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286

by 다스다스 2022. 8. 4.

 

 

 

 

펩의 쓰리백 때문인지 챠비의 쓰리백에 관해서 얘기가 조금 나오는 거 같은데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를 겁니다. 오히려 챠비의 쓰리백은 레이카르트가 06-07 시즌에 썼던 쓰리백 (이건 그냥 개망했음) 이나 루쵸가 마지막 시즌에 썼던 쓰리백과 의도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겠죠. 바르셀로나가 궁극적으로, 이상적으로 원하는 쓰리백은 세 명의 센터백을 쓰는 게 아니라 포지션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풀백-센터백-풀백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풋볼매니저나 피파 같은 게임에서 한번 해보세요. 되게 재밌음) 종종 크루이프나 반 할, 펩이 한쪽만 풀백으로 배치하고 두 명의 센터백을 쓰곤 했지만 여기서도 두 명의 센터백 중 한 명은 들어왔다 나갔다가 자연스러운 선수를 썼죠. 가장 이상적인 건 사이드로 빠지는 두 명의 수비수가 풀백이 되는 거죠.

 

 

 

 

(91-92 시즌 유러피언 컵 결승전 라인업인데 저 무뇨즈라는 선수가 난도라는 선수인데 오른쪽 풀백도 겸하는 포리바렌테였습니다. 선수가 없어서 페레르가 왼쪽 풀백으로 나온 경기였죠. 원래는 저 경기에는 미드필드로 나온 후안 카를로스 (이후에는 세르지 바르주안) 과 페레르를 양쪽에다 놓곤 했습니다.)

 

 

 

 

3-3-1-3 이 토탈 풋볼의 이상론에 가장 근접한 전술이라고 평가받는 건 저 두 명의 풀백이 볼을 지켜내면서 전진하고 더 많은 삼각형을 바탕으로 볼의 속도를 최대한 살려서 전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둘이 전진하는 게 기초가 될 수밖에 없으니 피보테는 필요하면 또 다른 센터백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구요. 결국 최소 7자리 (쓰리백의 두 자리, 피보테, 메디아푼타, 쓰리톱) 의 선수가 시즌 내내 건강함을 유지하면서 뛰어줘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가능할 리가 없죠. 펩조차도 측면 로테이션은 엄청나게 돌렸는데 결국 비야, 페드로, 세스크의 전술 부적응, 알베스를 중심으로 한 측면 자원들의 폼 저하 및 이탈로 무너졌으니까요. 덕분에 챠비, 이니에스타까지 상대적으로 활약이 떨어졌던 시즌이었죠.

 

 

 

 

크루이프도 라우드럽이나 바케로가 빠지거나 펩이나 쿠만이 없거나 (나달이나 난도도 쏠쏠했음) 저렇게 양 풀백 중 한 명이 빠지거나 하면 경기력이 정말 들쭉날쭉 했습니다. 저 시즌보다 잘 돌아가는 경기에 한해서는 더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가받는 93-94 시즌도 누구 하나 빠지면 장난 아니게 기복이 심했음. 그래서 늘 그랬죠. 3-3-1-3 은 둘 중 하나라고. 성공 아니면 실패. 반 할 같은 경우에는 교체로 포리바렌테 유형의 선수를 넣거나 직선적인 선수들을 측면에다 넣어서 그들에게 많은 공간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걸로 극복을 하곤 했음. 그래서 이런 본인의 지시를 잘 수행하거나 이해하는 선수들을 선호했던 거죠.

 

 

 

 

결국 현재 생각하고 있다는 챠비의 쓰리백은 크게 세 가지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사항으로 나왔다고 보는 게 옳은 시선이라고 봅니다.

 

 

첫째는 조건이 좋은 후방 선수들 (기술이 좋든. 신체 능력이 좋든. 뭐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또 있든) 이 늘어남으로 인해서 미드필드를 한 명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며 (빠른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상대 팀들에게 대응이 가능할테니)

 

 

둘째는 이 선수들로 인해서 알바를 비롯한 풀백들이나 부스케츠의 활용 방안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거나 대체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풀백들에게 차라리 더 전진해서 압박에 참여하거나 미드필드들을 지원해주라고 지시할 수도 있는 거고. 부스케츠가 또 다른 열을 만들면서 더 과감하게 앞으로 나갈 수도 있겠죠.)

 

 

셋째는 컴팩트한 스쿼드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선수들의 불만을 사전에 틀어막을 수 있는 플랜 B 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센터백만 다섯 명이니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 과거 마스체라노도 결국 센터백으로 자리 잡기 전까진 출장 시간에 따른 불만을 틀어막는 게 0순위였다고 봤던 편)

 

 

 

 

이런 큰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현재 펩의 쓰리백을 따라할만큼 좋은 측면 자원들도 없고 레반도프스키로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의 틀조차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챠비가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생각하구요. 물론 들어왔다 나갔다가 능한 선수들을 원하는 건 한번쯤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걸 시즌 내내 가져가기엔 월드컵이란 큰 변수도 껴있고 스쿼드가 너무 크죠. 모든 선수들이 따라갈 수 있을만큼 난이도가 낮은 전술전략이 아님.

 

 

 

 

현재 패스 타이밍과 동료들의 동작을 예측하고 패스를 내주는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부스케츠와 페드리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쓰는 걸 고려할 수도 있다고 보긴 하는데 뭐 프리시즌을 보고 예측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고 정규 시즌을 들어가보면 알 수 있겠죠. 중요한 건 쓰리백이냐 포백이냐가 아니라 필드 위에 서는 전원에게 어떤 관념을 쑤셔넣느냐임. 제대로 된 관념을 넣는다면 알아서 더 이상적이고 재밌는 축구를 시도할 겁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22) 2022.08.04
그냥  (13) 2022.08.04
푸츠는  (6) 2022.08.02
그냥  (9) 2022.08.01
맨체스터 시티 살짝 짚어보기  (35)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