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피구 다큐 올라왔길래 쓱 보고 올리는 감상평이자 해설? 해석...? 뭐 그냥 쓰는 글임. 펩이랑 가스파르트에 아벨라르도나 코쿠, 루쵸 등이 나왔으면 바르셀로나의 입장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살짝 아쉽긴 한데 둘이 그래도 잘 얘기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처음 등장하는 시즌은 02-03 시즌입니다. 코너킥 차러 갈 때 보면 멘디에타 있고 (임대였고 반 할이 종종 풀백으로도 썼던 미드필드임) 중간에 젊은 시절의 반 할 모습도 보이죠. 이때는 피구에 대한 악감정이 상대적으로 좀 꺾였던 시기였습니다... 콜라병, 맥주병, 쓰레기 등등을 집어던지는 장면들이 많이 잡혀서 그렇지. 그나마 덜한 정도였음. 돼지 머리가 02-03 시즌이라 강조하기 좋아서 쓴 것 같네요. (돼지 머리는 보이소스 노이스 작품임) 실제로 제일 심했던 건 00-01 시즌이었음. 마지막에도 나오듯이. 부모 욕, 가족 욕, 딸내미 욕은 기본이고 경기 해설도 잘 안 들릴 정도로 90분 내내 욕하는 도깨비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영상 찾아봤을 때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다시 봐도 충격적이긴 하네요. 이적 확정 났을 때 사진 같은 것들도 옛날엔 돌아다니고 그랬는데 찾아보시면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팬들이 분노해있고 저주하고 욕하고 그럼.
피구가 합류했던 바르셀로나의 95-96 시즌은 크루이프 드림팀의 마지막 시즌이었고 야심차게 반등을 준비했던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라우드럽 (크루이프랑 여러 가지로 불화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음) 을 필두로 주비사레타, 살리나스, 고이코체아 등을 한번 싹 다 정리했던 94-95 시즌에 이어서 변화를 한번 더 줘야 한다는 일념 하에 쿠만, 스토이치코프, 호마리우, 치키, 에우제비오 등등을 다 정리해버리죠. 장신의 9번이었던 코드로가 온 시즌이기도 했고 이 중 스토이치코프가 재밌는 게 유베-파르마와의 이중 계약으로 세리에 2년 출장 정지를 당한 피구 대신해서 파르마에 간 선수가 스토이치코프였음. 당시 꽤 큰돈을 주고 사갔는데 그대로 망하고 1년 만에 헐값에 리턴하죠. 물론 망가졌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로 돌아와서도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음.
아벨라르도, 페레르, 세르지 (바르주안), 나달, 펩, 아모르, 바케로 같은 선수들 빼면 드림팀 선수들은 사실상 95-96 시즌 시작하기 전 여름에 다 떠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케로도 이 다음 여름에 롭슨이 오면서 알아서 떠나죠.
펩의 증언처럼 피구는 정말 잘했음. 저도 여러 차례 피구 실력을 언급하곤 했었는데 펩도 너무 똑같이 말해서 놀랐네요. 안 풀릴 때 경기를 풀어주던 건 늘 피구였음. 피구가 있던 5시즌 동안 그 역할은 피구가 제일 많이 했고 또 잘 해낸 편이었음. 호돈 있던 시즌 제외하면 전술적 중심은 피구였는데 종종 반 할 때는 히바우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 피구였다 생각함. 이건 제 관점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영상 중간에 나오는 두 경기 중 첫 번째 경기는 95-96 시즌 엘 클라시코인데 코드로가 유일하게 밥값을 한 경기로도 유명한 경기입니다. 두 번째 경기는 롭슨 시절인 96-97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인데 피구가 멱살 잡고 끌고 간 경기기도 한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우승한 대회라서 강조해준 것도 있는 것 같음. 이 경기도 재밌는 게 득점왕 출신인데 바르셀로나에선 망해버린 피찌가 밥값을 한 경기 중 하나였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피구가 캐리한 경기였음. 피구도 챔피언에게 경배하라 이런 말을 하는데 무링요가 이 우승 이후 한 명언도 있죠. 무링요는 이때 저 단상에서 이런 말을 했었음.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내 마음은 바르싸와 함께할 것입니다.'
반 할 1기는 강한 팀이었음. 챔스에서 뚜렷한 성적을 낸 게 99-00 시즌 4강 밖에 없긴 하지만 (97-98 은 세브첸코한테 농락당하고 뉴캐슬한테 얻어맞고 조별 예선 탈락하고 98-99 는 맨유, 뮌헨이랑 죽음의 조 만들어서 뮌헨한테 2패, 맨유한테 2무, 브뢴비한테 2승하고 떨어짐. 이 시즌은 깜노우 결승인데 또 맨유 v 뮌헨 결승이 이뤄져서 아쉬워하시던 올드 팬분들이 많긴 했습니다.) 리가에선 그 강함을 잘 증명한 팀이었죠. 97-98 은 엘클 더블을 하긴 했지만 98-99 가 더 좋은 팀이었음. 이 당시 영상들을 보니까 피구가 확실히 바르셀로나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던 선수라는 게 잘 드러나네요.
지 얘기만 해서 중간중간에 안 나오는데 카펠로가 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피구 영입을 원해서 롭슨 시절에 한번 재계약을 하고 반 할 시절에도 어디서 자꾸 오퍼 들고와서 재계약해서 연봉을 올려준 상태였음. 바르셀로나는 피구의 가치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기 위해서 늘 노력했고 피구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분명하게 거짓말임. 물론 피구 본인이 느끼는 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바르셀로나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봅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어떻게든 베이가의 과한 요구와 피구의 불만을 맞춰주고 달래주려고 노력했던 편이었음.
99-00 시즌 파벌 논란 터지고 개망한 건 스킵했으니 저도 스킵할까 했는데 이때 99-00 시즌 챔스 4강에서 발렌시아한테 떨어지고 나서 책임을 통감한 선수들이 나와서 인터뷰하는데 그 대표 선수 중 한 명이 피구였음. 그 정도로 팬들의 불만을 잠재울만한 선수였다는 거고 인기가 많은 선수였습니다.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
이제 유로 2000. 마드리드와의 물밑 작업 얘기가 나오는데 바르셀로나랑 가스파르트를 너무 쓰레기로 만들어서 여긴 좀 강하게 말해야겠음. 베이가가 찾아올 때마다 바르셀로나 관계자들은 다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결정권자가 없으니까 어떤 오퍼를 들고 와도 아무도 피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었죠. 피구가 중간에 누네스 얘기도 하는데 누네스는 이미 99-00 시즌 말아먹고 파벌 여파로 쫓겨나다시피 나간 사람이었고 부의장이었던 가스파르트는 그런 누네스를 조져버리려고 준비를 하고 의장 선거를 나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누네스는 뭘 할 수가 없는 상태였음. 관심이 없고 말을 안 들어준 게 아니라 그 누구도 피구의 거취에 관해서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때 의장 후보가 가스파르트랑 바싸트 (라포르타 이전 친크루이프파) 그리고 두 명인가 세 명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 베이가랑 가계약서를 씁니다. 페레즈가 썼던 거랑 비슷하게 의장이 되면 ~~~~~ 뭐 이런 류의 가계약서였죠. 이런 얘기들은 미화하려고 빼놓은 건지 모르겠는데 사실상 어느 쪽이든 본인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에게 가려고 작업 치고 있던 거임. 가스파르트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얘기한 것도 영상에 나오고 페레즈가 얘기한 것도 나오죠. 가스파르트는 베이가가 받아온 가계약서는 피구의 서명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피구가 바르셀로나에 남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남을 수 있는 거였고 이 부분은 이후 영상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죠. 페레즈도 계약서의 개념은 아니라고 그러고. 그래서 영상에는 안 나오지만 유로 2000 이 열리고 있던 네덜란드에 치키를 보내서 설득하러 갔었습니다. 예전 피구 글에서도 썼었지만 치키는 이때를 회상하면서 피구는 레알 마드리드에 갈 것 같았다고 했었죠.
글 처음에 루쵸 얘기를 왜 했냐면 루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온 선수였고. 피구랑은 전체적인 상황은 다르고 프리로 넘어온 선수였지만 두 팀의 분위기를 다 아는 선수였기에 피구가 휴가 기간에 여러 차례 조언을 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펩이 영상에서 했던 말이랑 똑같은 말을 루쵸가 해줬었다고 하죠. 바르셀로나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루쵸는 이 말 이후에도 덧붙였었는데 베이가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었죠. 영상에서도 계속 이 부분을 강조하려고 하는 것 같았음. 어쩔 수 없이 마드리드로 가버린 거고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바르셀로나 관계자들, 팬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
적당히 포장하면서 본인 잘못은 최소화한 영상 같음.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나왔던 얘기들을 당사자들이 나와서 살짝이나마 밝힌 것도 있고. 가스파르트랑 피구가 얘기한 5억 페세타는 당시 페레즈가 주기로 했던 사이닝 보너스 금액이었음. 당시 환율로 아마 3m 유로가 조금 넘거나 안 넘거나 하는 돈이었을 겁니다. 피구가 말했듯이 바르셀로나에 남았다면 바르셀로나는 한번 더 재계약을 해줬을 거기 때문에 돈은 바르셀로나에 남았어도 많이 벌었을 겁니다.
웃긴 게 막바지에 레알 마드리드로 가고 나서 깜노우 경기에 안 나올 생각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그건 겁쟁이나 할 짓이라고 대답하는데 얘 인테르 때 깜노우 팬들 무서워서 감페르컵을 안 왔음. 올 때마다 뭐 던지니까 펜스도 설치해주고 그랬는데 본인이 리그 준비해야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혼자 안 왔었죠. 이런 얘기는 왜 안 할까.
마지막으로 또 막바지에 페레즈랑 가스파르트가 같이 나온 방송에서 긴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하면서 실제로 긴장해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스파르트는 진짜 한 경기, 한 경기. 한 골, 한 골을 엄청 진지하고 기뻐하고 좋아하던 의장이었음. 00-01 엘 클라시코에도 골 넣으니까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죠. 늘 그런 사람이었음. 그래서 그렇게 말아먹었음에도 욕을 덜 먹는다고 할 수 있죠. 뭐 예전에야 엄청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덜 먹으니까요.
피구 이적으로 바르셀로나가 암흑기에 접어들었냐고 묻는다면 맞다고 말할 수 있음. 가스파르트는 급하게 피구의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임무가 생겼고 당시 바르셀로나와 가장 비슷한 내적인 환경을 갖고 있는 아스날에서 뛰면서 또 아약스 출신의 선수였던 오베르마스를 적임자라 생각하고 큰돈을 질러서 데려오는데 오베르마스가 그냥 망해버리죠.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건데 가면 갈수록 경기를 많이 못 뛰었음. 오베르마스만 망한 게 아니라 3년 동안 큰돈 주고 산 애들은 싹 다 망했음. 예전에도 말했지만 지금으로 치면 3 시즌 동안 대부분의 이적이 망하고 매 시즌마다 한 시즌치 예산의 빚이 쌓여가고 있었던 거임. 돈이 없어서 돈 구하려고 어린 선수들도 돈이 된다 싶으면 팔아치우는 촌극이 벌어지던 시기고. 그게 가스파르트의 3년.
너무 구라치면 스포르트랑 문도가 그냥 대놓고 저격 갈길까봐 (현역 시절에도 피구가 인터뷰하면 저격 기사로 등판해서 반박했었음) 적당한 선에서 베이가가 잘못이다는 식으로 넘어가면서 만든 것 같음. 피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보셔도 좋을 것 같음. 제가 영상 제작에 관여할 수 있었다면 바르셀로나 관계자들 한두 명 더 넣었을 것 같음. 그래야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조금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