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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87

by 다스다스 2022. 8. 14.

 

 

 

발베르데 때도 강하게 주장했고 쿠만 때도 강하게 주장했고 이번에도 글을 한번 더 썼었음.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프리시즌이고 거기서 몇 골을 넣었고 몇 개의 어시스트를 했고 이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음. 프리시즌으로 시즌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올라왔고 기초적인 것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 같은 것들이지. 시즌에 들어가서 동일한 활약을 보일 거라는 건 아주 잘못된 관점이라고 봅니다. 정규 시즌의 수비 밀도와 집중력은 프리시즌과는 차원이 다름. 당연히 프리시즌의 모습이 판단 기준이 되면 이번 경기는 매우 실망스러웠을 거고 좋은 경기력이 나왔어야 타당한 경기였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허나 중요한 건 이제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거고 긍정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소들이 공존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를 통해 드러난 부정적인 요소들이 이번 시즌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로 극복이 가능한 요소들이냐에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기에 이번 무승부는 어떤 면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도 있긴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챠비가 매우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고. 이번에는 월드컵이 시즌 중간에 껴있기 때문에 초반에 자빠지면 문제가 2배, 3배로 더 심각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 좋은 경기력이든 운이 없던 경기력이든 일단 승점을 쌓고 가긴 해야 한다는 거임. 이번 시즌은 전반기에 뒤쳐지면 후반기에 따라붙기 매우 힘든 환경일 수밖에 없다고 봄.

 

 

 

 

이제 경기를 살펴보면 첫 번째로 풀백들 위치가 상당히 전진되어 있었는데 이게 시발점이었다고 봅니다. 의도는 미드필드들, 양 측면에 서는 포워드들과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면서 빠른 전진을 강조한 거라고 보는데 정작 이거 때문에 미드필드들의 볼 터치나 패스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경기가 꼬였음.

 

 

 

 

(이 대형을 보면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센터백들한테 볼이 가고 측면 풀백한테 볼이 가면 매우 빠르게 전진할 수 있음. 풀백이 볼을 잡았을 때 아예 제칠 사람이 없으니까)

 

 

(근데 문제는 여기서 이미 숫자로 지고 시작하니까 슈테겐이 어디로 패스를 주든 벗기는 데 실패하면 바로 골이 된다는 겁니다. 풀백들을 아예 올려놓으니까 계속 3대4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죠. 가비가 결국 내려갑니다.)

 

 

(다시 또 똑같은 장면이 30초도 안 지나서 나옵니다. 이번에도 라요는 똑같이 대응합니다. 3대4 상황이 되어있고 슈테겐은 어디로 주든 위험하죠. 선택지가 양 측면이나 전방을 향한 롱패스밖에 없습니다.)

 

 

(결국 페드리까지 내려옵니다.)

 

 

(계속 이 상태죠. 풀백들이 기여를 할 수가 없으니까 변함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되면 제일 문제가 골키퍼나 센터백을 통한 롱패스 공격이 많아집니다. 전 현 바르셀로나에서 롱패스 비중이 많은 걸 선호하지 않는 게 로또성, 단발성 공격이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왜 그걸 굳이 이렇게 말하냐면 현 바르셀로나에서 측면에 서는 선수들 중 동료를 잘 쓰거나 온 더 볼이 좋은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뎀벨레 온 더 볼은 왔을 때부터 수십 번도 더 지적했으니 걔 온 더 볼이 좋다고 하실 거면 설득하거나 논쟁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뒤로 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결국 여기서 부스케츠의 기용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죠. 왜 그러냐. 원터치로 빠르게 내주려면 부스케츠 위치에 서는 선수는 필연적으로 볼을 오래 소유할 선수가 아니라 옆이나 앞으로 볼을 빠르게 내주는 게 가능한 선수여야 한다는 점이고 그러면 이렇게 풀백들이 기여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부스케츠한테 볼을 줄 수 있으면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에서 지더라도 볼을 전개할 수 있다는 거죠. 대신 수준 높은 대응책을 마주하면 매우 위험한 경기를 하거나 질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거 역시 이번 경기에도 증명하기 좋은 장면이 한번 나왔는데요.

 

 

(똑같이 3대4 인 상황에서 부스케츠한테 볼이 갑니다.)

 

 

(볼을 받고 라요 선수 한 명이 자기한테 가까이 붙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붙을 거 같으니까 바로 오른발로 페드리한테 내주고 페드리가 저기서 상대 선수들을 벗겨내는데 성공합니다.)

 

 

(사실상 이제 팬들이 흔히 말하는 플레이메이킹이 시작되는 겁니다. 부스케츠가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라 이 경기에선 페드리와 가비가 플레이메이커가 되는 겁니다. 평상시에는 페드리와 데 용이 플레이메이커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이 더 높아져야하고 볼 소유가 원활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결국 중요한 건 1차적으로 얘네들이 얼마나 높은 지점에서 볼을 받을 수 있는가와 후방과 전방에서 이들의 플레이메이킹을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냐입니다.)

 

 

(레반도프스키가 아주 적절하게 삼각형을 만들어 준 덕에 패스로 빠져나왔고 속도가 살아서 찬스까지 간 장면입니다.)

 

 

 

 

결국 센터백을 세 명을 세우든 아니면 좌우 풀백, 미드필드들이 조금 더 후방 작업에 관여하거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인데 일단 이번 경기에선 양 측면 두 명이 허수아비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측면 선수들의 전체적인 문제점이 도드라진 경기라고 볼 수 있는데 오프 더 볼이 부족하고 패스 앤 무브가 이뤄져야 하는 지점들에서 패스 앤 무브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발성, 로또성 공격이 계속 나왔죠. 바르셀로나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면 볼이 돌면서 상대 대형을 뒤로 밀리게 하고 웅크리게 만들어서 공략을 해야 하는데 상대가 의도적으로 중앙 지역을 막으면서 측면으로 볼이 빠지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선수 교체를 통해서 (데 용을 넣거나 세르지를 넣거나) 대형을 바꾸거나 전술을 바꿔줬어야 한다고 보는데 챠비는 하피냐와 뎀벨레의 위치를 바꿔서 조금 더 직선적인 모습을 만들어 기회를 살리는 게 낫다고 봤을 확률이 높다고 보구요. 어차피 한 골만 들어가면 경기 양상이 확 바뀔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게 대처했다고 봐야겠죠.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네 명이 상호 작용이 전혀 안 되면서 측면으로 빠지는 성향이 원래 강한 가비가 우측면과 후방을 지원해주면서 아라우호와 크리스텐센의 간격 사이에서 발생하는 빈 공간을 메우거나 아라우호의 부족함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게 되고 페드리는 부스케츠와 레반도프스키 사이에 서거나 레반도프스키나 가비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서 포지셔닝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그 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중앙 간격이 매우 넓어지거나 삼각형 안에 공간이 매우 넓게 발생하거나 아니면 아예 텅 비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죠. 이러면 결국 전체적인 패스 길이가 길어지면서 부스케츠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다시 이미지를 통해서 보겠습니다.

 

 

(애초에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수비를 할 때는 최대한 빨리 내려오다보니깐 볼을 되찾으면 양 측면 공간이 비어있습니다. 상대가 당연히 중앙을 막을 수밖에 없죠. 체력 소모만 많아집니다.)

 

 

(이 장면도 아라우호가 공격에 지금보다 하나라도 더 기여할 수 있었으면 이런 장면 자체가 안 나왔을 거라고 보는데요. 가비까지 측면으로 빠지는 성향이 강하다보니깐 아예 포지셔닝이 깨져있죠.)

 

 

 

 

계속 이런 현상들이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니까 데 용을 넣었는데 데 용이 들어가고 나서 페드리와 같이 둘의 장점들을 드러낸 경기는 아니었지만 현 바르셀로나에서 이 둘과 다른 미드필드들의 차이는 영리한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상대 선수들과의 수싸움을 이겨내면서 볼을 앞으로 잡고 가든 내보내든 하는 일련의 과정에 여러 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스케츠는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패스 속도로 후방에서 전방이나 아니면 중앙에서 횡패스나 대각선 패스로 영향력을 낸다면 이 둘은 패스 앤 무브도 가능하고 한 명은 종적인 공간에서 매우 파괴력 있고 한 명은 적은 터치로 간결하면서도 굉장히 파괴력 있는 플레이를 만드는데 능하다는 거겠죠.

 

 

(페드리는 레반도프스키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면서 그의 포지셔닝에 맞춰서 상대 선수들이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이렇게 순간적으로 공간을 파는 움직임을 시도하기도 하죠.)

 

 

(부스케츠의 볼을 받은 데 용이 측면 공간을 질주합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전진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본인 가까이 끌어모으고 패스를 합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사소한 차이가 큽니다.)

 

 

(상대가 붙기도 전에 그냥 빠르게 처리하죠. 다행히 케시에가 원터치 슈팅을 하긴 했으나 웬만하면 저런 단발성 공격은 저렇게 상대 선수들이 다수로 자리 잡고 있으면 어림도 없습니다.)

 

 

크로스가 의미가 있으려면 볼이 횡으로 계속 도는 와중에 상대 대형은 계속 웅크리게 압박하면서 루즈볼은 우리가 잡아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애초에 머리로 꽂으려고 크로스를 갈기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거였으면 다른 선수들보다 직선적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사이즈도 좋고 신체 능력도 좋은 케시에를 더 먼저 넣었겠죠.

 

 

(뎀벨레의 이런 단발성 공격은 상대 선수들이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 동그라미 친 선수가 뎀벨레가 볼을 잡자마자 바로 두리번 거리고 알바를 확인합니다.)

 

 

이번 경기 챠비의 실책은 교체가 분명히 늦었고 (이길 생각이었으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했어야 함.) 첫 번째 내놓은 대응책 (하피냐-뎀벨레 스위칭) 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 아니었다는 거고 선수들의 퀄리티를 과도하게 믿어서 개인 능력으로 극복하는 경기가 나오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경기가 있을 수 있는데 개막전부터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 건 사실 좋게 보기 힘들죠.

 

 

 

 

좌뎀벨레는 늘 말씀드렸듯이 뎀벨레가 바르셀로나에서 더 큰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가 되려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의미 있는 모습이 안 나오면 백날 스탯을 쌓아도 기대치를 못 채우는 겁니다. 재계약 관련해서 몇몇 분들이 물어보셨을 때도 전 2년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클럽에서 2년을 제안했는데 이걸 증명 못하면 결국엔 대체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거겠죠. 그걸 계약 기간이 보여준다고 봅니다. 증명한다는 건 아주 명확한 문제임. 볼을 잡고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강제로 공간을 만들어주고. 측면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속도를 내면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루트이자 하나의 공격 방식으로 자리 잡게 과정에 기여하는 거죠. 우측면에서도 이게 안 되고 있는데 좌측면에서도 이게 될 거라는 건 과한 기대일 수도 있겠으나 얘는 이거 하라고 데려온 거임. 안 되면 미래로서 가치는 몇 골을 넣든 없는 거구요.

 

 

(좌 - 패스맵, 우 상단 - ZONE 14 패스맵, 우 하단- 하프 스페이스 패스맵. 이거 제가 만들 수 있는 줄 알고 일단 한 달만 구독해봤는데 그냥 얘네들이 만든 것만 쓸 수 있는 거였음. 사기 당함... 아스랑 비인스포츠가 옵타랑 이번에 재계약을 안한 건지 아니면 아직 조정 중인 건지 모르겠는데 이해하시기 쉽게 패스맵이나 히트맵 등등을 쓰곤 했는데 요번 시즌부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후스코어드는 직관적이지 못해서 별로 도움이 안 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이번 경기는 설명한 것들이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아라우호는 걸리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볼을 받고 원터치로 바로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게 안 되니까 방향을 틀거나 오른발을 쓸 때 상대 선수들이 너무 쉽게 캐치하는 것 같음. 피케가 대부분의 경기를 다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쿤데는 어쩌면 제일 필요한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부스케츠는 느낌상 스탠딩 태클하는데 불 게 아닌데 계속 휘슬 불고 라요 애들이 별로 쎄게 밀지도 않았는데 픽픽 쓰러지니까 그때부터 화가 쌓여있던 것 같음. 레반도프스키는 잘할 것 같네요. 한 경기긴 한데 그렇게 걱정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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