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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맨체스터 시티 살짝 짚어보기

by 다스다스 2022. 7. 31.

 

 

 

 

저번 시즌에도 했던 것처럼 현재 펩의 축구에 관해서 조금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사실 미국에서 많은 경기들을 치르고 넘어온 게 아니고 프리시즌 일정 자체가 타이트했기 때문에 프리시즌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는 경기긴 하지만 상대가 리버풀이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시즌을 들어가는 데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쓰는 거고 저번 시즌처럼 정규 시즌을 들어가고 나서 짚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짚을 생각도 없고 한 3~4 가지 정도만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전반전 사진밖에 없는 건 영상을 전반전밖에 못 구했습니다. 후반전을 먼저 받았는데 갑자기 알레띠랑 맨유 경기 나와서 열받아서 전반전으로만 한정지었음...

 

 

 

 

시티는 기본적으로 볼을 소유해내면서 전체적인 대형이 올라가면서 상대를 가둬버리는 게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는 조건임. 그래서 양 측면을 다 먹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몇 차례 강조했던 거구요. 그러다 보니까 측면에서 힘을 못 쓰는 경기들은 답답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죠. 거기다가 측면에서 1 대 다수를 해내면서 어떻게든 공간을 강제로 열면서 기술적 우위를 부드럽게 가져가주는 선수가 없습니다. 결국 저번 시즌도 그렇고 다가오는 시즌도 그렇고 비슷한 지점 (또는 난이도) 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건지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현재 펩의 축구를 조금 짚어보고자 합니다.

 

 

 

 

1. 일단 홀란드 합류로 더더욱 영리한 전방 압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매우 부지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 상대의 불확실한 볼 처리를 더 위협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제수스나 스털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로 압박의 시발점이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펩은 바르셀로나 때부터 스로인을 유도하면서 상대의 스로인을 분석해 방향을 예측하고 볼을 재소유해내서 숏 카운터를 활용하는 양반이었는데 시티에 가서는 이런 부분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고 데 브라이너와 홀란드라는 카드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이런 쪽으로 더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겠죠.

 

 

 

 

그림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홀란드랑 마레즈 둘이 반 다이크의 패스 각을 좁히기 위해서 뛰고 있습니다. 이 둘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데 브라이너도 볼과 동료들을 보고 있죠.)

 

 

(몰고 막아서 로버트슨의 롱패스를 마레즈가 막아서 스로인을 만들어 냅니다.)

 

 

(데 브라이너 얼굴을 크게 잡아줘서 제대로 안 나오는데 데 브라이너가 먼저 두리번 거리면서 선수들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리를 잡고 워커도 손짓을 하면서 계속 두리번 거립니다.)

 

 

(결국 던질 곳이 없으니까 경합을 유도해내지만 디아스가 경합에서 이기면서 시티가 볼 소유를 찾아오죠.)

 

 

(반대편도 똑같이 합니다. 여긴 마레즈가 아니라 그릴리쉬가 막아서는데 이번엔 리버풀이 경합에서 이겨서 소유권을 가져가죠.)

 

 

 

 

2. 둘째로 이건 기회가 될 때 한 번 짚어보고자 했던 거기도 한데 베르나르도 실바를 활용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 면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지적했었던 것처럼 데 브라이너의 동선과 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카드 중 하나 (베르나르도 실바가 있기 때문에 데 브라이너의 동선 낭비가 줄어들 수 있는 거) 이며 영리한 포지셔닝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그리고 재빠른 압박과 탈압박의 전환 등으로 동료들을 보조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베르나르도 실바의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내려와서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는 게 단순히 볼을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려준다기보다는 상대를 유도해내 볼을 최대한 소유하면서 상대에게 선택지를 강요하거나 최대한 흐름을 되찾아오는 겁니다.

 

 

 

 

왜 그래야 하냐 이게 가장 중요한데 가장 큰 이유는 효율적으로 점유를 하면서 최대한 많은 패스를 만들어 내기 위함입니다. 저 상태에서 계속 뒤로 돌리면서 65%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과 루트를 만들면서 65% 점유율을 유지하는 건 똑같은 수치임에도 과정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다른 예로 들어도 700번 패스를 해도 저기서 그냥 횡으로 700번 돌리는 거랑 앞으로 나가서 다양한 패스 루트를 거친 700번의 패스랑은 다르다는 거죠. 현재 시티에서 가장 위협적인 패스 루트라면 데 브라이너를 거쳐가는 루트일 테고 그렇다면 가장 많은 패스를 주고받아야 하는 건 베르나르도 실바-데 브라이너나 로드리-데 브라이너 아니면 베르나르도 실바-로드리겠죠. 근데 후방에서부터 전체 대형이 올라오는 과정 자체의 문제가 없으면 나머지 선수들이나 볼을 주고받는 선수들이 빈 공간을 잘 찾아들어가거나 미리 자리를 먼저 잡아서 패스 속도를 살리면 그만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공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볼을 끌고 올라와야 한다는 거죠.

 

 

 

 

그럼 베르나르도 실바가 왜 이 역할을 하냐. 데 브라이너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스 근처에서 좌중우를 다 볼 수 있으면서 어디로 빠지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베르나르도 실바가 내려옴으로 인해서 로드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로드리는 좌측면에 가까운 지역에 포지셔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좌우를 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측면이나 중앙을 향해 볼을 차는 게 자연스러운 선수입니다. 롱패스를 하더라도 좌측면에 차는 거랑 우측면에 차는 거랑 아예 패스가 나가는 속도나 질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데 브라이너는 베르나르도 실바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려 하거나 아예 중앙에 서기도 하죠.

 

 

 

 

이것도 이미지를 보면서 설명을 조금 보태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데르송이 양 손으로 볼을 잡고 오른손으로 볼을 가져갔고 로드리가 이걸 보자마자 바로 여기로 굴리라고 손짓을 하죠. 마레즈도 이미 다 보고 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허나 화면에 안 잡혀있던 티아고가 이걸 알아채고 이미 패스 루트를 막아서고 있죠. 볼을 보면서 인지하자마자 저기로 와서 틀어막은 겁니다.)

 

 

(결국 패스가 다시 뒤로 돌게 되니까 베르나르도 실바가 내려옵니다.)

 

 

(이 장면은 다시 돌려보시면 아시겠지만 베르나르도 실바가 일부러 살라가 달려들 수밖에 없게 유도합니다. 저기서 뺏기면 바로 골이니까 안 올 수가 없게 유도를 해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아케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볼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근데 헨더슨이 살라가 움직일 때부터 매우 영리한 포지셔닝을 잡으면서 다시 뒤로 돌게 만들었고 결국 에데르송 똥킥으로 리버풀이 수비에 성공해냅니다.)

 

 

다른 장면으로 다시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시티의 루즈볼 탈환 이후 그릴리쉬의 드리블 돌파가 실패하고 다시 볼이 뒤로 도는 장면입니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다시 내려옵니다.)

 

 

(리버풀은 철저하게 베르나르도 실바-로드리 루트나 베르나르도 실바-데 브라이너 루트를 틀어막습니다. 이 와중에 재빠르게 자기 자리로 가지 않는 그릴리쉬의 모습도 보이죠. 본인이 드리블이 실패해서 역습이 실패하고 볼이 뒤로 돌았는데 왜 리턴을 주지 않냐며 손짓을 하고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상황을 다 인지하고 있던 베르나르도 실바가 계속 횡패스를 돌리면서 리버풀의 앞선 선수들 사이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로드리가 오른발로 패스하기 편하기 위한 순간이 만들어집니다. 근데 루이스 디아즈가 두리번 거리면서 워커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로드리가 워커한테 패스를 못합니다.)

 

 

(다시 리버풀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면서 리버풀 선수들과 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디아스에게 주라고 손짓하지만 로드리가 이걸 보고 살짝 내려가고 결국에 워커한테 롱패스를 시도합니다. 물론 오프사이드에 걸려버립니다.)

 

 

(베르나르도 실바는 계속해서 내려오거나 빈 공간을 향해 뛰면서 리버풀 선수들이 본인을 향해 뛰어오게끔 만드려고 합니다.)

 

 

(베르나르도 실바한테 볼이 가려고 하니까 헨더슨이 바로 달려가서 각을 좁혀버립니다. 저렇게 베르나르도 실바한테 상대 선수들이 뛰어가는 과정 속에서 데 브라이너가 베르나르도 실바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왼발 각도로 빠지는 겁니다. 물론 빠르게 각을 좁힌 탓에 데 브라이너에게 패스가 가지 못했지만 리버풀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으면 어설프게 움직여서 베르나르도 실바가 오른발로 먼저 터치해서 왼발 각을 만들고 데 브라이너나 칸셀로에게 좋은 패스 루트가 뚫렸을 겁니다.)

 

 

(결국 헨더슨의 영리한 포지셔닝으로 데 브라이너에게 굴러가는 패스를 줄 수가 없으니까 공격 전개가 단순해집니다.)

 

 

더해서 베르나르도 실바의 이런 포지셔닝들은 단순히 후방에서 볼이 안 나가기 때문이 아니라는 거고 이런 상황을 계속 유도하면서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목적도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 베르나르도 실바를 제외한 나머지 시티 선수들의 포지셔닝은 거의 멈춰있습니다. 체력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리버풀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체력이 매우 좋고 헨더슨이 동료들의 빈 자리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곳에 가주기에 다른 팀들보다 시티 상대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3. 이런 과정이 생략되거나 애초에 앞에서부터 막을 생각이 없는 팀을 만날 경우에는 베르나르도 실바의 패싱은 앞쪽으로 쏠려있습니다. 때로는 좌측면 윙어가 되기도 하고 우측면으로 가기도 하고 다양하죠. 페르난도 폴로라는 바르셀로나 지역지 기자가 챠비가 베르나르도 실바가 본인과 많이 닮아있다고 느낀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런 볼 소유를 근거로 두면서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서 동료들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조금 닮은 면이 있습니다. 사실 보통 공격 전개라 하면은 상대를 벗겨내면서 나아간다고 느끼기 마련이라 이런 건 앞으로 볼이 안 나가니까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보통은 전진성이 좋으니까 굳이 비교하려면 이니에스타랑 비교해야 하지 않냐고 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 역시 이런 전개의 스타일? 과정? 의 차이를 별로 깊게 안 봐서 그렇습니다.

 

 

 

 

4. 그렇다면 이렇게 베르나르도 실바를 활용함에도 경기가 여의치 않으면 패스 루트를 뚫거나 패스로 경기의 방향성을 찾기보다는 강제로 공간을 만들거나 상대 대형을 깨야하는데 결국 이번 시즌도 그릴리쉬의 활약이 매우 중요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음. 사실상 이렇게 데 브라이너의 장점을 죽여버리면 다른 선수가 해결책이 돼서 루트를 뚫어줘야 하는데 현재 이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는 그릴리쉬죠. 실제로 이 경기도 그릴리쉬로 내보내려는 볼이 많았던 편이고 잡고 움직이는 것도 많았음. 데 브라이너한테 못 주니까 다음 타자인 얘가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 주거나 찬스를 만들어서 리버풀의 대응 방식을 다르게 이끌어냈어야 했는데 너무 부족했죠.

 

 

 

 

일단 볼 때마다 느껴지는 건 전혀 오른발을 쓰는 좌측면 자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고 (칸셀로는 너무 노골적으로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안 보임... 극과 극이라 서로 상호작용도 잘 안 되는 편) 볼을 잡기 전후 과정을 보면 단순히 측면에서 열려있는 상태에서 받기 때문이 아니라 자세 자체가 밸런스가 매우 좋은데 정작 드리블이나 선택지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판단력이 느리거나 포지셔닝 자체를 이상하게 잡는 경우도 있구요. 경합이 들어오면 이상하게 자세가 확 무너질 때도 있음. 그렇다고 매번 경합에 약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뭔가 굉장히 애매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시즌에도 확연하게 개선이 안 된다면 본인도 그렇고 시티도 그렇고 문제가 심각할 것 같음.

 

 

 

 

5. 필립스를 어떻게 쓸지 펩이 미리 생각해놓은 것이 있을 건데 그게 베르나르도 실바의 이탈을 감안한 선택이 아니라면 베르나르도 실바가 당장 바르셀로나로 갈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는 것. 이미 펩이 짜 놓은 시즌 플랜에 베르나르도 실바가 상당한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는 뜻이니까. 이건 굳이 시티를 얘기하는 글에서 언급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제 블로그에서 가장 큰 주제는 바르셀로나기 때문에 살짝 덧붙여봅니다.

 

 

 

 

더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그냥 직선적으로 오프 더 볼이 매우 좋은 선수가 한 명쯤은 있으면 매우 좋을 것 같긴 하네요. 단순히 직선적이라기보단 매우 긴 거리를 직선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 쿠쿠레야 왜 원하나 싶었는데 경기 보니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알맞은 프로필 같음.

 

 

 

 

번외. 리버풀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살짝 덧붙여 보고자 합니다. 한 번 리듬이 무너진 후에는 리버풀 팬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심에도 제가 제대로 글을 쓰질 않았는데 헨더슨의 대체자랑 멀쩡한 피르미누 (지금 피르미누 말구요...) 의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선수. 딱 이 두 자리만 잘 바꾸면 앞으로도 매우 만족스럽고 재밌는 축구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헨더슨은 단순히 내적으로만 대체해야하는 선수는 아니긴 하지만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리버풀 시선으로 글을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링크 없이 좀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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