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계명은 누구나 그럴 듯함... 예전에 몇몇 국내 바르셀로나 팬들이 엄청 좋아하던 보아스도 첼시 부임 당시 10계명 보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보였는데 (그냥 펩을 그대로 빼다박았었음) 당시 첼시 선수단이 익숙해져있는 방식과 완전히 정반대의 방식이었고 제대로 박살났죠. (안첼로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뮌헨은 역으로 펩을 쓰고 안첼로티를 썼다가 당했죠.)
타타도 10계명만 보면 되게 야심차고 기대감 가득했음. 물론 비엘사가 흥하고 그 아이들이 주류로 뛰어드는 시기에 그 아이들 중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 바르셀로나로 오는 거라 그 기대감이 더 크긴 했지만요. 티토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통제에 너무 집착해서 아파서 치료하러 미국 갔는데도 로우라한테 권한을 안 줘서 후반기 완전 붕떠버린 케이스) 발베르데도 바르셀로나 와서 우려한 부분들만 다 터진 케이스. 세티엔은 언급 안 하는 게 애초에 바르셀로나에 엮일만한 인물이 아니었다고 보기 때문.
전 챠비가 필살기가 될만한 후보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현 시점에 그가 기대할만한 인물인가 아닌가를 짐작하는 건
현 선수단의 니즈에 맞는 축구 내외적인 부분을 제시하면서 하나로 통합할 수 있냐와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감독의 관점이 되서 얼마나 완성시켰냐
두 가지가 우선 순위라고 봅니다. 일단 10계명만 보면 반 할-펩-루쵸로 이어지는 그 영향력을 많이 받았다는 느낌은 듭니다. 허나 그런 따라쟁이들은 지금껏 많았고 성공한 감독들은 아주 드뭄. 루쵸도 로마에서 그렇게 얻어터졌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와서 절충안을 찾은 거고 펩은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순간부터 모든 게 다 감독직과 연관되어 있을 정도로 치밀한 준비를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면들에선 초짜 감독 티가 많이 났죠.
물론 지금 바르셀로나에 골치를 썩힐만한 인물은 없다고 봅니다. 솔직히 발베르데 같이 주어진 상황에 타협하고 아니다 싶음 안 해야지 하는 감독은 선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음. 직장 상사로 따지면 무슨 사고를 쳐도 앞에서든 뒤에서든 쓴소리 하나 안 하고 '그럴 수 있지. 오늘 할 일이나 하자' 하는 사람인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잡음을 안 내고 욕은 자기가 다 먹어주니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어느 쪽에서든 사람 좋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듣기 마련입니다.
근데 빅 클럽에서 그러면 좌지우지 되는 요소들이 계속 늘어나다보니 감독부터가 흔들리기 마련이죠. 이런 유형의 감독들은 한 번 꼬이면 어디까지 박을 지 알 수가 없음. 계속 주어지는 상황들에 타협, 타협, 타협이니까. 그래서 올 때 선을 확실하게 그어줘야하고 10계명은 그 정도로만 보면 좋다고 봅니다.
감독이 굉장히 원칙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럼 그걸 지키면서 나아가냐. 아니면 상황에 타협하면서 그게 경험치가 되서 좋은 감독이 되냐. 스스로 함정에 빠지냐.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죠.
이전에도 말했지만 챠비가 카타르에서 감독직을 한 게 전혀 다른 방식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가르치는 그 과정을 갈고닦기 위함이었다면 그게 세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해야하는 선수들에게도 먹히는 지 안 먹히는 지가 중요할테고 이런 건 적응기에 있는 선수들이나 어린 선수들의 활약상이나 예상 밖의 인물이 입지를 다지는 등 그런 현상들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챠비의 스승 중 한 명인 반 할은 성격이 정반대인 선수들이나 선수단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애랑 제일 어린 애를 파트너로 짝지어주곤 했었는데 (같이 밥을 먹어도 같은 테이블에 앉게 하거나 호텔에서도 같은 방을 쓰게 한다거나 등등) 이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지겠죠. 선수단 내에서 니즈가 달라서 파벌이 생기는 경우도 거의 없을 테고. (신기한 건 이런 사람이 지가 익숙한 선수들만 찾다가 파벌로 모가지가 날라감) 챠비 역시 긴장감을 강하게 줘야할 땐 합숙 (경기 전날 긴장감 유지를 위해 호텔 투숙) 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음.
초장부터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볼 필요는 없는데 축구 내적인 부분에 관한 열정은 펩이나 루쵸를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한 번 보고 싶긴 하네요. 없는 시간 내서라도 경기 한 번 봐야할 것 같음.
이전 글들이나 이 글 댓글들에 대한 답글들은 따로 시간날 때 달아드리겠습니다. 요즘 많이 바빠서 짬이 안 나네요. 이것도 걍 쓰고 싶은 데로 쓴 거라 좀 뒤죽박죽일 수 있습니다. 짱개 폐렴 조심하시고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