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종종 언급하는 제 맨유 팬 친구가 무슨 취조하듯이 발베르데 물어보길래 오랜만에 정리 겸 짤막하게... 챠비 얘기도 쓸 시간 없어죽겠는데 걍 생각나는 데로 주저리 써봅니다. 챠비 얘긴 언제 쓸 지 모릅니다. 이건 친구가 하도 발광떨어서 카톡으로 다 못 써서 여기다 쓰는 거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전에 썼던 대략적인 장단점은 이 글 참고하시면 ( 클릭 ) 되고 (더 보시려면 발베르데 치시면 많이 나와요...) 바르셀로나에선 그 전까지 제가 봐왔던 장점들은 단 하나 빼고 안 나왔음. (마지막 시즌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수준 인터뷰 스킬) 단점들만 다 나왔고 그게 이후 커리어에 심각할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자리가 났음에도 지나가는 루머 이상으로 가지 못했던 이유는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과정상의 문제들이 제일 컸을 거라고 봐요. 분명히 좋은 감독인데 가지고 있는 성격/성향 자체가 본인이 추구하는 이론을 뒤덮을 정도로 강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좌지우지 되는 요소가 점점 많아지는 감독.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그릇의 한계가 야기한 문제점은 이 감독은 한 단계 올라설 때 함께할 감독은 아니라는 거겠죠. 기본적으로 분위기가 아래로 박았거나 현상 유지를 해야할 때는 굉장히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바르셀로나에서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그 이전으로 가도 몇 차례 증명한 케이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바르셀로나 이후 행보를 보면 지나가는 루머로 이 감독이 언급될 때 해당 팀의 분위기도 대부분 저런 쪽에 가깝죠. 문제는 서로 그 정도로 끝나는 걸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 (발베르데도 바르셀로나까지 찍었고 타이틀도 얻었지만 부족한 면들을 드러냈기 때문에 한 번 더 욕심 부려볼만함. 그리고 이 사람이랑 같이 쭉 붙어다니는 사람들 다 스페인 내에선 평판도 좋고 실력도 좋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스피아주. 이 사람 능력 좋음. 요 정도로 끝내고 여기저기 땜빵 다니기엔 아깝달까.) 이 부분을 빅 클럽들하고 조율하기가 쉬워보이지 않아요.
맨유도 솔샤르가 날라간 게 과정과 결과물 둘 다에서 문제가 될만한 여지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데 발베르데도 맨유에서 단점들만 다 모이면 솔샤르랑 비슷한 결말을 보일 수도 있음. 지나치게 심플한 기조를 추구하는 솔샤르와는 좀 다르지만 발베르데는 하다가 안 되면 바로 엎어버리는 감독이라는 게 크거든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2년 동안 그랬고 그게 바르셀로나의 시계를 멈춰버린 요소 중 꽤나 큰 비중이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다른데서도 그랬고 이게 토너먼트를 비롯해 후반기에 저조한 모습을 보이던 요소 중 하나였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좌지우지 되는 요소가 점점 많아지는 감독이라는 걸 이런 부분들도 포함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맨유는 이제 궤도에 올라서야하는 팀이고 솔샤르가 이번에 보여줬어야 하는 것도 그런 쪽이었다고 보는데 못 보여줬으니 모가지가 날라간 거고 (경기들은 제대로 못 봐서 세세하게는 못 짚겠네요.) 발베르데가 이 상황에 적합한 감독이냐고 묻는다면 전 아니라고 하고 싶음. 다음 감독을 침착하게 뽑는 시간을 벌어줄 감독이라면 이보다 적합한 감독이 어딨겠냐만... 철저하게 발베르데 입장에서만 보면 꽤나 위험한 자리임.
제가 봤을 땐 발베르데란 픽 자체가 맨유 보드진의 자체적인 판단이라면 생각보다 축구 내적으로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유지하는 걸 꽤나 의식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더해서 나름 양 방향을 노린 수 같음.
데려와서 잘하면 => 2년 정도 쥐어주고 보드진이 선호하는 픽들 데려오면서 쥐어주는 데로 해봐. (바르토메우가 했던 거랑 유사하게. 이 선수단에 얘 끼얹어주면 좋잖아??)
데려와서 못하면 => 사실 진짜는 얘가 아니야. 선임할 때도 말했잖아?
어느 쪽이든 보드진이 적절하게 대응할만한 시나리오는 짜여진다고 봅니다. 블랑이 아니라 발베르데가 나온 건 블랑 업그레이드 버전이 발베르데기 때문.
몇 가지를 짚어보면
! 호날두, 브루노 등을 필두로 한 성실한 선수들이 꽤 있는 맨유의 라커룸 기조랑 발베르데랑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음. 발베르데는 할 거 하는 애들은 아예 터치를 안 하기 때문에 충돌할 일이 없음. 혹여나 생겨도 발베르데가 알아서 타협함. 타협의 신.
@ 아스피아주가 발베르데의 눈이나 다름 없는 사람인데 핵심을 간파하는 그 통찰력이 꽤 좋은 편입니다. 바르셀로나 첫 시즌에 후반셀로나 소리 듣던 요소 중 (쪼그려있다가 교체하면 이기던 그 시절. 하프 타임에 아스피아주가 전반전 브리핑을 늘 했음.) 가장 큰 요소가 이 사람임. 사실상 뎀벨레의 문제점도 이 사람은 첫 시즌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봐야함.
# 어린 선수들에겐 확실히 도움될만한 요소들이 많은 감독. 웬만한 감독들보다 이 쪽으로는 몇 단계는 앞서있다고 자부할 수 있음. 코치들부터해서 노하우가 많기 때문.
~ 맨유도 빌바오나 바르셀로나랑은 다르긴 해도 시어머니들도 많고 꽤 까다로운 클럽이라고 봐야하는데 이런 쪽에선 도가 텄음. 바르셀로나에서도 3년차 되서야 기자들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차분함.
% 전술적 기조는 팀마다 늘 다름. 상황상 가장 현실적이고 알맞은 선택지를 찾으려고 함. 종종 본인의 이론적인 이상향을 시도해보나 한 번 치명적인 부분이 발견되면 그대로 다 엎어버림.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이나 이 짓을 함.
^ 근데 플랜 A 밖에 없는 감독들은 발베르데한테 걸리면 된통 당하는 경우가 아주 많음. 바르셀로나에서도 종종 보여준 모습인데 수동적인 대응에 능해서 플랜 A 밖에 없는 감독들을 박살내는 건 꽤 하는 편.
그 동안 많이 깠지만 좋은 감독은 맞습니다. 근데 한계도 명확한 감독이라 2년 동안 다른 성공한 감독들 보면서 못 느꼈으면 제자리일 거에요. 얼마나 달라졌냐가 관건. 잘 되면 명장들 따라가는 거고 실패하면 에메리 되는 거랑 비슷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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