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에 텐 하흐가 오는 것 같은데 반 할 선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팀에 선수들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감독을 선임하는 건데 (궤도에 올랐을 때 다음 감독만 잘 뽑으면 무조건 연달아 대박나는 장기적인 관점이 들어가있는 거죠.) 몇 가지는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 같음.
일단 아약스에서 함께하고 있는 선수들이나 리스트에 담아뒀던 선수들이 넘어올 수 있는데 텐 하흐가 이 부분에서 어떨 지가 중요할 것 같음. 반 할 같은 경우는 바르셀로나, 뮌헨, 맨유를 가리지 않고 본인이 익숙하고 본인을 이해하는 선수들이나 나아가서 베테랑을 극단적으로 선호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딜 가든 본인의 철학, 이론, 기조는 동일했으니까요.
본인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 스쿼드에 많을 경우 본인의 트레이닝론을 스쿼드에 빠르게 퍼뜨릴 수 있고 더해서 그 선수들을 활용해서 스쿼드 융화를 빠르게 시켜버릴 수 있으니까요. 반 할은 어딜 가나 베테랑-유망주를 묶어버리거나 국적이 다른 선수들을 통역관 없이 같이 지내게 하거나 성격이 정반대인 선수들을 묶어버리거나 그런 짓을 많이 했음.
이러다보니 이런 짓을 왜 하는 지 이해 못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레 파벌을 형성하게 되는 건데 반 할은 늘 이런 걸 본인이 익숙한 선수들과 베테랑으로 극복하려고 했었습니다.
텐 하흐는 그럼 이 부분을 봐야겠죠. 맨유에 와서 본인의 축구관을 펼쳐보고 싶다면 초반에 부딪히는 기간을 최소화해야하는데 그 요소들이 무엇이 될 것이냐? 익숙한 선수들을 영입해 그들을 활용할 것이냐. 말 그대로 직접 부딪혀 능력으로 도전해볼 것이냐.
둘째는 성격이겠죠. 굉장히 독단적인 행태를 보여왔는데 이게 빅 클럽 가서도 이러면 성적이랑 경기력으로 그냥 입을 싹 다물게 해야함. 특히 맨유는 아무리 성적이 떨어져도 잉글랜드 내에서 입지나 위상 자체가 남다른 클럽이기에 위험한 면이 있죠.
반 할 같은 경우도 계속 받아칠 생각만 해서 (자기가 틀렸을 리가 없으니까) 힘든 경험을 했죠. 그래서 본인 기준에선 상업적인 클럽이라고 비판했던 거고.
레전드들까지 시어머니들이 너무 많은 건 잘 나갈 땐 분위기를 단박에 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헤매는 순간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부분.
마지막으로 방출에 대한 권한이 얼마나 있느냐. 결국 본인이 원하는 팀을 만드려면 스위칭이나 횡으로든 종으로든 들어왔다 나갔다에 능한 선수들이 꽤 있어야 하는데 (특히 후방이나 하프 라인 전후에서) 지금 맨유 구성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내보내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분명히 생길 건데 그 부분을 보드진이 얼마나 수용해줄 수 있냐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이러나저러나 맨유가 이번에는 이를 갈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다음 시즌도 EPL 은 재밌는 요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결론이 선 게 아닐까 싶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