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깊게 생각 안 하고 보면 두 가지로 인해 이런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싶음.
-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더치맨들이 보여준 바르셀로나에서의 모습
- 차기 중심축 중 한 명으로서의 기대감
사실 크루이프나 네스켄스 때문에 더치맨하면 바르셀로나란 이미지가 많이 박혀있지만 정작 수 많은 더치맨들이 넘어온 시기는 반 할 이후임. 크루이프 드림팀 때도 쿠만이랑 비츠셔 (아약스 출신) 빼면 더치맨이라곤 있지도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더치맨들만 놓고 보면 밀란의 오렌지 삼총사랑 비교하면 업적면에선 오히려 초라할 정도임.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프랭크 데 부어부터 해서 코쿠, 클루이베르트, 라이지허, 로날드 데 부어, 보가르데, 젠덴, 오베르마스, 다비즈, 반 봄멜 등등등 팬들이 알만한 더치맨들은 다 반 할 이후로 넘어온 선수들이죠. 기억 속에 남아있는 더치맨들도 웬만하면 다 얘네들임. 크루이프나 네스켄스의 현역 시절을 직접 본 팬이면 할아버지일테니...
아무래도 암흑기를 버텨온 더치맨들이 많고 사실 지금 경기장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 대다수도 그 시기에 열정적이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히바우두를 좋아하는 꾸레들이 엄청 많은 것도 이래서임. 다 쓰러져가는 팀에서 에이스로서 버텨줬으니까) 그래서 데 용에게서 기대하는 면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지역 언론이나 현지 팬들이 데 용에게 기대하는 것들 중에는 팀을 아우르는 에너지, 열정, 리더로서의 헌신, 적극적인 모습 등등 같은 것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기사에서도 챠비가 뎀벨레 예시를 들면서 안일하게 굴면 안 된다고 지적했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더더욱 그렇겠죠. 어려운 시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더치맨들은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적이었으니까.
데 부어는 반 할의 고집스러운 기용 방식에 욕을 무진장 먹긴 했지만 동료들에게 더 열심히 뛸 것을 주문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이 엄청 많았음. 푸욜한테도 손가락질 하면서 소리지르고 그랬었고. 코쿠는 아쉬운 말, 행동 하나하지 않고 헌신 그 자체였던 선수였고. 클루이베르트는 틈만나면 바르셀로나가 최고야라고 인터뷰하고 다니던 선수죠. 반 봄멜은 이방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던 선수였기에 바르셀로나나 뮌헨에서 인정받은 선수였구요.
아약스를 주류 무대에 다시 올려놓은 공신 중 하나인데 아주 큰 비중의 선수였고 그런 선수가 바르셀로나에 오는 거니까 기대감이 엄청 컸을 거라고 봅니다. 그의 나이가 얼마든 그가 앞으로도 성장해야하는 선수든 어떻든 그런 건 다 제쳐두고.
대다수의 팬들이 가비나 아라우호를 좋아하는 것도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플레이에서,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게 크다고 봅니다.
아마 현지 팬들이 푸츠를 좋아하는 것도 그 사람들은 꼬맹이들 경기도 보러 다니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플레이나 행동으로 나오는 걸 본 게 크겠죠. 그게 옳게 발현되든 그렇지 않든 팬들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보기 마련이니까요.
전 그가 실력으로 증명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느끼는 건 언론들이나 팬들의 인내심이 오래 갈 것 같지 않다고 느낍니다. 기다림의 미학은 웬만해선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왔고 축구계도 비슷한 느낌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