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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81

by 다스다스 2022. 7. 18.

 

 

 

뭔가 자세하게 써보려고 경기도 몇 개 다시보기 하려고 받아놨는데 너무 귀찮아서 못 하겠음. 그래서 짤막하게 그냥 앞으로 어떤 느낌이 나오면 좋을까 생각했던 걸 적어보려고 합니다.

 

 

 

 

1.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레반도프스키가 와야 모든 플랜이 의미가 있고 그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 건 바르셀로나를 거쳐온 모든 감독들이 추구해온 방식에 있음. 바르셀로나는 최대한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는 걸 기초로 깔고 들어가면서 (이래서 중앙지향적으로 느껴지지만 이게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자 선택) 측면 공간을 최대한 열리게 만들어서 그 양 측면 공간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음. 왜 굳이 이렇게 정하냐고 한다면 이들의 축구 자체가 측면을 일회성으로 쓰지 않기 때문. 때로는 윙어의 역할을 맡은 선수가 직선으로 쭉 달려서 크로스를 시도하고 루즈볼, 세컨볼을 노리곤 하지만 그게 주전술이 될 경우 상대에게도 그만큼 공격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거.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그 자체가 공격 성공으로 끝나기보단 루즈볼, 세컨볼을 우리가 잡으려는 의도로 크로스를 시도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 뎀벨레가 많은 공격을 시도한 경기들인데 전력이 비슷한 팀들이면 유독 치고 박거나 위험한 공격을 여러 차례 내준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되겠구요. 그리고 패스 루트가 뻔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나타난다는 거.

 

 

 

 

2. 저번 시즌 챠비의 바르셀로나를 보면서 간단간단하게 글을 써왔었는데 지속적으로 3~4월 정도 되면 다 파악당해서 제대로 당할 거라고 예측했던 건 제가 무슨 신기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4~5 경기쯤 봤을 때부터 이런 부분들이 약점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페란 토레스, 오바메양 다 상대 선수들을 앞에 둔 상태로 볼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 (받아도 어차피 뒤로 돌리거나 횡패스 함. 가끔 가다가 드리블이나 원투로 뚫어내는 정도)이 아니라 상대 선수들을 뒤로 두거나 사이에서 튀어나오거나 루즈볼, 세컨볼을 열린 상태에서 주워 먹거나 열린 공간에서 (대부분 측면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사선, 직선으로 뛰어들어야 위력이 나타나는 선수들이란 것. 그렇기에 그만큼 속도를 빠르게 내야 하고 달리는 것에 초첨을 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선발 라인업은 고정될 수밖에 없음. 제일 위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아래 선수들이 다 해주고 넣어주는 걸 받아먹기만 하는 애들이 아니라 그냥 아예 입까지 열어주고 넣어줘야 하니깐.

 

 

 

 

3. 그러다보니까 패스 루트가 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중앙지향적. 때로는 한쪽 측면 (대부분 왼쪽. 오른쪽은 데 용이나 가비, 페드리 등이 관여하는 게 아니면 대부분 뎀벨레를 기점으로 한 일회성 공격들이 많았으니까.) 에서만 볼이 돌거나 했죠. 결국 팀을 고치려면 중요한 건 일단 앞선에서의 볼 소유가 원활하면서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현재 자원과는 차별화되는 면들을 보유한 포워드가 필요하다는 첫 번째 결론이 서게 되고 때마침 레반도프스키가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고 떴으니까 여름 플랜을 얘가 온다는 가정 하에 짰다고 볼 수 있겠죠. (2~3월 경에 챠비와 통화했다는 썰이 나왔으니 충분히 추측 가능)

 

 

 

 

4. 두 번째 결론은 이렇게 원활한 볼 소유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뛰면서 측면과 중앙에서 적은 터치로 볼을 받고 내주고 연계를 도맡아해주면서 볼을 받기 전후 오프 더 볼이 영리하고 빠르게 판단해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측면 포워드들. 챠비가 페란 토레스를 물고 빨았던 건 이런 모습이 일부 보였기 때문이지. 진짜 걔가 엄청난 재능이라서 그랬다고 보진 않습니다.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를 칭찬하는 건 감독으로서 충분히 할만한 일이고 팀 내 분위기에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 (감독의 요구를 성실하게 이행하면 기회도 주고 칭찬도 해주면 다른 선수들도 느끼기 마련)

 

 

 

 

5. 세 번째 결론은 이렇게 포워드 라인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결국 측면에서 꾸준하게 속도를 내주면서 간격을 유지하는 시발점이 되어주고 중앙과 연계를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걸 수적 우위와 세 명의 미드필드들로 해낼 수 있다는 챠비의 전술적인 선택. 실제로 페란 토레스와 오바메양의 부족한 점들은 페드리와 데 용이 메워줬고 페드리가 빠지자마자 좌측면의 이런 패스, 패스, 패스를 통한 전개 능력이나 패스 루트가 더 뻔해지면서 팀이 휘청거리기 시작했음. 더 나아가서 또 다른 문제가 뭐였냐면 미드필드들의 횡적인 범위와 종적인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는 건데 이게 세 번째 결론과 네 번째 결론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네 번째 결론은 바르셀로나는 저번 시즌 빌드업 과정에서 알베스와 알바, 부스케츠, 데 용, 페드리 등이 필요에 따라 변형 쓰리백을 오가면서 최대한 측면 포워드들 두 명을 터치 라인에 붙여놓고 미드필드를 사실상 네 명을 쓰는 형태를 많이 가져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쪽 측면에 많은 선수들을 넣고 반대편에 한 명만 둔 상태로 반대 전환을 하는 공격을 엄청 많이 활용했는데 이게 페드리와 데 용 과부하의 원인 중 하나였음. 어차피 반대로 넘기거나 거기서 데 용이나 페드리가 기점이 돼서 공격을 할 걸 아니까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야했다는 것. 그림으로 보면 더 이해가 쉬운데요.

 

 

 

 

(알바가 쓰리백을 만들면 알베스가 올라가서 한 명의 미드필드가 되어주면서 저 세 명의 범위를 줄여줍니다.)

 

 

 

 

(알베스가 쓰리백을 형성하고 있으면 알바는 그냥 평소 하듯이 측면에서 바로바로 압박에 참여하구요.)

 

 

 

 

(알베스가 쓰리백을 형성하는데 미드필드들이 역삼각형으로 위치하고 있으면 오바메양이 살짝 내려오면서 마름모를 만들어 줍니다. 알바는 원래 하던 걸 하죠.)

 

 

 

 

7.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이 다음부터가 문제임.

 

 

 

 

(들어왔다 나갔다가 익숙하지 않은 알바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다보니까 저렇게 비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페드리가 먼저 포지셔닝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자 알바도 페드리를 쳐다보면서 측면으로 빠집니다.)

 

 

 

 

(알바가 페란에게도 사인을 보내면서 페란이 원래 페드리의 자리로 가지만 이미 여기서부터 꼬였습니다.)

 

 

 

 

(이건 코너킥 이후 볼을 되찾은 과정인데 데 용이랑 부스케츠가 아라우호, 피케보다 먼저 움직여서 쓰리백을 만들어주면서 다시 대형을 바로 잡는 과정입니다. 이 다음 장면도 연쇄적으로 포지셔닝이 꼬이면서 페드리랑 데 용, 부스케츠가 다시 움직입니다.)

 

 

 

 

이렇게 페드리, 데 용, 부스케츠, 이 경기에는 후반 교체로 나온 가비 등이 본인을 기점으로 해서 대형이 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순간적인 포지셔닝 미스나 느린 복귀, 판단력, 들어왔다 나갔다가 능하지 않은 모습 등으로 인해 동선이 길어지고 넓어지고 하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니까 과부하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냥 한 경기에서 몇 개만 뽑은 거지. 모든 경기들 다 찾아보면 수두룩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경기가 4월 초 경기인데도 이렇습니다. 명백한 스쿼드의 한계죠.

 

 

 

 

8. 그렇다면 직선적인 선수들을 살리면서 미드필드들의 동선을 어느 정도 조정하면서 최대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려면 후방에서 필요한 건 이런 들어왔다 나갔다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굳이 챠비가 고집스럽게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을 그런 식으로 깠던 건 팀의 사정도 있지만 소통 역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음. 그 당시에야 잘해서 넘겼지만 데볼뚜미 같은 건 필드 위에서 생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는 점 역시 잊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팀들과 다르게 이 부분이 지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야 한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외적으로 팀의 멘탈리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것 같고.

 

 

 

 

9. 마즈라위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가 더 나은 선택지였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요소로 현 시점에선 그보다는 아스필리쿠에타가 낫다는 결론이 났다고 봅니다. 모로코인인데 왜 거를까 생각했었는데 보니까 네덜란드 태생이었음. 적응기를 우려했기 때문에 크리스텐센이나 케시에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은 게 아닐까란 결론. 아무래도 지금은 한 명, 한 명이 실패하면 안 되는 시기니깐 익숙한 선수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도 컸을 거고.

 

 

 

 

10. 다가오는 시즌은 초반 몇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들하고 월드컵 이후-후반기 초반을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음. 전자는 챠비의 관점, 생각을 관찰하기 좋은 경기들일테고 후자는 후반기를 챠비가 어떻게 대응해나가면서 성적을 만들어낼까를 관찰하기 좋은 시점일 듯합니다. 프리시즌도 최대한 테스트 해보는 느낌이고. 제가 느끼기에는 챠비가 저번 시즌 스쿼드는 진작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잘할 것 같고 저번 시즌보단 조금 더 재밌는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뭐 루쵸처럼 확신한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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