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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88

by 다스다스 2022. 8. 15.

 

 

 

텐 하흐와 맨유에 대해서 깔짝 써보려고 함. 원래 저번 주에 쓰려고 했었는데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걸렀습니다. 뭐 따로 메모를 해둔 게 아니라서 온전하게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서 다시 경기들을 보고 그래야 보시기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까진 불가능할 것 같고 그냥 종합적으로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리고 사실 경기 얘기 별로 할 게 없음.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는 경기들이라기보단 그냥 처참하고 답답하게 무너진 경기들이기 때문에...

 

 

 

 

일단 데 용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전 단순히 축구 내적으로 이 선수가 최적이기 때문에 원했다기보단 본인의 맨유에서 상징적인 인물로서 자리 잡을 선수가 필요했다는 측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보면 볼수록 전체적으로 반 할과 유사한 면들이 많이 보여서 조금 놀랐는데 그렇다면 데 용에게 과도할 정도로 집착한 이유가 무엇인가 역시 유추해내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현재 아약스의 시스템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킨 인물은 크루이프가 아니라 반 할이라고 보는 편이고 (동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느낀 거임) 오래된 칼럼니스트들이 90년대 아약스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것도 반 할이 기초를 쌓은 축구 철학이나 관념 등이 아약스에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거든요. 실제로 당시 훈련을 받고 담금질을 당해서 올라와 자리를 잡았던 선수들도 반 할의 영감을 많이 받은 편이고. 그러다 보니까 아약스에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감독들은 굉장히 강한 고집을 갖고 있고 때로는 반 할의 모습들과 유사성을 띄는 면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텐 하흐가 맨유 부임하면서 내놓은 5계명이라는 기사를 한 달 전에 접한 적이 있었는데 5가지를 나열하기보다 큰 틀에서 보면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규율, 소통, 원칙이죠. 반 할이 맨유에서 그랬던 것처럼 텐 하흐도 본인의 축구를 내외적으로 설명하기 좋은 선수가 필요했을 거고 또 필드 위에서 본인이 지시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이해시킬 수 있는 선수로 데 용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을 것 같음. (에릭센의 쓰임새가 1라운드, 2라운드 차이가 났던 것도 그가 아약스에서 축구를 배운 선수라 본인의 지시가 그나마 익숙한 선수였다는 게 컸을 거고) 마침 에이전트가 이적을 주도하는 것도 컸을 거구요. 만약에 에이전트가 그렇게 나서지 않았다면 텐 하흐 역시 본인이 익숙한 선수들을 조금 넓은 범위로 살펴봤겠죠. 결과적으로 잘 안 풀려서 모예스가 세스크로 시간 낭비하던 때랑 똑같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에이전트의 의도랑 데 용의 의도가 일치했다면 작전은 성공으로 갔을 수도 있었겠죠.

 

 

 

 

여기서부터 맨유의 분위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익숙한 선수들을 영입해서 이 괴리감을 최소화시키는 걸 원했을 것 같음. 맨유 팬이 아니라서 속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클럽 내부 관계자들이 원하거나 좋다고 얘기한 선수들 (기술진들이 내는 리포트에 있는 선수들) 과 텐 하흐가 원하는 선수들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을 거구요. 텐 하흐를 선임할 때 이들 역시 반 할과 유사한 면들을 봤다면 텐 하흐가 원하지 않는 선수나 요청하지도 않은 선수를 사 왔을 땐 디 마리아 같은 케이스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염두에 뒀겠죠. 선임한 순간부터 시장은 텐 하흐의 의도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달까.

 

 

 

 

개인적으로 현 맨유는 선수들이 매우 자유롭고 팀 스포츠라는 느낌보다는 개개인이 모여서 일을 하는 분위기 (잘못됐다는 게 아님) 에 가깝다고 보는데 일단 이걸 고쳐야 한다고 느낀 게 제일 컸을 것 같음. 반 할이 어느 팀을 가든 그랬던 것처럼. 간단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같이 지내기 때문에 이게 매우 크죠. 변방 리그에서 감독으로서 증명하고 빅 클럽으로 넘어오는 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보아스 같은 경우는 포르투에서 본인이 그렇게 하면 선수들이 따라줬고 그게 맞다 생각했기 때문에 첼시에서 그런 빡센 룰들을 들이밀었다가 선수들에게 역으로 호되게 당했음. (9시까지 모이라니까 8시 59분까지 훈련장 안 들어가고 기다렸다 다 같이 들어가는 등) 그렇다면 분위기가 정반대인 클럽에 왔고 빅 클럽이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합한 선수들을 제외하곤 영입 명단에서 배제했을 확률이 높다는 게 가장 적합한 예측이 아닐까 싶구요.

 

 

 

 

결국 이건 펩과 함께 일하던 뮌헨 (뮌헨은 안첼로티와 안 맞았던 것만 봐도 뭐...) 도 그렇고 아약스도 그렇고 팀 스포츠라는 마인드셋이 강하게 자리 잡혀있는 환경이고 이 규율이 바탕이 되어야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체벌 느낌의 달리기를 시킨 것도 팀 스포츠기 때문에 누구든지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라는 걸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가 컸을 것 같음. 반 할 같은 경우에는 어느 팀을 가든 밥 먹을 때도 특정 애들끼리 모여서 떠들면서 밥을 먹거나 (뭐 예를 들어 잉글랜드 애들끼리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다던가 그런) 아니면 밥 먹으면서 개인 플레이 (신문이나 잡지 보거나 뭐 핸드폰 하거나 등등) 하는 것도 금지했었음.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얘기하는 걸 유도하는 게 단체 식사의 개념이었죠. 소통과 원칙을 어기는 애들을 제일 싫어했음. 텐 하흐도 5계명 들이민 것만 봐도 비슷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문제는 맨유는 아약스가 아니라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 중 본인의 기준에 차지 않는 선수들을 빠르고 강하게 내치는 것에 대해서 클럽 내부 관계자들과 의견이 다르다던가. 텐 하흐가 조심스러운 접근을 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변방 리그에서 넘어온 감독에게 어떤 발언도 할 수 있다고 맨유가 보장해줄 리도 없구요. (뭐 예를 들면 펩이 오자마자 딩요, 데코, 에투는 내 계획에 없다 한 거나 반 할이 히바우두 안 보내면 감독 안 한다 한 것처럼. 텐 하흐가 기존 맨유 선수들을 상대로 이 정도 발언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맨유는 맨유만의 원칙이 있을 거고 여기서 나고 자란 선수들도 여기만의 방식을 통해서 성장한 선수들이니까요. 합류한 지 꽤 된 선수들도 각각의 차이점이 있을 거고... 결국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결과를 전혀 못 내고 있으니 이런저런 잡음들은 계속 나올 거고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한계가 있겠죠. 인터뷰에서 말실수를 하는 순간 언론들과도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2패를 하면서 내외적으로 텐 하흐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음.

 

 

 

 

이제 내적인 얘기를 좀 해보면 현재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리그의 특성, 환경 등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건데 2패 다 브라이튼이나 브렌트포드가 보통 어떤 축구를 해오고 상대적 강팀을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하냐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축구를 했다는 게 컸다는 거죠. 전 여기서도 반 할하고 비슷한 면이 많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반 할은 같은 리그 팀들을 그렇게 면밀하게 분석하는 편이 아니었음. 아약스에선 본인이 인터뷰로 밝히기도 했었고 바르셀로나에서도 1기, 2기 다 그랬죠. 뮌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대신에 필요하면 교체가 매우 빨랐고 후반전 전술 변화를 굉장히 극단적으로 가져가는 편이었죠. 지금 텐 하흐가 그러는 것처럼.

 

 

 

 

1라운드는 아예 반대로 뒤집어서 극단적인 변화를 줬다면 2라운드는 노골적으로 약점을 공략당하니까 그 부분을 캐치하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를 한 거죠. 이런 빠른 교체로 인한 극단적인 변화가 네덜란드, 토탈 풋볼, 아약스 출신 감독들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장점 살리기로 대변되는 축구를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음. 우리 할 것만 하면 이기는 축구니까. 반 할이 뮌헨 가자마자 챔스 결승에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리베리-로벤을 활용한 이런 극단적인 변화였는데 사실 현재 맨유는 이런 변화를 가져가기 용이한 스쿼드도 아니라는 것도 함정 중 하나죠.

 

 

 

 

일단 양 측면으로 볼이 많이 가는 축구도 아니고 양 측면 포워드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거나 경기를 확 바꿔주기 적합한 선수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들이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동료들을 지원해주기 적합한 선수들도 아님. 

 

 

 

 

2경기 보면서 느낀 건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 지를 이해하면서 응용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처음 지시한 것만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음. 사실 이 부분에서 확 달라진 걸 느꼈다면 2번의 패배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죠.

 

 

 

 

결국 텐 하흐가 생각한 플랜은 리산드로 (아니면 데 용 전에 루머 나오던 팀버), 데 용, 에릭센은 무조건 깔고 들어가는 이적 시장이었다는 거고 이게 내외적으로 맨유를 어느 정도 자신이 생각하는 팀으로 만들기 좋은 선택들이라고 봤을 것 같음. (데 용이 이 남은 기간 동안 이적을 행하지 않는다면) 이적 시장은 실패한 거고 이제 다른 걸 생각해야 하는데 사실 솔샤르가 하던 심플한 축구로 돌아가거나 수동적이거나 긴 패스의 비중을 극단적으로 늘린 축구를 한다면 텐 하흐를 선임한 의미가 퇴색되는 거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선수를 사냐도 텐 하흐와 클럽이 절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제 맨유가 접근하는 선수들은 이적료가 높거나 개인 협상에서 에이전트가 주급을 높게 부를 게 뻔하기 때문에 협상도 쉽지 않겠죠. 근데 뭘 하든 챔스 못 가면 짤릴 것 같음. 아무리 장기적 관점이어도 맨유 정도 되는 클럽이 유로파를 2년 연속 가거나 컨퍼런스로 꼬라박는 일이 벌어지면 텐 하흐 자리 지켜주기 힘들 것 같고. 이번 시즌은 어느 팀도 예외 없이 전반기에 자빠지는 건 2~3배 위험함. 이건 후반기에 따라잡는 것 역시 그만큼 힘들 거라는 의미기에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껴야 한다는 뜻이구요.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네요. 텐 하흐도 그렇고 맨유도 그렇고 둘 다 잘 됐으면 하는 편임. 매우 친한 친구가 오래된 맨유 팬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냥 예전에 재밌게 봤던 팀이라 그런 것도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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