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글에서 언급한 부스케츠의 문제를 조금 더 들어가면 피보테의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 어떻게 보면 그를 쓰지 말자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을 확률이 높으니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볼을 내주고 (대부분 오른쪽) 내려가서 센터백들이 측면으로 퍼지게 만드는 게 (변형 쓰리백의 기초) 전성기 부스케츠의 역할이었다면 지금 부스케츠의 역할은
볼을 내주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역으로 한 지점 더 올라가서 아예 오른쪽에 자리를 잡아서 그 쪽에서 시발점이 되거나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는 것.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모습이고 바르셀로나는 데 용이란 다재다능한 선수를 통해 부스케츠의 전진이 야기할 문제점을 메우려했다면 스페인은 말 그대로 코케에게 100% 안정적인 선택지를 요구하고 (원래 횡패스랑 백패스만 뒤지게 함. 어쩌다 이런 애가 됐는 지...) 철저한 보조만을 요구했다는 차이.
허나 스페인처럼은 시즌 내내 할 수 없다. 거긴 아스필리쿠에타랑 라포르테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걸 한 거고 바르셀로나엔 일단 풀백으로서 기능하면서 중앙에서 수비를 해내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 세르지 센터백이란 기이한 기용 방식이 과연 선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왔을까. 난 그렇게 안 본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그게 단기적인 선택인지 장기적인 선택인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쿠만은 바르셀로나만큼은 잘 알고 있고 현 선수단의 장단을 거의 다 파악했다. 문제는 아는 만큼 그걸 역량으로 이끌어 낼 유연함과 실력이 있냐다.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는데 시험장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푸는 애와 벌벌 떨면서 긴장하는 애가 있다면 쿠만은 후자다. 아무래도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다. 그걸 즐겼던 3년 간의 펩과 첫 시즌 루쵸는 정말 강심장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 세르지 센터백은 결국 똥이긴 했다. 세티엔 때도 풀백으로 나오면서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쓰리백에서 뛴 적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면 공중에서 오는 볼을 수비하는 것과 땅에서 오는 볼을 수비하는 건 엄연히 다르기 때문.
=> 알바는 둘 다 못한다. 그러니까 누가 오든 일단 최대한 올라가라고 하는 거. 피르포도 의외로 이런 면이 보여서 잠깐잠깐 써먹었던 게 아닐까. 물론 못했다. 밍구에사도 마찬가지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센터백들을 보면 랑글렛은 낙하 지점을 미리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 (그래서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 마찬가지로 똥이다. 장기적으로 같이 가기엔 이미 볼 거 다 봤다.) 아라우호는 공중에서 오는 볼을 수비하는 것에만 능하다. 그리고 둘 다 빠르게 볼을 받고 내주는 게 안 된다. 아라우호는 과연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 수준 차이가 큰 팀들을 상대로는 메시의 부재가 티가 안 날 수도 있다. 왜냐면 그만큼 대응이 후지기 때문에 원투터치로 볼을 빨리 처리할 수 있을 테고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을 놓치는 빈도 수도 상대적으로 더 많을 테니까. 하지만 두 줄 수비를 필두로 한 밀도 높은 수비를 계속 마주하게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온 더 볼이 되는 선수가 해결해줘야하는 경기들이 많아진다. 디테일한 면에서 바르셀로나의 단점들을 발견하고 조금씩 수정되면서 완성본이 나올 테니까. 그렇다면 이 의존증을 맡으면서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과연 있는가? 란 물음에 답할 수가 없는 구성이다.
데 용의 부담을 줄인다면 데 용에게 박스 근처까지 해결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그럼 또 박스 근처에서 문제가 나올 확률이 높다.) 메시가 빠진 만큼 그리즈만, 데 용을 필두로 해서 나눠가져야 한다.
=> 전술적 변형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강조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매 경기 해결해줄 선수가 빠졌으니 기복의 폭은 더 커질 거고 그걸 메우는 건 다름 아닌 경기 중 대응이다. 쿠만의 저번 시즌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이거였다. 쿠티뉴? 뎀벨레? 그들을 믿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
난 쿠티뉴가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어도 한 시즌 내내 기복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 이미 바르셀로나에서만 두 차례나 속았고 세 번은 안 속는다. 뎀벨레는 말 그대로 메시의 덕을 보면서 뛰던 선수지. 그가 무언가를 해결해주던 게 아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 관건은 볼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는 거다. 가능하다면 양 측면에서. 굉장히 중앙지향적인 경기가 많아진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끔찍한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란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 의외로 특이한 무언가를 가진 선수들이 있다는 장점은 도움이 될 거다. (그리즈만, 데파이 같은 선수들) 벤치엔 그런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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