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277

by 다스다스 2022. 6. 21.






데 용한테 챠비가 바라는 의도가 아주 명확하다고 생각함.

 

 

 


발베르데, 세티엔, 쿠만이 바랐던 것보다 훨씬 큰 걸 바라고 있고 그게 명확하기 때문에 베르나르도 실바란 이름까지 까면서 이 정도 선수 아니면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거라고 봅니다.

 

 

 


데 용은 종으로도 그렇고 횡으로도 그렇고 필드 어디에서든 수적 우위를 점하는 포지셔닝을 가져갈 수 있음. 그만큼 주변 동료들을 잘 본다는 뜻이기도 하죠. 문제는 잘 보는 것과 그들을 잘 쓰고 활용하는 건 별개라는 거죠. 상대 박스에 가깝게 위치하면 후자가 안 되기 때문에 늘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거.

 

 

 


본인이 앞에 위치해서 횡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것도 개선이 안 되면 의미가 없는 건데 왜 자꾸 고집을 부릴까. 왜 발베르데부터 모든 감독들이 원하는 게 비슷해보일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함. 바르셀로나엔 그게 제일 필요하니까요.

 

 

 


흔히 데 용의 종적인 공간에서의 파괴력을 예시로 들며 후방 기용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거기에 계속 동의하지 않았던 건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보여주는 한계에 있음. 느리게 볼이 돌아가다가 갑자기 속도를 확 내기 때문에 (또는 그래야 하기 때문에) 상대가 현 바르셀로나 구성에 맞춰 핵심적인 지점들만 틀어막으면 아예 대응조차가 안 됩니다.

 

 

 


첫째는 후방에서 올라올 때 뻔하니까 거기서 한 번 막는다 가정하고 (부스케츠 죽이기 또는 어차피 볼 잡아봤자 전진 못하는 측면으로 무의미한 횡패스 유도. 여기서 원온원 강한 측면 포워드들이 있는 팀을 만나면 실책성 플레이 한 번만 나와도 그쪽 공간은 고속도로 나기 시작)

 

 

 

 

=> 그러니까 후방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음. 쓰리백이냐 포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대형이 변하거나 경합이나 원온원을 이겨내면서 얼마나 상대를 끌어들이고 물러나게 하냐의 문제라는 거. 들어왔다 나갔다가 자연스럽거나 이미 쓰임새를 증명한 선수들만 노리는 이유와 센터백들도 이런 들어왔다 나갔다가 자연스럽거나 아니면 미드필드스러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쪽에 가까운 루머들이 계속 쏟아지는 이유겠죠. 챠비가 그 누구보다도 부스케츠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둘째는 어차피 올라온다쳐도 측면에서 힘을 못 쓰니까 철저하게 중앙만 파게 만드는 거죠. 페드리랑 데 용이 그럼 측면에서 볼을 받거나 측면으로 빠지는데 정작 포워드들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자연스레 특정 공간이 텅 비어버리기 시작. 그럼 부스케츠가 그 공간을 메우려고 올라오면서 대형이 무너지기 시작함. 상대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만 고르면 된다. 측면으로 몰아서 뺏거나 딱 정해둔 타겟한테만 볼이 가면 달려들거나 아니면 그냥 백날 점유하라고 냅두고 박스 근처에서 수비 밀도를 높여 막는다.

 

 

 

 

=> 전통적으로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을 좌지우지 해주던 건 피구나 딩요, 메시,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같이 측면에서부터 수비수들의 시선을 잡아먹으면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윙포워드라 불리우는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선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펩부터해서 바르셀로나의 감독들이 메시의 중앙화로 인해 얻은 효과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면 (티토 때부터 루쵸 첫 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 측면 퀄리티의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메시가 중앙에 위치함으로 인해 바르셀로나가 그나마 버텼던 이유도 생각해본다면) 레반도프스키를 원하는 챠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페드리는 측면에 위치하는 포워드들의 원투터치 플레이를 지원해주면서 동시에 본인이 횡으로 측면과 중앙을 책임져주면서 패스 타이밍을 잘 캐치하기 때문에 우측 미드필드 기용까지 범위를 넓혀본 거라면

 

 

 


데 용은 본인이 기점이 되서 패스 앤 무브를 하면서 버텨주고 움직여주고 다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다는 거죠. 근데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는 없는 특장점이 있는데 종적으로 공간 활용을 잘한다는 겁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방에 이게 된다는 게 대단한 거긴 하지만 사실 전방에서 더 유효한 거고 어차피 볼을 소유할 수 있다면 굳이 얘한테 그걸 시킬 이유가 없는 겁니다. 어떤 경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챠비가 데 용을 사실상 상대 박스 바로 앞에서 주로 움직이게 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만 봐도 데 용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챠비의 바르셀로나를 반 시즌동안 보면서 느낀 건 챠비는 아무리 봐도 데 용, 페드리, 가비가 중심이 되서 이들이 볼을 잡는 것을 기준으로 앞선에서 서로의 위치나 대형이 확확 바뀌면서 최대한 종적으로도 횡적으로도 공간을 활용해서 찬스를 만드는 걸 원하고 있음. 근데 당장은 이렇다할 선수들이 없으니까 실책성 플레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최대한 속도에 집착했던 거고 다음 시즌은 다르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들에게 조금 더 여유를 주고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을 끌어올려서 측면 포워드들의 출발 지점은 더 앞으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죠. 지금 나오는 루머들의 연결 고리는 다 여기에 있음. 포워드는 레반도프스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건 이 선수가 필드 위에 있는 거 하나만으로도 데 용, 페드리, 가비 세 명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

 

 

 

 

'볼을 높은 확률로 탈환해오고 안전하고 빠르게 앞으로 내보내거나 스스로 나갈 수 있는데 측면으로도 가능하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것도 가능해. 근데 볼을 오래 잡거나 많이 잡게 하려면 굳이 아래에서 하는 것보단 위에서 하는 게 더 의미 있어. 그리고 얘는 패스 앤 무브도 되는데 그게 단순히 주고 받고가 아니라 스스로 영리하게 판단해서 앞으로 움직일 수도 있잖아? 그럼 한 명으로 인해 뭔가를 하기보다 팀적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후방에서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과정을 다양하게 만들고 조금 더 앞선에서 볼을 핵심적으로 내보내려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레반도프스키가 더해진다면 양쪽 측면 공간이 열리면서 조금 더 측면 선수들과 이 세 명의 미드필드들에게 공간적 여유를 주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늘릴 수 있을 확률이 높다.'

 

 

 

 

전 이게 챠비의 생각일 거라고 가정하고 다음 시즌을 바라보고 있음. 어차피 볼을 잡고 본연의 능력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측면 자원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연계가 뛰어나거나 원투터치 플레이가 가능한 성실한 측면 자원을 구하는 게 맞는 거고. 페란 토레스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게 다일 거라고 봅니다. 립서비스를 너무 후하게 해서 기대감이 이상하게 커진 면이 있는 것 같단 생각도 드는데 그냥 그 정도만 바라고 있으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 애초에 예전으로 돌아가도 그 어마무시한 수비 밀도를 마주한 상태에서 온 더 볼로 뭘할 수 있는 선수란 생각은 안 듭니다. 하피냐를 원하는 이유도 전자가 아니라 후자를 보고 노리는 거라고 보구요.

 

 

 

 

베르나르도 실바는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측면과 중앙 양쪽에서 효용성이 존재하고 일정 부분 메워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겠죠. 물론 어느 면들은 데 용보다 떨어지고 어느 면들은 앞서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비교가 당장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고 그냥 다재다능함으로 인해 쓰임새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미드필드 중 한 명이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음. 그리고 전 챠비가 이번 시즌에 직선적인 선수를 선호했던 건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하는 구성이 불러온 선택이었다고 보는 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계속 뭔가 확신에 찬 듯한 말은 하지 않았던 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음.

 

 

 

 

전 데 용이 결국엔 챠비가 바라는 것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멘탈리티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가는 걸 반대하는 거뿐이고 챠비는 감독으로서 본인이 팀을 생각해서 선수한테 급여를 깎으라고 얘기할 수 있는 권한과 위치는 아니기에 베르나르도 실바란 대체자가 온다는 가정 하에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거라고 봅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음.

 

 

 

 

- Q&A 는 다음에 시간 나면 비슷한 기준으로 또 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질문이 덜 달려서 좀 아쉽긴 한데 (다른 글들보다 댓글이 덜 달릴 줄은 몰랐음...) 저번과 다르게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저도 좀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회  (14) 2022.06.25
그냥  (17) 2022.06.23
오랜만에 (마감)  (37) 2022.06.20
챠비는  (26) 2022.06.17
챠비가  (24)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