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보테와 2 피보테의 차이는 그거임. 관념에 대한 차이. 크루이프가 4-2-3-1 을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비판해왔는데 주요한 부분은 늘 크게 두 가지였음.
- 순간적으로 2명의 미드필드가 아주 넓은 범위를 책임져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과
- 이 두 명 중 한 명이나 아니면 두 명 모두에게 수비적인 관념을 주입시켜 공수 분리 현상을 만들어내서 팀의 밸런스를 깬다는 것이었죠.
쉽게 말하면 후방에서부터 전체적인 대형을 굉장히 균형있게 (여러 개의 삼각형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기 위해선 4-3-3 (4-1-4-1) 이나 3-3-1-3 같은 대형이 더 적합하다는 거고 순간적으로 변형을 가져가더라도 모두가 같은 관념을 지시받은 상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크루이프는 4-2-3-1 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거죠. 예를 들어 지단과 함께 뛰던 마케렐레는 수비적인 관념을 부여받은 채로 뛰었죠. 사키 역시 이런 분업화된 축구를 비판했던 건 어느 특정 한 선수나 몇 명의 선수가 전혀 다른 관념과 특화된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같은 경기를 뜀에도 별개의 축구를 한다는 거였음. 사실 4-2-3-1 이란 포메이션을 떠올리면 4명의 스페셜리스트 (전방의 4명) 가 공격을 이끌고 2명의 미드필드가 4명을 지원해주며 동시에 포백을 지원해준다를 떠올리기 마련이잖아요?
바르셀로나가 1 피보테를 고집하는 건 그들의 관념에 있는 거고 데 용이 1 피보테가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이치에 맞지 않음. 가능한데 지금 현재 바르셀로나가 찾는 피보테가 데 용이 아닐 뿐이죠. 데 용 같은 선수는 볼을 많이 잡고 오래 소유해야 하는데 그걸 더 윗선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뿐입니다. 발베르데부터 챠비까지 말이죠.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 아주 원론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뿐임. 예전 펩이나 코쿠, 마르케즈, 에드미우손 등이 피보테를 보던 바르셀로나와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분명히 변했고 상대들의 대응 방식도 변했고 축구도 변했으니까요. 변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기용 방식을 가져가는 거죠. 그렇지 않았다면 데 용은 진작에 부스케츠의 자리를 대체했을 거임. 이니에스타가 1 피보테로 뛰었던 거나 더 멀리 가면 레돈도가 뛰었던 거랑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결국 부스케츠의 대체자 문제는 부스케츠를 대신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레이메이커 (저번 라요 전 분석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스케츠는 팬들이 흔히 말하고 분류하는 플레이메이커가 아님) 를 찾는다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 윗선에 위치하는 두 명의 미드필드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으며 후방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선수를 찾냐의 문제라는 거죠. 이 어떻다의 의미를 일부분 파헤쳐보면 볼을 간결하게 차면서 본인의 볼 소유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 선수여야 한다는 거구요. 부스케츠는 볼 터치가 많은 선수였지. 볼 소유 시간이 긴 선수가 아니었음. 바르셀로나 시절 뚜레가 펩과 헤어진 것도 뚜레는 앞으로 튀어나가고 볼 소유를 길게 가져가는 걸 선호하던 선수였고 (실제로 윗선의 두 자리 중 한 자리로 나오면 무지 공격적이었음) 앞선에 있는 선수들을 철저하게 지원해주는 역할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기 때문. 본인이 하고 싶은 역할과 당시 펩이 요구하는 역할의 괴리감이 컸던 거죠. 마스체라노가 바르셀로나에서 1 피보테로 나오면 헬게이트를 열었던 것도 이런 철저하게 지원해주는 역할을 굉장히 하이 리스크로 해내는 선수였기 때문.
현재 바르셀로나의 1차적인 부분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얼마나 다양한 루트로 전진을 해낼 수 있냐와 볼을 빠르게 내보낼 수 있냐라고 볼 수 있고. 그다음 과제가 페드리-데 용-가비 같이 윗선의 두 자리를 책임질 미드필드들이 얼마나 높은 지점에서 얼마나 많이 볼을 잡으면서 경기를 만들어 갈 수 있냐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느 지점에서 볼을 핵심적으로 소유하며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레반도프스키는 이 선수들의 이런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아주 알맞은 포워드기도 하구요.
더 쉽게 말하면 7대3 페너트레이션. 가능하면 8대2 페너트레이션 과정 ( 요기 클릭하셔서 보시면 조금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 을 원활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하는 거지. 부스케츠의 역할을 그대로 아니면 일부라도 할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의 과제 중 하나는 후방에서의 역할 분담을 어떤 식으로 가져가서 어떤 선수를 찾아야 할까라는 결론을 빠르게 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