켜줬고 역으로 종종 이니에스타가 부재하면서 불균형이 있긴 했지만 (반대로 이니에스타가 플랜 B 가 되어주는 경우도 있긴 했습니다. 08-09 후반기나 09-10 시즌 전반기나) 메시가 챠비, 알베스의 보조 아래에서 저런 문제를 대부분 해결해줬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시즌 펩의 전술 변형은 딱 하나였는데 굉장히 직선적인 선수들을 넣거나 교체가 아니면 측면 포워드들에게 역으로 그런 주문을 해서 메시의 공간을 넓히는 거였음. 더해봤자 여기에 케이타 넣어서 저들의 범위를 철저한 사이드 라인으로 고정시켰던 것 정도? 비야는 시즌 개막부터 맛탱이가 가있었고 페드로는 이런 변화된 역할을 소화를 못해서 테요나 쿠엔카가 중간중간 중용됐던 거.)

 

 

 

뮌헨에서는 로베리의 이탈을 고정적인 변수로 가정하고 (이들의 건강을 펩이 통제할 수가 없었으니. 의료진과 계속 부딪힌 것도 자기 통제 범위 안에서 스쿼드 관리가 안 되니까 제일 컸겠죠. 원칙주의자 입장에서 자신의 원칙이 계속 깨지니까요.) 람이나 키미히, 비달 등을 포리바렌테로 쓰면서 베르나트, 더글라스 코스타, 코망 같은 선수들을 사들이면서 매 시즌 측면 강화를 했죠.

 

 


근데 시티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런 한 명의 포워드 의존도가 첫 번째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대부분의 경기에서 양 측면을 확실하게 잡고 갈 요소들을 갖춰야한다는 거죠. 스털링, 마레즈가 안 되니까 데 브라이너를 양 측면에서 왔다갔다 쓰면서 썼는데 (어느 경기는 좌측면 위주, 어느 경기는 우측면 위주, 어느 경기는 후방에서 움직이는 게 엄청 많다던가 등등.) 그러면 이 선수가 해야할 것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경기들이 종종 나오면서 탈이 난다는 게 벌써 몇 시즌째 증명됐으니까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그럼 이렇게 양 측면을 잡고 가는 중요성을 언급해야 하는데 시티가 양 측면을 확실히 제압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각각의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하냐 못 하냐의 차이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보조자들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제 플레이들이 나오지 않을 때 저 선수들의 역량을 이끌어내 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가 데 브라이너와 그의 반대편에서 반대편 측면을 잡아줄 선수라는 겁니다. 펩이 그릴리쉬에게 기대하는 건 이런 것들이겠죠.

 


'경기가 굉장히 느리게 돌아갈 때 측면에서 온 더 볼로 경기를 풀어주거나'
'측면으로 수비수들을 끌어들이면서 다른 보조자에 가까운 선수들이 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공간을 만드는 거랑 찾아들어가는 것의 차이는 저번에 말씀드렸습니다.)'
'측면으로 시작해 거기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거나'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후방에서부터 속도가 안 날 때 본인이 앞장서서 속도를 내주거나 (이 선수들한테 볼을 전달하는 것까진 완성됐음)'
등등등...

 


보면 데 브라이너가 많이 하는 플레이들이죠? 데 브라이너가 빠졌을 때 디테일한 면들 이전에 큰 틀에서 봤을 때 팬들이 아쉬운 경기력을 지적할 때 나오는 멘트들도 저 부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구요.

 

 

 

 

- 저번 시즌까진 후방의 영입에 집중했던 이유

 

 

=> 이건 저번 시즌 전반기에도 짚었지만 기초적인 틀을 완성시키고 불안한 요소들을 지우는 게 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볼을 잃었을 때나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자연스럽게 가져가면서 다시 볼을 돌린다던가, 조금 더 박스 근처나 포워드들 근처까지 속도를 낸다던가 그런 것들 말이죠. 그리고 그때 디아스가 진짜 좋은 선수일 경우 팀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수 있을 거라고 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증명됐습니다. 또한 이게 제가 저번 경기 보고 로드리가 매 경기 나오는 선수가 돼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철저하게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고 정확하게 볼의 지점을 파악하고 실책성 플레이를 최소화하면서 다른 선수들 (보통 앞선이나 측면 선수들) 을 보조해주는 것보다 한 번, 한 번의 실책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게 플레이에서 보였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하게 날아오는 볼의 낙하지점을 놓치고 나서의 플레이라던가. 땅으로 굴러오는 볼에 대응하는 면이라던가 등등) 이건 저번 시즌에도 에릭 가르시아랑 엮여서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랑 솔직히 별 차이가 없어서 따로 더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신체 조건을 봤을 때는 펩이 원하는 선수에 절반 이상을 충족하는 선수 (펩은 바르셀로나 때부터 장신의 양 발 잡이 피보테를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해왔음. 뚜레가 가장 근접했는데 얜 이런 걸 싫어했으니까 뭐... 이런 선수들을 한 칸 내려서 센터백으로 쓰는 것도 다 똑같은 이유입니다.) 인데 생각보다 전술 수행에 있어서 발전 속도가 더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루쵸도 이래서 유로에서 로드리보단 부스케츠를 더 우선시 생각했다고 봅니다.

 

 

 


- 앞으로...

 


=> 저런 기초적인 틀을 완성시키면서 철저한 데 브라이너 위주로 승부수를 던진 게 몇 년째 실패하고 저번 시즌은 문턱 앞에서 무너졌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하게 필드 전체를 잡고 가는 과정을 펩이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 여전히 그릴리쉬가 성공적인 적응을 해낸다면 지금의 스쿼드도 승부수 (챔피언스 리그 우승) 를 던져볼 만한 스쿼드는 된다고 생각하구요. 스털링, 마레즈, 제수스, 포덴, 베실바 등등 뭔가 부족한 면들이 있어도 적어도 펩이 지시하는 전술을 수행하는 측면에선 몇 년 동안 다듬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시즌 펩의 시티의 1순위 영입은 방점을 찍어줄 선수거나 중앙에서 이런 측면 지원이 아주 자연스러운 선수겠죠. 아니면 그릴리쉬나 데 브라이너 같이 다재다능한 선수들보다 더 측면에서 다수의 수비수들을 저자세로 만들어버리는 포워드 (저 둘은 어느 정도 미드필드적인 성향이 강한 면도 생각해야할테니) 가 될 수도 있구요. (어린 시절 메시나 이니에스타나 네이마르 같은 선수들)

 

 


솔직히 제가 관계자고 지금 한 명 영입을 할 수 있다면 로드리랑 경쟁을 할 수 있거나 이런 전술적 변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 지원에 능한 선수 둘 중 한 명인데 후자는 요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본인 몸도 잘 써야 하고 보통 영리한 게 아니면 할 수가 없는 플레이니까요.

 

 


이번 여름 케인 영입을 간 보는 것처럼 넘어간 거나 호날두 영입에 생각보다 선이 확실했던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실 거라고 봅니다. 물론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리스크를 갖고 시장에 임하는 것도 맞는 말씀이고 그런 팬분들의 시선도 저 역시 이해합니다만 펩과 치키는 장기적으로 팀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시티는 생각보다 긴 사이클을 그리면서 매 여름 시장을 임하고 있다고 봅니다. 치키가 일을 잘한다고 쉴드치진 않겠지만 (솔직히 지 꼴리는 데로 영입하는 거 가끔 패버리고 싶을 때 있음. 바르셀로나에서도 이런 짓 해서 망한 영입 만든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렇게 멍청한 인물은 아닙니다.

 

 


펩이 변했다고 느끼는 것도 이런 하나하나의 과정 속에서 본인의 이론적인 면을 바탕으로 한 고집이 거의 없어졌다고 느끼는 게 제일 큽니다. 그럼에도 펩은 아직도 굉장히 원칙주의자스러운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구요.

 

 

 


- 번외

 

 


리버풀은 제가 괜찮게 보고 있다가 딱 정점을 찍을 거라고 봤던 시즌에 빛을 봤고

 


맨유는 이제 궤도에 오를 것 같고

 


첼시는 곧 궤도에 오를 거라고 봤는데 생각보다 성과가 빨리 나와버렸고 (투헬이 파리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발전했다고 봅니다. 저번 시즌 첼시는 공부로 치면 1학년 꺼 배워야 하는데 몇 달을 그것만 하다가 투헬 오고 한 달만 그거 하더니 2, 3학년도 프리패스 해버리고 갑자기 4학년 꺼 하고 있는 셈.)

 


시티는 진작에 궤도에는 올랐는데 정점을 못 찍고 있는 상황인데 한 번 보고 싶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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