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그냥

by 다스다스 2022. 6. 26.

 

 

 

 

단기전 멘탈리티는 바르셀로나는 늘 1차전에 원하는 결과를 가져가야 본인들이 함정에 안 빠진다는 게 제일 크지 않을까 싶음. 그 동안 떨어진 건 그냥 못해서가 1순위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메시도 예전에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플레이들이 단기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었던 적이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것보다 더 심하다고 봐야죠. 자기들 축구가 잘 돌아갈 땐 1차전을 져도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있지만 그게 안될 때는 그냥 1차전을 내주면 2차전도 끝나는 거나 다름 없음. 기본적으로 점유도 점유지만 점유 이후의 과정에서 변수를 만들어 줄 선수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런 선수들을 매 시즌 데려오면서 스쿼드를 변화무쌍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

 

 

 

 

대역전극을 기대할 때마다 지역 언론들이 99-00 챔스 8강 첼시 전을 언급하는 것도 1차전 3대1 로 지고 와서 연장까지 끌고 가서 5대1 로 뒤집어서 그럼. 심지어 히바우두가 정규 시간에 얻은 패널티를 실축까지 해가지고 연장전 가게 된 경기여서 조마조마한 경기였습니다. (연장에서 패널티 한 번 더 얻어내는데 거기선 또 깔끔하게 넣음) 이제는 대역전극 기대하면 파리랑 했던 16강 2차전까지 매번 언급하겠죠. 레파토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

 

 

 

 

그럼 1차전을 상대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면 상대 입장에선 준비하는 게 아주 편함. 바르셀로나가 할 게 뻔하잖아요. 더 공격적으로. 더 앞선에서 볼을 소유해야한다. 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버리는데 동시에 실점도 절대 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하면 안 되는데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죠. 이러면 어떤 감독이라도 비슷한 지시를 하겠죠.

 

 

 

 

'그냥 볼 소유하라고 냅둬. 우린 박스 근처부터 안까지 틀어막고 여기서만 수적 우위 가져가면 그만이야. 측면으로 볼이 가도 안 움직여도 돼. 여기 오면 (박스 근처) 그때부터만 막으면 돼.'

 

 

 

 

이걸 맨 처음한 게 퍼거슨의 맨유입니다. 에투가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어마어마하니까 절대 못 넣을 걸 알고 있었던 거임. 메시가 무슨 짓을 해도 걔만 막으면 끝나는 거고 나머진 밖에서 볼을 잡아서 박스 근처 밀집 수비를 벗겨내면서 들어올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바르셀로나한테 여지를 줄 필요가 없었던 거죠. 잠브로타의 그 뻘짓이 없었다 가정하고 연장을 갔어도 메시 체력이 안 되서 결국 졌을 거임. 그 시즌 맨유는 그만큼 조직력이나 체력도 좋았으니까요. 09-10 시즌에 인테르도 비슷했고. (물론 이건 화산재 때문에 좀 많이 억울하긴 함) 여기서 예전 시메오네나 몇몇 감독들처럼 측면으로만 가면 공간을 좁혀버려서 볼 뺏고 뻥차서 달리는 것도 할 수 있고. 그러다 하나 얻어걸리면 바르셀로나는 2차전도 그대로 망하는 거죠. 이것말고도 예시들은 참 많음.

 

 

 

 

발베르데는 이걸 반대로 접근한 겁니다. 1차전을 이기면 상대가 반대의 마인드가 되기 때문에 (애초에 점유론이 가득가득한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더 조급한 마인드의 상태로 마구잡이로 들이밀고 오는 애들도 있겠죠. 그냥 작정하고 오버 페이스로 덤벼든다거나. 이래서 발베르데가 하나만 할 줄 아는 감독들은 귀신같이 잡아냈던 거) 2차전에서 버티면 이긴다는 건데 애초에 그런 축구를 할 줄도 모르는 애들을 가지고 그런 축구를 하려고 하니까 큰일이 난 거죠. 똑같이 볼이 흘러가는 방향을 예측하고 거길 막는다고 해도 수비 방식 자체가 다른 거임. 알바가 질질 짰던 것도 꼴불견이긴 하지만 그냥 스스로 느낀 거죠. 이런 식으로 하는데 상대가 다 따라왔으니 이길 수가 없다고 느낀 거였을 거임. 그게 너무 분해서 울었을 수도 있고 그냥 너무 한심해서 울었을 수도 있고 이유야 모르겠지만 뼈저리게 느껴서 그랬을 거라고 봄.

 

 

 

 

펩은 뮌헨 때까진 늘 동일한 마인드로 접근했었다고 보는데 1차전에서 원정 골을 하나만 넣거나 아니면 무승부만 거두면 2차전에선 무조건 이긴다는 마인드. 1차전에서 실험적인 요소가 강한 모습을 종종 드러낸 것도 어차피 무승부만 거두면 되니까란 마인드가 강해서가 제일 컸다고 봅니다. 바르셀로나에선 세 번째 시즌까지 시즌 중반에 시행했던 강도 높은 피지컬 트레이닝 여파가 16강 1차전까진 꼭 왔었음. (마지막 시즌은 초장부터 망해서 이런 거 꿈도 못 꿨음) 그래서 이때 경기력은 늘 거지같았는데 2차전에선 귀신 같이 대승 거두면서 올라가고 그랬었죠. 시티에선 이런 토너먼트를 대응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고 있음. 그냥 토너먼트뿐만 아니라 감독 자체가 여전히 원칙적이긴 하지만 좀 다른 감독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듯. 이게 EPL 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뮌헨에서 본인도 실패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걸까는 잘 모르겠지만 펩의 감독 커리어는 쭉 봐왔기 때문에 확실히 많이 변했다고 얘기할 수 있음.

 

 

 

 

루쵸가 제일 중도를 잘 찾았다고 보는데 (물론 14-15 한 시즌 기준) 원정에선 일부러 맞춰서 라인의 유동을 가져가는 선택을 하곤 했음. 물론 MSN 이라는 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긴 했는데 선수빨이어도 그 선수들을 가지고 그런 전술전략을 택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니까요. 물론 완전히 제 스타일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님. 토너먼트에선 어느 정도 필요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거.

 

 

 

 

챠비는 늘 아라고네스와 펩을 자기 감독론에 중심에 놓고 있다고 봐서 토너먼트에선 과거의 펩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음. 애초에 상대한테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최소한으로 줘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가 볼을 소유한 채로 박살을 낸다라는 확률 싸움이 바르셀로나의 이상론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1차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왔을 때는 바르셀로나는 늘 유리한 입장에서 2차전을 했던 것 같음. 거기다가 지금은 조별 예선 2위 하는 것도 기도를 해야할 정도로 팀 전력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조별 예선 1위를 깔고 가는 입장일 때는 2차전이 깜노우니까 상대 팀들의 온갖 변수들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컸죠. 그래서 예전에는 8강, 4강도 2차전이 홈이길 바랐던 적이 많았던 것 같음. 1차전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달까.

 

 

 

 

결국 챠비가 얼마나 할 거냐는 건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는 소리. 알 사드랑 바르셀로나는 그냥 아예 다름. 전력상 우승권이 당연하다고 그게 비슷하다고 보는 건 맞지 않은 시선이라고 봅니다. 챠비가 유럽에서 어느 한 팀이라도 겪고 오기를 바랐던 것도 그가 유럽의 수준 높은 리그를 겪으면서 그의 감독론이 바뀌어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거기서 뭔가 번뜩이는 게 생기지 않을까 싶었던 게 컸음. 루쵸는 로마에선 분명히 실패했지만 내외적으로 본인이 아니라고 느낀 선수들을 과감하게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실패할 거라고 보지 않았음. 실제로 팬들은 토티와의 불화설이 터지자마자 시즌 초반부터 훈련장까지 찾아와서 욕하고 막바지에 나갈 때도 꺼지라고 했지만 선수들은 공개적으로 지지해줬죠. 그 시즌 초반 부딪혔던 토티가 제일 먼저 지지해줬었음. 이게 바르셀로나 올 때 세스크가 미래다 라는 당시 분위기를 확 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봅니다.

 

 

 

 

솔직히 지금 스쿼드 구성이면 어떤 감독이 와도 한계를 더 빨리 맞이하냐. 늦게 맞이하냐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음. 물론 더 늦게 맞이하면서 그게 더 좋은 성적을 이끌고 올 수도 있는 거긴 하고 귀신 같이 또 다른 보석들을 뽑아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감독은 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전 여전히 더 준비된 챠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한 번 버텨줄 감독이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음. 과연 그 적합한 후보가 있었을까는 정말 너무 힘든 문제긴 하고 라포르타도 급했기에 어쩔 수 없던 측면도 있었겠지만요. 따지고 보면 가스파르트도 페레르 날려버리고 바로 렉사흐를 찾아갔으니 지금 위상이 너무 올라가버린 바르셀로나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행보였을 수도 있구요. 어려운 문제긴 한 듯.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279  (7) 2022.06.29
  (29) 2022.06.27
잡소리 278  (10) 2022.06.25
그냥  (26) 2022.06.25
소회  (14)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