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우려스러운 면들은 페드리랑 가비를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맞지 않을까 싶음.
사실 그릇은 10대 후반쯤-20대 초반쯤 가면 대다수의 감독이나 코치들에겐 어느 정도 보이죠. 크루이프는 대놓고 전체적인 기량의 완성은 20대 중반이라 했었음. 제가 섣부르게 판단을 안 하는 건 그 선수들을 계속 봐온 게 아니기 때문이고. 실제 현직 사람들이 때론 과감하게 B팀을 건너뛰면서 뽑는 건 이미 퍼스트 팀에 올려서 담금질을 해도 무방한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 전부라고 봅니다.
보통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어린 선수들은 퍼스트 팀을 처음 비집고 들어올 때는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서 들어오는 게 대다수긴 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는 어떤 방향성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크구요.
이런 면에서 데 용은 아약스에서 경험치를 쌓고 넘어왔고 바르셀로나의 감독들은 계속 다른 쪽으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겁니다. 그게 되면 이 선수는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10년짜리 선수니까요.
페드리랑 가비 같은 경우는 자신감이 떨어지지않게 익숙한 위치에서 플레잉 타임을 보장해준 건데 아주 어렸을 때 중요한 건 새로운 자리에 대한 적응보단 본인이 익숙한 자리, 역할에서 어느 정도를 할 수 있는 지가 우선인 거고 여기서 자신감이 붙느냐 안 붙느냐가 중요한 거죠. 이들은 퍼스트 팀에서 이른 시기에 먹혔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팍 붙은 게 컸음.
개인적으로 아레냐랑 푸츠를 그냥 보자마자 혹평했던 것도 이런 면에서 한 명은 너무 본인 위주 플레이를 해온 게 보였고 한 명은 저거에 플러스로 자신감 없는 플레이 (본능적으로 약점들을 의식하고 뛰니까) 가 몸에 베어있다는 게 컸음.
반 할은 아무리 중요한 선수여도 전술적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그냥 교체로 빼버리거나 선발로 잠깐 안 쓸 정도였는데 (대신 말 잘 들으면 온갖 욕을 해도 절대 안 뺌. 언론들이 시비 털어도 안 뺌) 그런 감독이 유망주들에겐 엄청 후했죠. 늘 그냥 뛰면서 할 줄 아는 거 하고 싶은 걸 하라했음. 경기 이길 것 같으면 일부러 볼 몰아주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평소 행실 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어린 선수들한텐 후했죠.
쿠만도 이런 걸 보고 배웠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에는 도움이 됐던 거죠. 대신 쿠만은 팀의 사정을 타협하면서 너무 많이 뛰게 했음. 그게 어느 면에선 도움이 됐겠지만 (물론 어린 선수들은 계속 뛰게해주니 쿠만이란 감독이 앞으로 본인 인생에 인상적으로 남아있겠죠.) 전 너무 아슬아슬했다고 봅니다.
크루이프도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기대를 갖는 거 자체를 엄청 싫어했음. 그게 애를 망치는 요소 중 하나니까. 실제로 크루이프는 데 라 페냐나 사비올라가 그게 커서 망가졌다고 보기도 했었죠. 보호한다는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는 본인이 감독이 아닐 때도 어린 선수들을 보호해줘야한다라고 끊임없이 얘기하고 다녔던 사람.
이제 파티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큰 부상을 겪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팀에 빠르게 올라오면서 자신감이 어마어마하게 붙으면서 좋아질 때쯤 다시 큰 부상을 맞고 또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라 본인이 좋았던 리듬이나 감각을 찾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게 가장 일반적인 예상이겠죠.
근육계 부상이 잦아지기 시작했다는 건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본인이 어떻게 뛰어야 안 아픈 지를 더 강하게 의식할 수도 있다는 거구요. 몸이 약해져있어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 전자가 더 클 거라고 보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예전엔 됐는데 지금은 안 되는 그런 모습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거고.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겠죠.
퍼스트 팀 올라오면 웬만해선 다시 내려가는 것보다 같이 있게끔 하려는 감독들이 많은 것도 이런 환경의 측면이나 선수의 리듬이 무지하게 큼. 게임도 잘하는 사람꺼 가까이서 보고 같이 어울리다보면 나랑 비슷한 애들이랑 죽어라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것처럼. 그게 어느 정도 쌓이면 나랑 비슷했던 애들이랑 하면 재미가 없죠.
기대감이 너무 올라가있어서 그게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우려가 첫 번째라면
둘째는 어린 나이에 좋은 리듬이 확 깨진 게 생각 이상으로 클 것 같다는 것.
셋째는 파티가 정상적인 성장세를 탔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포워드진이 박살나있어서 본인이 좋든 싫든 어느 정도 해줘야할 게 있을 건데 그게 파티한테 과연 어떤 영향이 갈 지 미지수라는 것.
보얀은 애초에 그릇이 큰 편은 아니었는데 기대치가 너무 커서 선수가 멘탈리티가 박살나있었는데 파티는 그릇이 작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크다고 얘기하는 게 아님...) 까보기도 전에 뭔가 어마어마하게 꼬인 느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