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르데 때도 강하게 주장했고 쿠만 때도 강하게 주장했고 이번에도 글을 한번 더 썼었음.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프리시즌이고 거기서 몇 골을 넣었고 몇 개의 어시스트를 했고 이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음. 프리시즌으로 시즌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올라왔고 기초적인 것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 같은 것들이지. 시즌에 들어가서 동일한 활약을 보일 거라는 건 아주 잘못된 관점이라고 봅니다. 정규 시즌의 수비 밀도와 집중력은 프리시즌과는 차원이 다름. 당연히 프리시즌의 모습이 판단 기준이 되면 이번 경기는 매우 실망스러웠을 거고 좋은 경기력이 나왔어야 타당한 경기였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허나 중요한 건 이제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거고 긍정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소들이 공존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를 통해 드러난 부정적인 요소들이 이번 시즌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로 극복이 가능한 요소들이냐에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기에 이번 무승부는 어떤 면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도 있긴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챠비가 매우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고. 이번에는 월드컵이 시즌 중간에 껴있기 때문에 초반에 자빠지면 문제가 2배, 3배로 더 심각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 좋은 경기력이든 운이 없던 경기력이든 일단 승점을 쌓고 가긴 해야 한다는 거임. 이번 시즌은 전반기에 뒤쳐지면 후반기에 따라붙기 매우 힘든 환경일 수밖에 없다고 봄.
이제 경기를 살펴보면 첫 번째로 풀백들 위치가 상당히 전진되어 있었는데 이게 시발점이었다고 봅니다. 의도는 미드필드들, 양 측면에 서는 포워드들과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면서 빠른 전진을 강조한 거라고 보는데 정작 이거 때문에 미드필드들의 볼 터치나 패스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경기가 꼬였음.
그럼 이렇게 되면 제일 문제가 골키퍼나 센터백을 통한 롱패스 공격이 많아집니다. 전 현 바르셀로나에서 롱패스 비중이 많은 걸 선호하지 않는 게 로또성, 단발성 공격이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왜 그걸 굳이 이렇게 말하냐면 현 바르셀로나에서 측면에 서는 선수들 중 동료를 잘 쓰거나 온 더 볼이 좋은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뎀벨레 온 더 볼은 왔을 때부터 수십 번도 더 지적했으니 걔 온 더 볼이 좋다고 하실 거면 설득하거나 논쟁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뒤로 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결국 여기서 부스케츠의 기용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죠. 왜 그러냐. 원터치로 빠르게 내주려면 부스케츠 위치에 서는 선수는 필연적으로 볼을 오래 소유할 선수가 아니라 옆이나 앞으로 볼을 빠르게 내주는 게 가능한 선수여야 한다는 점이고 그러면 이렇게 풀백들이 기여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부스케츠한테 볼을 줄 수 있으면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에서 지더라도 볼을 전개할 수 있다는 거죠. 대신 수준 높은 대응책을 마주하면 매우 위험한 경기를 하거나 질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거 역시 이번 경기에도 증명하기 좋은 장면이 한번 나왔는데요.
결국 센터백을 세 명을 세우든 아니면 좌우 풀백, 미드필드들이 조금 더 후방 작업에 관여하거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인데 일단 이번 경기에선 양 측면 두 명이 허수아비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측면 선수들의 전체적인 문제점이 도드라진 경기라고 볼 수 있는데 오프 더 볼이 부족하고 패스 앤 무브가 이뤄져야 하는 지점들에서 패스 앤 무브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발성, 로또성 공격이 계속 나왔죠. 바르셀로나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면 볼이 돌면서 상대 대형을 뒤로 밀리게 하고 웅크리게 만들어서 공략을 해야 하는데 상대가 의도적으로 중앙 지역을 막으면서 측면으로 볼이 빠지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선수 교체를 통해서 (데 용을 넣거나 세르지를 넣거나) 대형을 바꾸거나 전술을 바꿔줬어야 한다고 보는데 챠비는 하피냐와 뎀벨레의 위치를 바꿔서 조금 더 직선적인 모습을 만들어 기회를 살리는 게 낫다고 봤을 확률이 높다고 보구요. 어차피 한 골만 들어가면 경기 양상이 확 바뀔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게 대처했다고 봐야겠죠.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네 명이 상호 작용이 전혀 안 되면서 측면으로 빠지는 성향이 원래 강한 가비가 우측면과 후방을 지원해주면서 아라우호와 크리스텐센의 간격 사이에서 발생하는 빈 공간을 메우거나 아라우호의 부족함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게 되고 페드리는 부스케츠와 레반도프스키 사이에 서거나 레반도프스키나 가비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서 포지셔닝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그 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중앙 간격이 매우 넓어지거나 삼각형 안에 공간이 매우 넓게 발생하거나 아니면 아예 텅 비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죠. 이러면 결국 전체적인 패스 길이가 길어지면서 부스케츠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다시 이미지를 통해서 보겠습니다.
계속 이런 현상들이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니까 데 용을 넣었는데 데 용이 들어가고 나서 페드리와 같이 둘의 장점들을 드러낸 경기는 아니었지만 현 바르셀로나에서 이 둘과 다른 미드필드들의 차이는 영리한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상대 선수들과의 수싸움을 이겨내면서 볼을 앞으로 잡고 가든 내보내든 하는 일련의 과정에 여러 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스케츠는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패스 속도로 후방에서 전방이나 아니면 중앙에서 횡패스나 대각선 패스로 영향력을 낸다면 이 둘은 패스 앤 무브도 가능하고 한 명은 종적인 공간에서 매우 파괴력 있고 한 명은 적은 터치로 간결하면서도 굉장히 파괴력 있는 플레이를 만드는데 능하다는 거겠죠.
크로스가 의미가 있으려면 볼이 횡으로 계속 도는 와중에 상대 대형은 계속 웅크리게 압박하면서 루즈볼은 우리가 잡아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애초에 머리로 꽂으려고 크로스를 갈기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거였으면 다른 선수들보다 직선적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사이즈도 좋고 신체 능력도 좋은 케시에를 더 먼저 넣었겠죠.
이번 경기 챠비의 실책은 교체가 분명히 늦었고 (이길 생각이었으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했어야 함.) 첫 번째 내놓은 대응책 (하피냐-뎀벨레 스위칭) 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 아니었다는 거고 선수들의 퀄리티를 과도하게 믿어서 개인 능력으로 극복하는 경기가 나오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경기가 있을 수 있는데 개막전부터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 건 사실 좋게 보기 힘들죠.
좌뎀벨레는 늘 말씀드렸듯이 뎀벨레가 바르셀로나에서 더 큰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가 되려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의미 있는 모습이 안 나오면 백날 스탯을 쌓아도 기대치를 못 채우는 겁니다. 재계약 관련해서 몇몇 분들이 물어보셨을 때도 전 2년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클럽에서 2년을 제안했는데 이걸 증명 못하면 결국엔 대체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거겠죠. 그걸 계약 기간이 보여준다고 봅니다. 증명한다는 건 아주 명확한 문제임. 볼을 잡고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강제로 공간을 만들어주고. 측면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속도를 내면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루트이자 하나의 공격 방식으로 자리 잡게 과정에 기여하는 거죠. 우측면에서도 이게 안 되고 있는데 좌측면에서도 이게 될 거라는 건 과한 기대일 수도 있겠으나 얘는 이거 하라고 데려온 거임. 안 되면 미래로서 가치는 몇 골을 넣든 없는 거구요.
아라우호는 걸리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볼을 받고 원터치로 바로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게 안 되니까 방향을 틀거나 오른발을 쓸 때 상대 선수들이 너무 쉽게 캐치하는 것 같음. 피케가 대부분의 경기를 다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쿤데는 어쩌면 제일 필요한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부스케츠는 느낌상 스탠딩 태클하는데 불 게 아닌데 계속 휘슬 불고 라요 애들이 별로 쎄게 밀지도 않았는데 픽픽 쓰러지니까 그때부터 화가 쌓여있던 것 같음. 레반도프스키는 잘할 것 같네요. 한 경기긴 한데 그렇게 걱정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