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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61 (시티)

by 다스다스 2021. 8. 22.

 

 

오늘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라서 리버풀부터 시티까지 보고 야구 좀 보다가 바르셀로나 경기 보려고 낮잠을 푹 자뒀는데 계속 자다 깨다 하다 보니까 (이래서 제대로 자지도 못했네요.) 시티 경기할 때쯤 일어나버려서 시티 경기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가려고 합니다.

 

 

 

일단 이 팀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어요.

 

 

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볼의 방향을 유도하는 압박

거기서 연결되는 측면이나 터치 라인으로 몰아서 수적 우위를 통한 스로인 만들기 or 볼 탈환 (숏 카운터나 후방에서 수비해야할 선수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일련의 작업들이 잘 되는 팀 중 하나)

루즈볼이나 세컨볼 탈환을 위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포지셔닝과 오프 더 볼

한 명이 내려가거나 옆으로 가서 만드는 변형 쓰리백의 기초가 특정 선수로 인해 (이 선수가 부재했을 시 무너지는 모습이 나온다던가 하는 경우가 타 팀들에 비해선 적은 편) 완성되기보단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 펩 아래에서 몇 년을 거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필드 전체를 봤을 때 데 브라이너라는 전술적 중심이 빠져있어도 틀이 꽤나 높은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 상대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는 과정 자체도 데 브라이너가 부재해도 다른 선수들이 플랜 B 가 되어서 어느 정도 됩니다.

 

 

 

그럼 문제가 뭐냐. 시즌 전에도 짚었던 것처럼 이 팀의 문제는

 

 

 

- 중앙에서 어려운 볼 (뭐 공중으로 오든 땅으로 굴러오든 그런 걸 가리지 않고) 을 받아서 양 측면으로 지원을 해준다던가 (레반도프스키가 잘하는 거)

- 중앙이나 하프 스페이스에서 온 더 볼 상태에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다 끌어모으면서 자연스레 측면 공간이나 주변 선수들에게 공간이 열리게 만든다던가 (메시가 잘하는 거)

- 필요하면 측면이나 후방으로 빠지면서 간격이나 대형을 맞춰주면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신이나 측면으로 한 번 뺴주면서 갑자기 중앙으로 들어가서 본인이나 동료들에게 순간적으로 공간을 열어준다던가 (이것도 메시나 레반도프스키 같은 선수들이 잘하는 거죠.)

- 이것들이 다 안 된다면 양 측면에서 공간을 강제로 열면서 좌우 측면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나온다던가 (좌우 측면이 강했던 시절 레바뮌을 떠올리시면 좋을 듯. 잘할 때 리버풀이나)

 

 

 

등등... 뭔가 온 더 볼의 영향력이나 다수의 수비수들을 마주하는 경합 능력 등. 기술적이나 신체적인 것들을 압도적으로 갖춘 선수가 없다보니까 다 안 됩니다. 스털링이나 마레즈를 반대발 포워드로 기용하면서 이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것들의 일환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때로는 펩답지 않은, 시티답지 않은 기용 방식, 축구가 나오는 이유들이죠. 궁극적인 해결책이 없으니까 때로는 믿음이 옅어지고 순간적인 묘수를 떠올리는 그런 겁니다.

 

 

 

스쿼드 전체를 봐도 일반적으로 미드필드로 뛰는 경우가 많아도 필요하면 포워드로서 기능하고 반대의 선수들도 많고. 후방을 봐도 풀백임에도 센터백으로서 반대로 센터백임에도 풀백으로서 기능하는 전술적 변형을 이해하고 일정 부분 실행할 수 있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쿼드 내에 포리바렌테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많다는 거죠. 단순히 땜빵질을 한다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90분을 뛸 때 뛰는 위치가 대부분 자신이 뛰었던 위치와 달라도 활약의 폭이 엄청나게 큰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오늘 베실바 같은 경우도 전반전엔 오른쪽에서 거의 터치 라인에 붙은 상황에서 포지셔닝을 잡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우측면에서 반대발 포워드로서 기능하면서 동료들을 지원해주다가 후반전에는 갑자기 아예 좌측면으로 빠져서 터치 라인을 타거나 직선적으로 달리면서 크로스를 갈기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대 선수들을 측면으로 끌어내려하고 루즈볼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그랬죠. 베실바 뿐만 아니라 펩의 지시에 따라서 이런 걸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스쿼드에 꽤 많습니다.

 

 

(베르나르도 실바 전반전 패스맵 (좌), 베르나르보 실바 전반전 히트맵 (우))

 

(베르나르도 실바 후반전 패스맵 (좌), 베르나르도 실바 후반전 히트맵 (우))

 

 

 

이렇듯 하나의 조각으로서 기능하는 선수들은 엄청 많습니다. 오늘의 대승은 분명히 기분 좋은 승리지만 향후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보여주는 경기기도 하다는 뜻이고 이런 부분들이 중요하겠죠.

 

 

 

- 이번 경기는 분명 대승이지만 데 브라이너가 없을 때 반대편 측면에서 돌아들어오거나 횡으로 패스가 돌아가다가 순간적으로 대각선으로 패스가 안 나가다 보니까 (그릴리쉬부터해서 좌측면에서 손드는 선수들이 있었던 거 떠올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양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패스가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적다는 게 보였고. (오늘은 운이 좋게 빠르게 골이 터지면서 경기가 풀렸지만 그렇지 않거나 상대 수비가 좋았다면?)

 

- 양 측면을 최대한 투자해서 활용하려는 이유 역시 특정 선수들 (스털링, 마레즈, 제수스 등) 이 해결을 해줄 수 없다고 했을 때 다수의 인원을 측면으로 투자해서 양적으로 상대 측면을 제압하고 볼을 탈환하고 측면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걸 볼 수 있었고.

 

- 그릴리쉬 같은 경우는 잘 모르는 선수인데 중간에 듣다 보니까 EPL 에서 피파울 1위였다던데 그만큼 온 더 볼 상황에서 수비수들과 경합이 잦고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경우의 수가 많았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뭐 이건 실제 그릴리쉬를 많이 챙겨보신 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하구요. 보니까 측면으로 빠져서 볼을 잡으면 동료들을 보기보단 본인이 볼을 잡고 중앙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데 이게 과연 시티가 마주하는 수비 밀도에서도 먹힐 수 있냐가 중요하겠죠. 또 다른 걸로는 본인이 알아서 상대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서 볼을 받고 내주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지시에 의해서라기보단 본인이 측면에서 볼을 편하게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는 그런 플레이를 알아서 하려는 거 같아요.

 

상당히 측면지향적인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왜 원한 지 살짝 느껴졌네요.

 

결국 스털링-마레즈가 양 측면에서 강제로 공간을 열어주지 못한다면 그릴리쉬-데 브라이너가 양 측면을 나눠먹는 그림이 완성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다면 결국 지난 몇 년 동안 팬들이 답답해하던 모습은 여전할 거고 뜬금포로 터지는 펩의 변태 같은 기용 방식도 이번 시즌에 또 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 데 브라이너는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던 것처럼 때로는 좌측면으로 가서 처음 언급했던 부분을 해결해줘야 할테구요.

 

- 그렇다면 1차적으로 중요한 건 그릴리쉬의 적응이겠고 2차적으로 중요한 건 영입을 통한 해결책. 3차적으로 중요한 건 스털링과 마레즈가 좌측면과 우측면에서 기복의 폭이 크지 않은 상태로 좋은 모습을 시즌 내내 보여주는 거겠죠.

 

 

 

케인을 원하는 이유도 이 연장선입니다. 현 스쿼드 그대로 가거나 케인을 영입할 수 없다면 데 브라이너는 대부분의 경기를 뛸 수 있어야 하는 게 가장 앞선의 조건이 될 거고 칸셀로-워커를 필두로 한 측면 자원들이나 포리바렌테 중에서도 펩이 다양한 쓰임새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은 아파선 안 될 겁니다. 그리고 케인을 영입할 수 없는데 다른 선수들은 영입할 수 있다면 로드리랑 경쟁할만한 선수 영입하는 게 최선일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네요. 보면 볼수록 로드리가 매 경기 나오는 선수가 돼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느낍니다.

 

 

 

제수스는 그거 같음. 볼을 받기 전후 과정에서 자신이 공간이 보장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그걸 스스로 만들고 해낼 능력은 없다 보니까 측면으로 빼버려서 그걸 어느 정도 보장해준 게 아닌가... 늘 보면 볼 소유 시간이 길든 짧든 터치가 여러 번 있든 원투터치 안에 해결하든 오른발로 한 번 볼을 만지거나 오른발로 플레이의 마무리를 할 수 있어야 본인도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는 거 같음. 왼발로는 원터치 플레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되더라도 대부분 엉망인데 이런 거 보면 그릇의 한계가 이제 확실히 드러나버려서 아쉽긴 합니다. 바르셀로나 시절 펩이었으면 그냥 몇 시즌이 아니라 한 시즌 만에 바로 내보냈을 것 같은데 펩도 사람이 많이 유연해지고 변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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