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배고파서 뭐 좀 주워 먹으면서 맨유 팬 친구랑 카톡 하면서 맨유 경기 남은 거 마저 보느라 살짝 늦었습니다. 아마 A매치 주간 지나면 경기 당일날 써드리는 리뷰는 거의 없을 확률이 높구요. 뭐... 그렇습니다.
전반기에 최대한 안 자빠지는 게 장기 레이스에서 아주 중요하다가 보기에 일단 아닌 것 같은 애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뺄 수 있는 여건이 될 때 바로 빼버리는 건 아주 좋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스쿼드 전체에 긴장감을 주는 방법 중 하나기도 하구요.
1. 현 구성에서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에게 기대하는 건 크게 봤을 때 3가지라고 보는데
- 미드필드나 센터백과 간격을 필요할 땐 빠르게 좁혀주면서 삼각형이나 그에 가까운 대형을 만들어 주면서 볼이 재빠르게 굴러갈 수 있게 보조해주거나 (이건 오늘 경기만 놓고 봤을 때 데스트 > 에메르송. 사실 둘 다 이건 심각한 수준임. 나머지 두 가지는 둘 다 현재까진 불합격이라고 얘기하기도 입 아플 정도로 모자란 수준인데 에메르송은 오늘은 첫 경기니까 감안해야겠죠.)
- 종적으로 아주 긴 거리를 커버하는 운동 능력으로 종합적으로 조금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메워줄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거나
- 온 더 볼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상대 선수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많아봤자 2명임. 보통 원온원) 을 벗겨내면서 속도를 내줄 수 있거나.
데스트는 3가지 중 눈에 띄게 발전하는 부분도 없고 혹여나 되더라도 그게 경기 내내 되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지적했던 거고 에메르송도 이 한 경기로 모든 걸 판단하기엔 가혹하지만 이 중 무언가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르지가 포리바렌테로 많이 나오는 그림도 위험하지만 풀백에서 주전으로 나오는 것 역시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라고 보기에 이 둘이 앞으로 주어질 기회 안에 증명해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반대편인 왼쪽은 알바가 이게 안 되더라도 지적하지 않는 건 알바란 선수 본인이 가진 한계가 뚜렷한 것도 있지만 데 용이나 페드리 둘 중 한 명이 나왔을 때 어느 정도 상쇄되는 부분들도 있고 팀 구성 자체가 좌측면에 몰빵이 가능한 구성이기 때문에 때로는 전술 변형을 통해 쿠만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더 용이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2. 팀적으로 봤을 때 첫 번째 골은 정말 칭찬하고 싶은 게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박스 근처까지 빠르게 갔을 때 이를 유효한 공격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를 보여준 장면이라 칭찬하고 싶은데 이게 중요한 건 이런 순간적인 속도로 인해 대부분의 국면에서 우위를 점한 채로 공격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바르셀로나는 평소엔 느린 축구를 하는 팀이지만 이런 순간적인 속도가 빠르게 나는 경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장점이 극대화되고 공격이 잘 풀리는 팀. 헤타페가 초반에 압박 지점이 애매했는데 메시가 없기 때문에 저런 순간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냐도 앞으로를 봤을 때 되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될 거고 이런 기초적인 틀을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쿠만은 첫 번째 골에서 만족스러움과 동시에 어떤 가능성을 봤을 것 같음.
당근을 줬으니 채찍을 주자면 상대가 미드필드 라인이나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을 탈환하고 재빠르게 달릴 때 전환 과정에서의 속도가 느리다 보니까 센터백들이 자리를 잡을 여유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 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측면에서 상대가 고속도로를 내면서 달려올 때와는 다른 경우기 때문에 동일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고 보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센터백이 피케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기 때문에 조금 위험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구요. 더해서 수비를 해냈다고 했을 때도 다시 후방에서 전방으로 재빠르게 올라갈 때 측면 자원 중 한 명이 측면으로 빠르게 빠지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데 용이나 페드리 같은 선수들 (오늘 같은 경우는 데 용) 이 해결을 해줘야 하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 이게 이 둘의 종적인 동선을 지나치게 길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둘째로는
어느 지점에서 볼을 기다리면서 받아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움직이면서 볼을 받아야 하는지
이런 게 구분이 전혀 안 되어있는 것 같음. 이건 저번 시즌보다 훨씬 심한 게 전술적 중심의 동선이 아예 안 잡혀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현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호흡이 안 맞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서 이런 건 감독인 쿠만이 빠르게 잡아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안 나와도 되는 실책성 플레이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음.
셋째로는 그전까지는 굉장히 중앙지향적이었다면 지금은 팀이 굉장히 측면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좌우 밸런스가 안 맞는 형태인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에서 볼을 받고 좌중우를 보면서 볼을 빠르게 내주거나 다수의 수비수들이나 수비 밀도가 높은 박스 안으로 알아서 들어가는 선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포워드들 자체가 다 측면에서 사선으로 움직이는 게 익숙한 선수들밖에 없음. 이건 수비수들과 지속적인 경합에선 약점을 드러내는 선수들이란 뜻인데 (9번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게 아님. 9번이라 해서 계속 수비수들과 맞다이 까는 게 아니니까요.) 시즌 첫 경기부터 계속 보이는 모습이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팀들을 만났을 땐 굉장히 답답한 경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약점들을 장점으로 부수려면 결국 매 경기 측면에서 사선으로 움직이면서 기복 없이 기여할 선수가 있어야 하고 현재 가능성이 제일 높은 선수는 데파이입니다.
3. 선수들 얘기로 들어가 보면 그리즈만부터 얘기하고 싶은데 커리어 초창기를 빼면 거의 다 봐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확신하는 부분인데 너무 보여주려고 하는 플레이가 많습니다. 본인이 잘하는 건 저런 것들이 아니라 볼을 받기 전후로 빠르게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생각하면서 빠르게 볼을 내주는 건데 자꾸 템포를 죽이거나 원터치로 한 번 툭 치면서 드리블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오른발을 잘 못 쓰니까 터치가 많아지면 상대 수비가 읽어낸다는 거죠. 상대 박스를 보면서 앞으로 뛸 때 동료들을 먼저 보거나 동료들을 보면서 뛰는 장면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물론 에메르송하고 서로 도움이 안 된 것도 있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뭔가 서로 호흡이 안 맞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많긴 했습니다만 이건 그리즈만 개인의 문제가 훨씬 크다고 보구요. 정신줄 좀 잡았으면 좋겠음. 후반전에 한준희 해설이 전반전보단 낫다고 말씀하신 것도 전반전보다 저런 욕심을 줄인 게 전부였다고 보구요. 뭔가 조급해 보입니다. 뭐 그만큼 못하고 있단 뜻이고 본인도 인지를 하고 있다는 건데 플레이에서 드러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음. 쿠만도 분명히 전반전 쿨링 브레이크 때 지적했을 거예요. 쿨링 브레이크 후로 동선이 바뀌면서 플레이가 살짝 차이가 있음.
부스케츠 같은 경우는 왼쪽 방향이 강제되거나 볼을 잡았을 때 좌중우를 다 봐야 되는 상황을 줄여야 하는데 모르겠네요. 이건 지금 구성으로 뚜렷한 답이 안 보입니다. 벤피카나 디나모 키예프 같은 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부분을 캐치를 못했을 리가 없다고 보거든요. 데 용이나 페드리 갈아마시는 것도 어느 정도고 그 둘이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런 부스케츠의 모습부터 해서 쿠만이 뭔가 팬들 입장에선 변화가 없는 부분이 계속 보이는 것도 있을 겁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아무리 봐도 중앙에서 수비 밀도 높은 곳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기여하기보단 열려있는 상태에서 밀도 높은 곳으로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게 더 적합한 유형의 선수. 보조자 그 이상을 하기엔 너무 뚜렷한 선수라고 보구요. 전술적 변형으로서 가치도 크지 않음. 저번 시즌부터 계속 봐오고 이번 시즌 보면서 그냥 확신했음. 세르지도 그냥 무난한 포리바렌테고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별생각 없었고.
아라우호는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볼을 받기 전 본인 주변을 파악하는 거랑 필드를 넓게 보는 게 아예 안 되고 굴러오는 볼에 대응하는 수비가 너무 별로예요. 후자는 뭐 털려도 보고 경험이 쌓이면서 판단력이 좋아지거나 빨라지는 경우가 있어서 섣부르게 판단할만한 건 아니긴 합니다만 전자는 가르친다고 쉽게 되는 게 아님. 스스로 이해를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실행 자체가 안 되니까요. 경기 중간에 쿠만이 불러다가 얘기한 것도 저런 부분들이었겠죠. 전후자 다 봤을 때도 먼저 빠르게 한 발 앞서서 대응하는 건 안 됩니다. 가비, 니코는 뭐 별로 판단할 건 없고 자신감 있어 보이더군요. 쿠만이 자신감 있게 뛰라고 한 걸 수도 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없었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먹을 거 준비하면서 보느라 그렇게 집중하면서 보지도 않았음...)
4. 헤타페는 별로 할 얘기는 없고 아레냐는 그냥 변함없이 그대로고. 한결같아서 보기 좋네요. 산드로가 진짜 많이 잘해졌네요. 바르셀로나 나가고 나서는 매 시즌 자신감이 붙는 건지 괜찮아지는 것 같음. 바르셀로나에 있을 땐 무니르보다 더 패버리고 싶은 애였는데 어째 나가고 잘 풀린 케이스인 듯.
미첼은 마드리드가 페레즈 돌아왔을 때 마드리드의 펩 과르디올라 느낌으로 보던 인물이었는데 어째 커리어 꼬인 듯합니다. 뭐 감독으로서 실력이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