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대형을 유지한다는 게 매우 중요함. 기본적으로 가장 좋은 압박은 맨 앞에 서있는 포워드를 기준으로 하거나 볼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선수들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로 압박을 가하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일직선 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맞추는 것과 종과 횡의 간격을 모두 맞추어야 하는 문제에서 오는 차이. 이런 간격 유지를 위해 동시에 이걸 언제 깨고 움직여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론도 훈련을 하는 겁니다. 요즘은 해외에서 이런 훈련에 관한 칼럼들도 많아서 론도에 관한 것들도 몇 가지는 번역이 돼서 많은 분들에게 소개된 걸로 알고 있는데 론도는 단순히 선수들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안에 2~3명을 가둬두고 패스 훈련을 시키고 그와 관련된 능력들만 향상시키고 유지하는 훈련이 아니라 간격을 유지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이유들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얻기 위한 훈련 중 하나기도 합니다. 당연히 표면적인 훈련의 의도 외에 다른 의도들을 이해를 못하면서 따라가질 못하면 자연스레 배제되는 거임. (감독마다 론도를 시키면서 각 선수들에게 무엇을 이해했으면 좋겠는지는 분명히 다를 테니까)
부스케츠의 수비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음. 꽤 오래 전에도 글로 한 번 썼던 적이 있는데 챠비-이니에스타와 함께 뛸 때도 부스케츠는 똑같이 수비했습니다. 튀어나가서 막아야 하면 그렇게 막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보다 먼저 볼이 향하는 방향을 예측하거나 인지하고 거기에서 자리를 잡고 다시 볼을 빠르게 차는 거. 문제는 뭐냐면 신들린 게 아닌가 싶었던 포지셔닝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볼을 소유했을 때 모든 각도를 다 보지 못하면서 (아니면 상대가 어디서 오는지를 인지를 못하면서) 상대에게 볼을 탈환 당하는 경우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음. 여기에 우측면만 보면 되던 상황이 움티티가 플랜에서 빠지기 시작하고 피케가 좌측에 서지 않으면 본인이 아예 좌우 전개를 다 도맡아야 하는 문제가 꾸준히 따라오면서 어쩔 수 없이 간격과 대형을 다 깨고 움직이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
이게 바르셀로나에서 후방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미드필드와 센터백의 기본적인 수비 방식임. 그렇기 때문에 세티엔 같은 쓰레기 감독도 센터백이 부족하면 부스케츠를 센터백으로 쓰는 모습을 보였던 거고 마스체라노가 바르셀로나에서 센터백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합니다. 챠비가 프리시즌에 데 용을 센터백으로 썼던 것도 대형이 자주 깨지기 때문에 알아서 이런 판단을 하면서 수비를 해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 컸을 거임. 다재다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후방에 위치하는 선수로서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판단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거.
결국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센터백은 유사 시에 미드필드가 될 수 있는 선수라는 거고 속도가 빠르고 피지컬이 좋아야 하고 그런 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한 번 뒷공간 허용하면 원온원이 아니라 최소 3대1 이나 4대1 임. 그런 식으로 속도를 쓰는 선수를 원하는 게 아니라 먼저 빠르게 판단을 하고 그 속도를 쓸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는 거죠. 애초에 좋은 자리를 먼저 잡고 볼을 찰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점유율이 90% 여도 매번 그럴 수가 없는 거. 그렇기에 좋은 경합 능력을 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아라우호는 일단 여기서 에릭 가르시아와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음. 에릭은 자리를 잘 못 잡는 경우가 있는 것도 있지만 상대와의 경합 과정에서 지는 순간 버티질 못하고 바로 공간을 내주는 반면 아라우호는 혹여나 한 번 밀리더라도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수비를 해낼 수 있죠.
마스체라노를 매우 싫어했던 건 빠르게 움직이긴 하지만 뒤가 없는 수비를 하거나 슬라이딩을 해서 쓸데없이 위험한 장면을 너무 많이 만들었음. 애초에 몸으로 박아서 막는 수비를 자주 했던 탓에 후방 선수로서 포지셔닝이 좋았던 편도 아니었구요. 개인적으로 피케는 대다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알아서 평가를 깎아먹은 선수라고 보는데 높은 책임을 갖고 빠른 판단을 내리면서 수비를 한다는 면에서 피케는 매우 월등한 선수입니다. 없으면 바로 티 나는 선수임.
쿤데를 계속 칭찬했던 건 가장 피케를 대체하기 좋은 선수라고 느껴질만큼 볼을 차면서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후방 선수들의 수비 방식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선수라는 게 큽니다. 사이즈가 작은 선수다 보니까 그냥 무조건 튀어나가는 수비를 하는 선수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음. 부정확할 수도 있는 상대의 패스나 슈팅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순간적으로 그 자리를 먼저 잡아서 볼을 낚아채면서 치고 나가거나 빠르게 볼을 처리하는 수비를 매우 잘하는 선수죠. 무리하게 슬라이딩 태클을 넣는 경우도 드문 선수임.
아스필리쿠에타를 원하는 건 이런 선수들이 때로 필요로 하는 협력 수비의 과정에 기여하면서 볼 소유를 원활하게 가져갈 수 있으면 부스케츠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다는 근거가 깔려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음. 실제로 아스필리쿠에타가 있음으로 인해서 (물론 라포르테도 있었지만) 에릭 가르시아도 상당한 효용성을 보여줄 수도 있었구요.
챠비의 의도들은 다 명확하게 보입니다. 그걸 필드 위에서 보여줄 수 있냐의 문제는 조금 더 복합적일 수 있겠지만 넘어온 선수들이 설득당한 거 보면 매우 일관적인 얘기들을 해왔고 그렇게 할 거라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 좋은 과정을 만들 수 있다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옴. 바르셀로나는 늘 실력으로 증명하면 트로피가 알아서 따라온 매우 정직한 클럽 중 하나. 혹여나 그렇지 않았다면 그다음 시즌에라도 트로피는 늘 따라왔음. 엄청 밀어준 셈인데 챠비가 증명 못하면 다음 감독 역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딱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음) 잘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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